브런치를 만난 지 6일째
나는 다시 온라인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운다
어제 저녁 휴대폰이 요란하게 두 번 진동하기에 들여다보니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좀 전에 깨어 보니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라는 알림이 새벽에 울려 있었다. 하~ 글을 발행하기 시작한 지 3일 만에 조회수가 2,700이라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난다.
2005년 파리에서 블로그를 개설했다가 방치했던 그 온라인 공간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2007년부터였다. 당시 막 서른이 되어 한국 조직생활을 경험하며 느끼던 치기 어린 분노를 어딘가에는 풀어내야 했기에 그 공개형 일기장에 두서없이 적어 올렸더랬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푸념하던 그곳에 한 명 두 명이 들어오더니 어느 날부터는 하루 백 명 이상씩 글을 읽고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1,000명이 다녀가고, 하루 5,000 ~20,000여명이 고정적으로 방문을 하더니, 포털 메인에 소개되는 날은 하루 200,000명이 드나드는 블로그가 되면서 파워블로거라는 타이틀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름보다 [뿌쌍]으로 불리는 날들이 더 많아질수록 슬며시 두렵기도 했다. 내 생활이 많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솔직한 글쓰기 방식은 어느 순간부터 그저 많은 방문자의 유입을 위한 글쓰기로 변질되고 있었다.
프랑스와 미국, 모로코에서 독일까지 이어진 내 삶의 궤적을 따라 블로그는 번창(?)했고, 그 덕분에 출간까지 했지만 나는 정작 블로그와 멀어져 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환멸스럽다 느껴지는 지경까지 왔을 때, 점차 글쓰기를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물론 나와 오랜 기간을 함께한 반려묘 뿌까의 죽음이었다. 뿌까를 무지개다리 건너 보내는 시간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6개월여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긴 애도기간을 보내고 난 뒤 방치되었던 블로그는 비공개 상태로 바꾸었다. 주인 뿌까가 사라진 그 블로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각했다. 그렇게 블로그가 아주 오랜 기간을 잠들어 있는 동안 내 삶은 뿌까의 빈자리를 대신해 연애-결혼-임신-출산-육아로 급변하는 격동의 시기를 맞이한다.
처음엔 너무 행복해서 글을 쓸 이유가 없었고, 임신기간에는 태교에 집중하느라, 출산 후에는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글쓰기는 점점 더 멀어졌다. 뭐라도 쓰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아서 매일 밤마다 미친듯이 키보드를 두드려 대어야만 숨통이 트였던 이른바 '자판굿'은 아주 오랜 시간 내 일상에서 잊혀진 행위였다. 중고교 시절부터 문자 중독 증세를 보일 정도로 뭐든 읽어야 살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책 한 줄도 제대로 읽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고, 물론 글 한 줄도 쓰기 어려운 마음의 감옥에 갇혀버렸다. 글은 죽을 것처럼 아프고, 고독하고, 절박해야 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쯤하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실기시험을 정했고, 나 스스로 체력적, 정신적 극한으로 몰아붙이면서 바쁘게 보낸 지난 4개월은 완벽한 몰입을 위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다시 삶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감사해졌다. 다시 글이 쓰고 싶어졌고, 어떤 방식으로든 온라인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오랜 시간 온라인 정보를 수용하는 소비자에서 이제 다시 생산자로 위치를 바꾸고 싶었다.
먼저 익숙했던 블로그로 달려갔다. 그런데 여전히 너무 불편했다. 그 때문에 글쓰기가 다시 몇 년 미뤄질 뻔하는 위기를 맞는다. 블로그는 글을 사진과 함께 편집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들어 글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어느 순간에는 짜증 나서 못하겠다... 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육아에 총력을 다하던 기간에는 틈틈이 빠르고 간편한 페이스북에다 육아일기를 기록했던 이유다.
시간이 그렇게나 많이도 흘렀건만 블로그 편집 툴의 고집스러운 불편함에 다른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브런치 작가 지원을 알게 되었다. 긴 휴식기 동안 검색을 통해 브런치의 여러 글들을 익히 보아왔던 터라 낯설지가 않았다. 신청 이틀 후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자마자 프로필을 설정하고 하루에 한 개, 두 개, 세 개 총 삼일 동안 글을 써 올렸다. 편한 플랫폼 구성 덕분에 시간을 절약하고 편집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글쓰기에만 집중이 가능했다.
온라인 글쓰기가 이렇게 편해지다니 신세계였다. 좁은 어항에서 돌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수풀 사이를 넘나들다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바다를 만난 느낌이었다.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바삐 일처리를 하고 나서부터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마치 출산 전 나의 생활로 돌아간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다시 글을 쓰고 있다니 뿌듯하기까지 했다.
12월 27일 발행 첫날 20회 남짓 글이 조회가 되더니 , 28일 60여 회, 29일 80여 회, 그리고 30일 어제는 2,700회 이상이 읽혔다. 카카오 채널과 다음 포털 메인에 안도 다다오와 육아에 관한 글이 소개가 되었던 까닭이었다.
사실 꼭 누군가가,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라고 쓴 것은 아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제로에서 시작한 만큼 순수한 글쓰기를 지향하기 위해 몇 명이 읽든 개의치 않으려 한다. 브런치에는 방문자/조회수를 공식적으로 표시하지 않으니 이 또한 옳다! 그런 한편으로는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는 관심을 갖고 읽어줄 정도로 아직도 조금은 가치 있는 글을 쓰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몇 년 동안 쓰지 않았던 글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쓰고 싶었고, 쓰여졌어야만 했을 이야기들이 내 안에 켜켜이 쌓여있다. 이제 천천히 하루에 하나씩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해 볼까 한다. 그것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제 아이는 엄마가 글을 쓰는 낯선 모습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그만큼 엄마에게 글을 쓸 시간을 조금씩 내어줄 수 있는 성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엄마를 조금은 자랑스러워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시작에 고맙다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