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다운 김잡가 Jun 26. 2024

하와이 6주 살기_프롤로그 ② 여행 할 결심

마할로 님 부부와의 인연


나는 거의 일년 내내 하와이 병을 달고 산다.

남편이 그랬다.

당신은 항상 뭔가에 꽂혀있어.

때로는 부동산, 때로는 하와이, 때로는 이민...

이제 살림이나 육아에 꽂혀보는 건 어때?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이미 내 깊은 하와이 앓이를 알고 있다.


하와이에 꽂힌 내가 정상인처럼 느껴지는 때는 오로지 네이버 카페 포에버 하와이(지금의 하샌로라)에 들어갈 때뿐이었다.

그곳은 나와 같은 하와이 병을 앓고 있는, 하와이가 영혼의 고향인 듯한 사람들의 집합소다.

여행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최상의 여행 루트에 대해 열정적으로 참견해주고, 여행 중인 사람들의 글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하와이에 다녀와서 또 가고 싶어 하는 초보 하와이 앓이 병자들과 함께 앓아준다. 그곳에서는 나 정도의 하와이 병은 초기 환자 정도에 그친다.


무엇보다 그 커뮤니티만의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바로 카페 매니저 마할로 님 부부. 이 부부는 하와이 이민자이다.

잠깐 이 부부에 대해 굳이 설명을 할건데 , 그것은 나의 이야기에 매우 큰 관련이 되기 때문이니 지나치지 말고 읽어보시라.


마할로님 부부가 하와이로 터를 잡은 초창기에는 한국인들이 와이키키 이외의 지역은 투어버스를 통해 겉핥기 여행만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던 시절이었더랬다.

마할로님이 하와이에 직접 살다보니 너무 좋은 곳들, 머물다 갈 곳들을 (버스 출입 제한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지나가며 설명만 하는 것이 투어버스의 특징) 스치듯 안녕 하는 여행자들이 안타까워 패키지 여행코스를 뒤엎고 직접 차를 몰고 진정한 하와이스피릿을 만끽할  수 있는 하와이 자유여행의 팁들을 포스팅하며 하나 둘 개별적인 가이드를 해주었는데 본업이 아닌 그저 선의였던지라 금전적인 답례를 받지 않으셨다고. 이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본인의 철칙으로 삼았기에  앞으로도 금전적인 답례는 절대 거절이라고 하신다.  그러다보니 그에게 마음의 고마움으로 가득한 회원들이 많아져 자발적으로 후기나 팁을 올려주면서 카페가 번창했다고 하신다.

여전히 기꺼이 많은 이들의 하와이 여행을 돕는 것을 주 업으로 여기고 즐기고 계신다.


지금 하와이 병을 제대로 앓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부부와 한 번 이상 접촉 한 적이 있다고 보면 된다.

나 또한 접촉자 중 한 명이다. 


두 번째 하와이 준비중인 2017년, 마할로 님이 하와이 자유여행 강연을 하는 자리인 정모가 마침 열렸고, 그 곳에서 스치듯 인사를 했다.

코나에서 오아후 행 비행기를 타기 전 아주 잠시 그것도 코스트코 주차장에서라도 짬을 내어 만나러 와주신 마할로님과 만났다. 마할로님은 집 앞 마당에서 수확한 거대한 애플망고를 챙겨주셨다. 그렇게 잠깐의 인사 후 우리는 공항으로 달려가야 했지만 여운이 강하게남았다.

오아후 여행 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갈만한 곳을 코멘트 해주시는 등 내 여행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

특별대우는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카페 회원들에게 기꺼이 시간과 정을 내어주는 분이었다.


여행 후에는 틈 날 때 마다 들어갔던 카페도 드문드문 들어가게 되었다.

하와이 앓이가 시들해진 것이 아니라 자꾸 또 가고 싶은 마음에 살짝 거리두기를 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다가 2019년 봄, 오랜만에 들어간 카페 공지에서 마할로 님이 유튜브를 시작한다는 글을 보았다. 그 다음 공지는 유튜브를 시작해서 몇 편 정도 올라왔을 쯤이었는데, 유튜브 자막과 내레이션을 해줄 작가가 필요하다는 것.

소름 돋았다.

내가 그 쯤 일을 너무 하고 싶어서 6년차 라디오 작가에 지원했었고 담당 피디님이  경력이 많은 것을 이유로 채용하지 못한다며 메일을 보내주셔서 (탈락자에게 손수 연락까지 주니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결국 경력단절의 벽인 것 같아서) 마음에 살짝 스크래치가 났었던 때였다.

이거다 싶었다.

뭔가 내가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딱 그때라서 무조건 하고 싶었다.

하고 싶다고 글을 남겼고 그날 바로 마할로 님이 딱 내가 지원해 주길 바랐다고 연락 해오셨다. 마할로님은 내가 방송작가였던 걸 알고 계셨었다. 카페에서 연이 닿아 만났던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전해 들으셨지 싶다. 마침 써두었던 이력서도 있겠다, 바로 보내드렸고 그렇게 나는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자막 문장을 다듬는 것을 시작으로 소소한 아이디어도 드려보면서 팬심껏 일을 했다.

그렇게 해서 두 분과 가까워졌다. 마할로 님 부부는 늘 고마움을 표현해주셨고, 나 스스로 느끼는 기쁨도 매우 컸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일을 했던 것 자체에 정말 감사하다.

지독한 코로나19가 지나가는 동안 마할로 님 부부와는 어느새 서로를 격려하고 걱정해주는, 서로를 좋은 인연으로 생각하는 사이가 되었다.


마할로 님은 늘 대화 끝에  “우리집에 놀러와. 진짜야, 농담 아니야.” 라고 초대의 말을 건네셨다.

그것이 이번 여행을 결심하게 된 시작점이다.

 


작가의 이전글 하와이 6주 살기_프롤로그①여행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