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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Jul 26. 2024

Day14_지상낙원 하와이, 장기여행자의 일상

지루해 보여도 여전히 좋은, 나의 느긋한 코나 생활 기록

하고 싶은 것 하고 있는데 뭐 하고 싶냐고 물으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잖아

여기 와서 넷플릭스를 켜다니. 처음엔 고민도 조금 했었다.

평소 아이들과 남편이 나가집에서 정리를 하며 남편을 기다리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출발할 때쯤 정리가 바로 끝나서 과자 봉지를 가지고 소파에 앉았다. 어제 갔던 그린 플래시에 갈까 생각했지만 넷플릭스에서 원더랜드가 오픈된다고 해서 오늘일까 하고 들어갔다가 다른 영화 편을 보았다.

-궁금할까 봐 적어두는데 노웨어 봤다.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다주고 온 남편이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내 옆에 합류했다.

영화가 끝나면 쌀을 사러 가기로 했다. 6kg 싸 온 쌀은 오늘 아침으로 끝이 났다. 무슈비가 쌀귀신이다.

영화 끝났는데 시간이 좀 애매해서 냉동 낙지볶음밥을 휘리릭 먹고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남편이 설거지하는 동안 나는 1인용 리클라이너에 앉아있다가 잠이 쏟아져 잠이 들었다.

 

잔 시간이 좀 된 것 같아 깨보니 2시가 훌쩍 넘었다. 좀 된 게 아니라 너무 됐다. 내가 잠들어서 이불 덮어주고 남편도 쉬었다고 한다.


오늘 오후 일정은 아이들을 데리고 바로 비치에 가서 놀다가 마트 들러 집에 오는 것이었다. 수영복과 수건을 챙기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물었다.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하와이에 왔는데 아깝지 않아?

나는 활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나 제일 하고 싶은 거 하고 있는데... 하와이 살기! 영화도 보고 낮잠도 자니까 진짜 여기 사는 것 같아. 이 집이 너무 좋아. 하와이가 너무 좋아.

생각해 보면 하루에 20만 원이 넘는 이 숙소에서 돌아다니느라 잠만 자기에는 아까우니까, 난 그냥 이 집 자체도 충분히 누리고 싶다.


요즘 코나의 날씨는 완전 축복 그 자체. 비가 자주 오는 동네마저 쨍하다. 비치가 딱이다. 하지만!

남편과 케아우호우 쇼핑센터 쪽을 지나면서 헛된 내기를 했다. 뭐 건 것도 없고 벌칙도 없지마는 그러기로 했다.


비치 말고 빙수 어때?

아이들의 반응. 나는 100% 빙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아이들이 아침에 비치에 가자고 했다면서 고민할 것 같다고 했다. 나의 압승. 고민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아이들은 빙수를 잡수시겠단다.

또, 하지만!

즉흥적인 성격인 내가 '이 근처에 집시 젤라또도 있는데...'라고 했더니 아이들도 날 닮아 즉흥적. 집시 젤라또를 외친다.

집시 젤라또는 수제 젤라또 가게인데 작년에 작은아이 친구 가족과 잠시 합류해 여행하던 중 화산공원 가던 길에 들렀던 추억의 장소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지만 나는 오늘도 카페인 충전을 한다.

아이스 라떼 큰거요.


오늘도 계획은 틀어졌다. 마트는커녕, 3시 좀 넘어서부터 5시 30분까지 쭉 이곳에 있었다.

 

한 시간 반쯤 지나 일어나려 했는데 마침 캠프 친구(베이다 말고 다른 른친구였다)가 와서 함께 놀았다. 친구는 먼저 갔지만 우리 아이들은 ing.

집에 갈 땐 거의 반 협박을 해야만 했다. 신기하다. 별것도 없는데 두 시간 넘게 놀고도 집에 가자니 싫은 소리를 한다.

집에 도착하면 6시가 다 되겠네. 타겟이나 세이프웨이 들르려고 했는데 배고프겠다, 집에서 저녁 먹고 가자.

그래, 오케이.

어제저녁부터 국수가 먹고 싶다는 큰 아이의 말에 오늘 저녁이 결정되었다.


K엄마는 여행 중에도 밥 걱정

국수로는 배가 덜 찰 것 같아서 중간에 소고기 패티를 3장 구웠다. 충분할 것 같은데 또 뭐 하냐며 잔소리를 하던 남편이 잠시 통화를 하고 온 사이에 아이들이 거의 다 먹어 치웠다. 간도 안 돼있는 순수 소고기 패티였는데 데리야끼 소스, 케첩, 마요네즈 조합으로 아주 꿀맛 나게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둘째가 마트엘 안 가시겠단다.

화요일 목요일 한국에서는 수영학원 가는 날인데  하와이 있는 동안의 화, 목요일은 콘도 수영장에서 아빠에게 수영을 배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 내일 아이들 캠프 가면 둘이 장 보러 가자-이거 어제도 했던 말- 하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나는 숙소에 남아 내일 점심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에그마요 포켓 샌드위치. 식빵을 포크로 눌러 포켓 만드는 시뮬레이션까지 성공했는데 갑자기 영양소가 걱정됐다. 탄수화물에 당덩어리... 그래서 단백질 듬뿍 든 에그마요를 샌드위치에 넣기로 결정하게 된 거다.

끝없는 K줌마 걱정. 아침에는 든든히 먹여 보내야겠다는 새로운 결심.

냉장고에 있는 닭다리를 뜯어서 한 소끔 삶아 물 버리고 마늘 6쪽 넣고 닭곰탕을 했다.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것 같았다. 두 덩이 남은 밥을 말아 먹이면 되겠다. 

학교에서 좋은 재료들로 점심을 먹으니 소풍 갈 때 말고는 도시락 쌀 일이 없었다. 하와이에서 평생 싼 도시락보다 더 많이 도시락을 싼 것 같다.


바뀔지도 모르지만 내일의 계획은

오전에 '코나 커피 앤 티'에서 경찰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행사가 있는데, 캠프 가기 전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없는 동안은 마트 가서 쌀과 시리얼을 산다.

날씨가 괜찮으면 (알로하 씨어터가 있는, 베이다의 집이 있는 케알라케쿠아 지역은 지대가 높아 비가 자주 내린다) 베이다의 집에서 저녁을 먹을지도 모른다. 만일 윗동네 날씨가 안 좋으면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비치에 가야겠다.


-좀 지루하게 읽혔겠지만 나는 여전히 즐거웠던 천천히 코나스런 오늘의 여행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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