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속이 안 좋아 집에서 쉬는 동안 편지도 쓰고 풍선도 불어두었다. 덕분에 뭔가 다 해놓은 기분이 들어서 더 편히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와이 시간 기준, 밤 12시 땡 하자마자 남편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주었다. 편지를 건넨 나에게 내일 아이들것과 같이 보겠다는...
어쨌든 내 할 바 하였으니 아침 미역국을 위해 잠을 청했다.
아침 생일상
미리 불려놓은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안치고 꽃단장을 했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남자의 생일이니 이 정도 단장으로 좀 더 사랑스러워 보여야 하지 않나 싶어서 화장도 하고, 쟁여두고 잘 안 입는 로렌 원피스도 챙겨 입었다.
감자전과 계란말이, 어제 남은 찹스테이크와 kta에서 사두었던 반찬 3종세트, 샐러드로 간단한 생일 아침상을 차렸다.
아이들도 어젯밤 몰래 써두었던(?) 생일 축하 카드를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할 일 다 해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점심은 밖에서 외식하겠지.
그러나 나의 컨디션이 바닥을 치면서 나는 집에 남았고, 남편은 점심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놀다가 나를 픽업하러 오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지진 않았지만) 울렁거림으로 계속 앉아(누우면 멀미증상) 있었다.
주방 정리도 조금 해두고, 빨래 정리도 좀 했다. 그리고 코나 사는 한국인, 그 친구에게서 받은 생강 타블렛 두 알을 먹고, 생강차를 마시면서 속을 달랬다.
남편에게 아이들과 알아서 점심 먹어주기를 부탁했다. 나를 두고 두 번이나 외식하기 싫다며 컵라면을 먹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 컵라면이 너무나도 맛있어서 제발 다음에도 사달라고 하지만, 나는 글쎄, 한국 가서 편의점에서 먹자꾸나.
속이 괜찮아질 때쯤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이 복귀한 시간은 오후 5시.
6시에 만타레이 투어가 잡혀있는 남편을 위해(?) 아침상 그대로 저녁을 대충 때웠다.
남편은 마할로님이 데리러 와 주셔서 나가고, 아이들은 6시부터 8시까지 수영장에서 싸우지도 않고 그렇게 신나게 잘 놀았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곱게 차려입은 채 수영장에 누워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아무것도 안 한 듯 여러 가지를 한 하루였다.
남편이 하와이에서의 두 번째 생일을 독박육아로(사실 하와이에서는 거의 독박육아 담당) 보내준 덕분에 나는 많이 좋아졌다.
남편의 만 스물아홉 생일에 우리의 연애가 시작되었고, 서른 번째 생일부터 쭉 함께 지냈다. 서로 너무 달라서 (주로 내가) 티격태격하는 날이 많지만, 그렇게 다른 모습에 급히 빠져들었기 때문에 만난 지 100일도 안 돼서 결혼을 약속을 하고 1년이 채 안 되어 결혼을 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