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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Jan 07. 2020

브런치를 만난 지 12일째

육아를 대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의 변화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12일째가 되는 아침이다.

그동안 매일 글을 쓰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현재 하는 일이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긴 휴가를 즐기는 서양문화에 영향을 받다 보니 나에겐 브런치에 익숙해지고 세팅이 될 수 있었던 최적의 여가활동이었던 셈이다.


브런치를  일주일은 내 안에 묵혀있던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느라 바빴더랬다. 그리고 2주 차가 되니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남들은 어떻게 글을 쓰나 궁금하여 여러 브런치를 방문해 읽어보기도 했다. 나와 비슷한 경량(!) 라이프 글쓰기도 있었고, 전문적인 정보를 생산하는 집단도, 수준 높은 글쓰기를 하는 이들도 다양했다. 출간을 원하는 이들도, 출간을 한 이들도 넘쳐나는 곳이었다.


마치 FA에 나와 있는 작가들이 모인 다이닝 파티 같았다. 그 공간에 부유하는 지적인, 날선 시선들에 자극이 되었다. 그러면서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 가진 힘도 보았다.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글을 쓰러 달려왔다며 무작정 문을 두드렸던 나의 무지에 안도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얕은 글쓰기를 하는 나 자신의 한계에 부끄러웠다. 그리고 생각한다. 세상에 이렇게나 배울게 많다니.


2주 동안 누적 조회수 7만 이라는 뜻밖의 환대에 고마웠다. 또 힘이 되었다. 난 출간을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도 아니고, 다시 온갖 혜택이 주어지는 온라인 파워를 갖고 싶어서도 아니다. 내 글이 세상에 읽히고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멋진 일인가!


다만, 블로그에서처럼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 쓰지 못하다는 자기 검열이 있다는 것, 온전한 하나의 글을 써야 한다는 완성도에 대한 집착(?) 등등 여러 압박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매력에 다시금 빠져있다는 것만은 고백하고 싶어졌다.


현재 나를 둘러싼 우주는 육아와 일이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일에 관해, 여행기도  나오겠지만, 아이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육아하며 글로 쓰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더라는 이야기다. 한동안 제도판 앞에서 바빴던 엄마가 최근엔 랩탑을 붙잡고 앉아 있는 걸 보면서 아이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또 엄마 혼자 무엇인가 재미난 일을 하나 보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브런치를 보여주며 '엄마는 너에 관한 글을 쓰고 있어'라고 알려 주었다. 글을 하나하나 읽어주기도 했다. 특히  그의 애착 인형 12유로에 관한 글은 가장 재미있었던지 마지막 문장까지 집중해 들으며 까르르 웃었다.


그 당시에는 죽을 것처럼 힘들다는 생각만 했는데 지나고 보니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무뎌졌다. 또한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는데 일상이 되어버려 만성화되니 사실 그 예쁜 것이 무엇인 줄 모르고 지 뻔하기도 했다. 그 생각이 든 건 다행히도 브런치에 다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글로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한 자 한 자 적고 있다 보면 지금의 아이가 더 많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4세의 반항도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와 함께하는 매 순간들이 마치 글로 써지듯, 또는 써진 글에서 일부분 하이라이트가 되듯 두드러져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말해 일상이 훨씬 더 재미있어지고 풍요로워졌다. 뭐랄까 고통스러운 엄마의 시선에서 이제는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아이를,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내 일상을 바라본달까.

 

육아가 힘들면 글로 써 보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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