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는 베이다네 가족과의 마지막 만남인 저녁약속이 점심으로 당겨졌다. 저녁에 베이다 엄마가 스케줄이 있다는 것을 잘못 알아들은 것 같아서 다시 메시지를 보내 '네가 오는 줄 알았어. 혹시 조금 일찍 와서 얼굴이라도 보면 좋겠다'라고 하니 12시 반에 다 같이 오겠다고한 거다. 나는남편이 스노클링에서1시쯤 돌아올 테니 괜찮을 것 같아 알겠다고 했다.
덜컥 약속을 변경하고 나니 아차 싶었다.
대면의 중요성에 치우치다보니 남편이 오면 마트 가서 돼지고기와 소고기와 샐러드, 과일을 사기로 했던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부터 애 둘 데리고 그 큰차를 끌고 마트는 못 갈 것 같아서 집에 있는 것으로 요리를 준비했다.
(한국이었으면 뭐 하나 틀어주고 마트에 갔겠지만 미국은 만 12세 미만 어린이가 보호자 없이 있으면 경찰서 행이라서 그러지도 못했다)
그래도 메인요리는 자신 있는 닭다리 간장조림이었는데 닭은 집에 있었다. 돼지고기 대신 갈은 소고기를 넣은 고추장찌개, 로메인 참치 샐러드, 너겟, 햄버거를부지런히 준비하고 보니, 밥이 조금 탔다.
딩동.
베이다의 가족에게 닭고기 간장조림이 인기가 좋았다. (베이다는 저녁도 이걸 달라고 했다.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만남이라고 하니 이사 오란다. 이쁜 것이 이쁜 말만 하는구나)
베이다네 가족은 내년 4월에 한국을 들러 방콕과 푸껫을 간다고 한다.
한국에서 5일 정도 머무를 예정인데 덜컥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관광 공부 좀 해놔야겠다.
남편의 하루
아침 일찍 마할로님이 마련해 주신 스노클링 투어를 위해 집을 나선 남편.
당신의 하루가 내 덕분에 안녕한 줄은 아시나요...
내가 급히 한식대첩 급 요리 미션을 끝내고 외국어 영역 두뇌 풀가동 하는 사이 남편은 천국에 다녀온 듯하다.
세 군데 스노클링 스폿을 다녀왔는데 너무나 만족스러워했다.
투스텝 스노클링 스팟은 우리가 갔던 비치 쪽이 아닌 훨씬 깊은 곳이었는데 남편이 하와이 스노클링서 꼽은 최고의 스팟이다.
그다음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좋았고, 마지막은 캡틴쿡을 다녀왔는데 앞 두 곳보다는 시야가 흐렸다고 한다.
오가는 길에 용암이 만들어낸 동굴도 보고, 거북이 많은 미니 블랙샌즈 비치도 봤다고.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만타(가오리)를 보고 행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만타가 아주 큰 복덩이를 던져주고 갔다.
만타를 만난 후 배 근처에 고래상어가 나타난 것이다.
고래상어는 아무리 대자연의 하와이여도 쉽게 만날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 귀한 경험을 했으니 얼마나 좋을까.
마할로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두근두근, 부러움이 차올랐다.
투어 보트 캡틴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영상을 찍어왔다고 한다.
(동영상은 브런치에는 안 올리고 있는데, 이런 복은 나눠야 할 것 같아서)
모든 투어 후, 집에 돌아온 남편은 그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지친 나를 대신해 아이들과 놀아줘야 했다.
베이다의 가족이 먼저 가고 베이다만 남아 저녁까지 놀다가 우리가 데려다 주기로 해서 먹고, 놀고, 보고... 아이들은 신나게 마지막 만남을 즐겼다.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베이다를 데려다 주었다. 그럼에도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좋은 친구를 사귄 것에 참 흐뭇했다.
게이트가 열리고도 차 타고 1분이나 더 가야 나오는 베이다네 집.
비가 내리는 숲은 더 아름다웠다. 풀냄새 가득한 그 길이 참 좋았다.
우리가 다음에 또 하와이를 오게 된다면 그 이유가 될 곳이 바로 이곳 아닐까 싶다.
벌써 여행의 절반 이상 지나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는데, 물론 아쉬움이 없진 았겠지만 최대한 아쉬움 남지기 았도록 즐거운 여행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