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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Aug 10. 2024

Day28_지구별 가장 높은 산, 하와이 마우나케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은 하와이의 밤하늘 이야기

지구별 가장 높은 산

하와이 주의 막둥이 섬 빅아일랜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다.

바로 마우나케아.

해발고도로 치면 에베레스트산이 여전히 지구별 가장 높은 산이지만 깊은 바다의 마그마에서 탄생한 마우나케아 산은 그 시작을 해발로 시작해서 재면 억울한 면이 있다.

산의 바닥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우나케아 산의 높이는 에베레스트보다 무려 1Km 이상 높다.

아래 사진은 한 기사를 보다가 발췌한 것인데, 기사는 하단에 링크해 놓았다. 내용이 재밌으니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기준이 다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기사


마우나케아 가는 길

마우나케아 가는 길은 실로 사람의 단어로 표현하기 아까울 정도로 경이롭다.

작년에도 내내 그 경이로움에 숨 멎도록 감탄하며 갔던 그 길을 다시 간다고 생각하니 신이 났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정상에 오르지 못하므로 비지터 센터까지만 갔다.

(고도가 높아 고산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건강한 어른들도 반드시 비지터센터에서 10-15분 간 휴식 후 정상에 올라야 하고, 노약자와 어린이는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마우나케아를 가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감탄이 나오는 절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래 사진은 바다 건너 저편 빅아일랜드에서 가장 가까운 마우이 섬의 할레아칼라 산이다. 아이들은 마치 구름에 떠 있는 듯한 할레아칼라를 매우 신기해했다.


가는 곳곳이 인간이 만든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펼쳐져 있어서 우주 어딘가 존재하는 다른 별인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듬과 동시에 사람은 한없이 벅차오르게 한다.

아래 사진들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내가 가진 오래된 폰(갤럭시 노트10)으로 그것도 시속 50마일로 달리는 움직이는 차 안에서는 담아지지도 않지만 아무리 최신 기계를 가지고 멈추어 찍어본다 해도 직접 눈으로 찍어 마음에 새기는 그 벅찬 기분까지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곳

마우나케아에 오르려면 여름옷에서 겨울옷으로 갈아입는 준비는 필수다.

1년 내낸 따뜻한 하와이지만 겨울의 마우나케아에는 눈이 쌓여서 눈썰매를 탈 정도로 춥다. 지금은 여름이라 눈은 거의 찾을 수 없겠지만 해가 지면 급속도로 추워지기 때문에 반드시 겨울 옷이 필요하다.

겨울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는 길버트 공원에서 하면 딱이다. 이곳은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곳 같다.

아직은 더운 기가 가시지 않은 것 같지만 5분만 있어보면 금세 추위가 느껴진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쉬고 있는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


하와이안들에게 신성한 그곳, 마우나케아

하와이 원주민들은 마우나케아를 신성하게 여기기 때문에 사실은 지금도 신성한 곳 꼭대기에 세계적인 천문대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주민들이 마우나케아에 오르기 전 기도를 드리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신성한 마우나케아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심인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코나 기준으로 마우나케아로 좌회전하지 말고 우회전을 하면 만날 수 있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오가며 들러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지만 하와이안들은 산에 오르기 전 얼마나 진심을 다해 기도했을지 생각해 보니 새삼 뜻깊은 곳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매일매일을 다르게 하루의 끝을 장식하는 선셋힐

비지터센터에 주차를 하면 사람들이 높은 언덕으로 줄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개미들이 줄지어 가는 것처럼 움직이는 길이 생기는데,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기 위한 선셋힐이 바로 그곳이다.

차도를 조심히 건너 펜스를 조심히 넘어(이 정도로 명소로 소문났으면 펜스 좀 걷어도 되련만) 흙모래 자갈길을 앞사람이 가는 대로 함께 오르면 된다.

오르기 전부터 작년과는 사뭇 다른 날씨였다. 구름이 아주 많았고 여차하면 지는 해는 못 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커뮤니티 카페에서 많은 글들을 읽어온 터라 실망하긴 이르다고 생각해 무작정 기다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내려갔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선셋을 보기 위해 구름이 물러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구름이 있으면 있는 대로 장관을 뿜어내는 하늘.

