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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Aug 04. 2024

Day22_하와이, 잠들기 전의 바다를 누리는 법

천국 같은 하와이에서의 삶이 일상인 로컬에게서 배운 여유로운 선셋 피크닉

뮤지컬 캠프 뒤풀이

오늘은 뮤지컬 캠프의 마지막 진짜 마지막 날이다.

아이들은 어제 쓴 편지를 전해줄 생각에 아침부터 신나 있었다.

마지막 도시락을 싸 보내고 12시 30분까지 부모들과 함께하는 쫑파티에 가야 했기에 조금 바쁜 아침을 보냈다.

이런 걸 해봤어야지. 나눠먹을 음식을 준비하거나 그냥 평소 도시락을 싸도 된다는데, 어느 정도로 소박하게 또는 화려하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도넛과 커팅수박을 사서 갔다.

그간 찍은 사진들과 동영상, 공연 영상들을 편집해 스크린에 띄워주셔서 아이들이 3주간의 짧은 추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바깥에 차려진 음식은 뒷전, 추억의 영상을 몇 번이나 보고 나서야 음식에 관심을 주는 아이들.

베이다의 엄마는 그리스식 포도잎 쌈 돌마다키아와 올리브, 소스, 치즈, 구운 바게트를 가져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치킨군만두, 소시지, 푸실리 샐러드, 수박, 시판 샌드위치 등을 가져왔다.

단출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딱 좋은 미니뷔페였다.

무슈비 20개 싸려다 김이 없어서 안 쌌는데 이렇게 아쉬울 수가!

그래도 다행히 도넛은 인기 품목이었다.


아이들은 선생님 곁에서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드러내며 사진도 찍고, 아이들끼리 티켓에 사인도 받았다.

다시 만날 멤버들이 아니기에 더 소중한 헤어짐이다.

큰아이는 그곳에 자신의 사진을 남기고 싶다며 벽에 붙여 두고 왔다.

알로하 시어터의 사랑스러운 공연든.

내년의 재회를 소망하며, 알로하 오 에.


탈탈 털어 참기름 간장국수

아이들과 베이다와 함께 빙수를 먹고 서점에서 잠시 구경도 하고 느지막이 콘도에 왔다.

베이다의 엄마가 오후에 우리가 베이다를 잠시 돌봐주길 원했는다. 저녁에 매니니 비치에서 작게 생일파티를 할 거라  볼일 보고 가는 길에 베이다를 데려갈 거라고.

그녀는 우리가 피크닉에 와도 좋다고 했다. 친구들 모임인데 괜찮다고 사양하니 생일파티지만 그냥 작게 피크닉 하는거니 오면 좋을 건데 너희가 싫으면 안와도 된다고 해서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과 베이다가 같이 놀길 원해서 그러기로 했다.

남편이 베이다의 아빠에게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가느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선셋보러 가는 건데 너는 스노클링 하고 싶으면 가져오라고 했단다. 나는 한참 웃었다. 촌스러 촌스러. 하와이 사람 되려면 아직 멀었군!

암튼, 거긴 나 빼고 셋이 가기로 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소면은 탈탈 털어 베이다가 좋아하는 간장 비빔국수를 만들어주고 피크닉에 가져갈 치킨너겟을 챙겨 주었다.

그리고

.

.

.

자유다!

피와 함께 휴식을 즐겼다.

하와이라 밖이라도 나갈까 싶었지만 씰링팬 돌아가는 걸 보며 묘한 멍함을 즐기고 잘 쉬었다.


매니니 명품 석양 아래 친구의 친구 생일파티

매니니비치에서 즐긴 사진들을 보니 후회가 몰려왔다.

작은 아이의 첫 바다 다이빙, 보랏빛 석양, 그리고 즐거운 아이들. 눈에 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다이빙을 성공했다는 아들 말에 바다는 돌이 적었냐, 무섭지 않았냐,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냐 폭풍 질문을 쏟아붓는다.

거짓말에 능통하지 않은 아들이 말한다.

누가 밀었어...

너무 놀라서 또 에미맘 찢어지려는데 한마디 덧붙인다.

생각해 보니 그 애한테 고맙기도 해. 그 덕분에 다이빙을 네 번이나 했잖아.

늘 하는 생각이지만,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네가 나보다 어른이다.


빅아일랜드 서쪽, 코나의 환상적인 석양

여행하는 우리에게 코나는 한낮의 바다에서 즐기는 바디보드, 스노클링, 모래놀이의 천국이지만 오랜 여행을 하다 보니 이 천국이 일상인 이들에게서 한 수 배운다.

잠들기 전의 바다를 누리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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