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이트 만타 스노클링 투어로 피곤할 법 한데 아침부터 비치에 가자며 나를 깨운다, 남편이.
한국에서 매일 수영을 1시간씩 하던 체력이라 에너지가 남아돈다며 최근 며칠 비치에 못 갔으니 오늘은 꼭 가잔다. 나는 아직 멀미의 여파도 있고 피로하여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킹캠 호텔 비치, 카일루아 피어.
나의 큰 그림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도서관 건너 코나 인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비치에 다녀녀와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거였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점심 때가 한참 지나서 나온 아이들은 코나인 대신 포케를 선택했다.
우선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던 코코넛을 먼저 샀다. 다른 때 먹었던 코코넛 보다 달콤했다. 초록색 보다 갈색 빛이 도는 것이 더 달콤한 듯 하다.
얼마 전 맛있게 먹었던 파카이 포케로 향했다.
아이들은 남편과 내가 각각 베스트로 꼽았던 스파이시 아히와 아보레몬 아히를 가장 맛있게 먹었다.
나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으나 많이 먹었다. 많이 먹어졌다. 신기하다. 나 참치 싫어하는데 왜이렇게 맛있지...아이들도 너무 잘 먹어서 포케만 따로 더 사서 먹었다.
아, 맞다, 비치...!
어쩌다 보니 비치에 갈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뮤지컬에서 특히 사랑이 많았던 Sawyer&Sariah 남매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이어 세라야라고 부른다.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뜰이 있는 집시 젤라또에서 만났다. 올 해 여기만 몇 번째인가.
캠프가 끝난지 일주일도 안 되어 상봉한 것인데도 어쩜 그렇게 반가워하는지 모른다. 물론 나도 사적으로 만나는 자리이기에 더욱 반가웠다.
이수와 이준이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사랑이 많은 아이, 난 그게 눈에 보이나 싶었는데 이 남매를 보면 아, 사랑이 많은 아이가 이런건가 싶다.
'국제 사랑이 많은 아이 모임'이 되었네.
두시간 정도 함께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있는 언어능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소이어-세라야 엄마와 대화를 해 나갔고, 베이다의 부모님 처럼 그녀도 나의 말에 매우 귀기울여 이해하려고 노력 해 주었다.
세상 참 좁은 것이, 이 친구들의 엄마는 작업 치료사인데 하와이에 있는 지인이 이 분에게 수업을 듣기 위해 대기중이라는 것이다.
하와이 친구가 말했다. 코나는 작아서 두다리만 건너도 다 아는 사이라고. 뭔가 정감이 가더라니 한다리 건너면 다 지인인 한국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하와이에 친구를 사귀러 온 것인가.
가만히 생각하니 재밌는 일이다.
가족여행은 가족 관계를 더 끈끈히 하고, 일상의 스트레스 받는 환경을 떠나 평온한 마음으로 가족간의 마음의 교감을 하는 뭐 그런 걸 해야할 것 같은데, 40박 41일 짧지 않은 기간이다 보니 늘 그렇게 서로에게 평온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상 같은 여행이다 보니 한국에서 처럼 워낙 사람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특성상 일주일의 반은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도 시간을 보낸다. 맘에 든다, 이런 소중한 순간들.
우리 모두는 이것에 불만이 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여행도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주어진 긴 시간 내에서 우리가 참 잘하는 것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집시 젤라또에서 집에 와서 우리는 우리만의 여행을 즐겼다.
아이들이-사실은 남편일지도 모른다-가장 좋아하는 콘도 수영장에서 수영레슨인지 물놀이인지 모를 그것을 한시간 하고 나서야 우리의 여행같은 일상, 일상같은 여행의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