이글거리는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들어가는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가려진 구름 사이로 멋진 선셋을 선물 받았다. 구름이 우리의 인생 선셋 감상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그저 구름도 하나님이 선사하신 단 하나의 작품을 위해 연출된 장치였던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하늘에 달조각이 점점 빛났다.

둘째는 아까 길버트 공원에서 사귄 친구와 해가 저물도록 공룡 이야기를 했다.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아이인지라 학교에서도 대화의 코드가 맞는 친구를 찾기 쉽지 않은데 우연히 놀이터, 그것도 19시간이나 과거로 날아온 하와이 놀이터에서 갑자기 사귀게 된 친구와 원래부터 잘 알던 사이인 것처럼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둘째.

둘이만 공룡탐험을 하고 다니는 터에 에미는 위험할까 봐 이준아 이준아를 연신 불러댔더니 나중에 한국 분 한 분이 너 이름이 이준이지? 하신다.

갑자기 한 친구가 생각났다.

동네 놀이터에서 위험할까 봐 내려와, 하지 마, 이준아 이리 와! 했던 나를 보며 왜 놀이터에 왔을까 싶었다는 그 친구에게 나는 하와이에서도 이러면서 지냈다고 말해줘야겠다. 얼마나 까르르 웃을까 안 봐도 상상이 간다.

선셋힐을 내려갈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길이 미끄럽기도 하고 매우 어두워서 핸드폰 플래시로는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

주변을 잘 둘러보고 있다가 앞에 누군가가 무리 지어 내려갈 때 뒤어서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내려와서 길을 잃게 된다. 내가 그랬다. 마침 위에서 누군가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우 밝은 빛을 쏴주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완전 다른 길로 갔을 것이고, 나를 따라오던 죄 없는 어린양(?)들도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작년에는 마할로님 댁에 있던 캠핑용 손전등을 가져가서 편하게 내려온 줄은 알았지만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려와 자리를 잡고 판다익스프레스에서 사 온 저녁을 먹으면서 밤이 깊어지길 기다렸다. 지나가는 어르신이 가족들에게 나 어릴 땐 하늘이 다 이랬었다며 추억하시는 목소리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추위를 빨리 느끼는 이준이는 비지터 센터 안에서 기다리고 이수는 밖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남편은 꼼꼼해서 핸드폰 카메라로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해 미리 공부를 해서인지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나는 아니 갤럭시 노트10으로는 안 되는 것을 갤럭시20으로 해냈다. 정말 별이 쏟아진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더 감동적이긴 하지만 핸드폰 카메라에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별들까지 담겨있는 것을 보니 또 다른 감동이 밀려든다.


고된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마할로님이 쉬운 밤운전 팁으로 맨 앞에 절대 가지 말 것, 앞 차를 따라갈 것을 강조해 주신 것이 기억나서 주차장의 차들이 시동을 걸 때 서둘러 하산 준비를 했다.

마침 우리 바로 앞에 정상 쪽에서 내려오던 투어버스를 마주쳐 따라갔다. 남편은 우리가 맨 앞이었던 작년과는 정말 다르다고 했다.

어느 정도 아는 길이 나올 때까지 누가 탔는지 모를 투어버스 덕분에 편안하게 되돌아올 수 있었다.

피곤에 지친 아이들은 잠은 채 내려왔지만 도착하자마자 오늘의 감동을 담아내기 위해 일기장을 펼치는 큰아이의 모습을 보니 참 대견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아니,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또 올지도 모를 마우나케아.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꼭대기까지 함께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보다 먼저, 망원경으로 목성과 토성까지 관측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행사가 없는 날이었어서 아쉬웠는데 컨디션만 허락한다면 집에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비지터센터에 와서 망원경으로 아이들과 다른 별구경도 해보고 싶다.


이제 2주도 안 남은 일정이라 마음은 급해지는데 이미 30일 가까이 천천히 코나스럽게 살다 보니 몸이 느긋해져서 얼마나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다시 가고 싶었던 곳 중 한 곳을 오늘 다녀왔으니 마음 한 켠이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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