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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다운 김잡가 Aug 03. 2024

Day21_하와이 '알로하 극장'에서 뮤지컬 데뷔

아이들이 직접 극본, 연출, 출연한 뮤지컬을 드디어 무대에 올렸다

3주 동안 참여한 뮤지컬 캠프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갔던 곳은 알로하 시어터다. 도착해서 주말이 지나자마자 시작해서 꼬박 3주를 매일같이 드나들었던 이곳도 이제 내일이면 안녕이다.

'하와이 여행 추억'도 만들기 전에 이것부터 해도 되려나 싶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매우 좋은 선택이었던 뮤지컬 캠프.

사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친구들과 배우는 영어캠프는 (물론 그것 또한 알차고 재밌으니 인기가 많겠지만)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던 터라 무엇을 하든 이준이가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어디 가도 사랑받도록 창조되어진 피조물 아니던가. 아이들끼리 한국말도 가르치고, 영어필기체도 배우고(요 나이에 유행인가...?) 놀았단다.


에피소드 하나 던져보자면, 이준이가 최근 감상 한 스파이더맨을 보고 '모솔터치'라는 것을  배워서 여자아이들에게 다가가

한 손을 여자아이 어깨에 올리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눈썹한쪽을 추켜올리며,

느끼한 목소리로,

'하-이!'를 시전 하여 싫어하는 아이 딱 두 명에게 빼고는 모두 재밌어했다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에미는 어쩌다 캠핑장에서 본 12세 관람가 영화에서 그런 걸 배웠을까, 싫어한 그 두 명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신경 쓰였지만 선생님은 이준이가 젠틀하고 재밌는 아이라고 괜찮다고 하셨다.

두 여자아이들이 포스트잇 장난(아이 헤잇 유, 플리즈 힛 미)을 해서 선생님께 불려 가 깊은 대화를 나누고 경고를 받았단다. 선생님은 덧붙여

이준이는 속도 없이 이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새로운 개그를 발명하고 손바닥에 뽀뽀까지 했다고 하니, 이거 참 씁쓸하다. (하지 마! 하며 손바닥으로 스탑 사인을 했는데 오케이, 하고 뽀뽀를 하고 왔단다.)

미국 문화가 어떤 건지 몰라 선생님께 여자아이 엄마들에게 오해 없도록 잘 말씀 부탁드린다 했다. 선생님은 이준이에게 주의를 주긴 했지만 아이 자체가 너무 사랑이 많고, 친해지려 애쓰는 착함이 참 안타까웠다고 하셨다. (너 선생님 잘 만난 건 줄 알아라...)

지금은 그 두 여자 친구들과 아주 잘 지낸다. 제일 친하다고 까지 말할 정도니 오해 따윈 없는 걸로. 그거면 되었다.

3주 간의 도시락 대첩

최고의 재료로 점심을 끝내주게 제공하는 한국 학교 만만세!

여기에서 아이들 도시락 열다섯 번 중 열 번은 무슈비를 쌌다. 아이들이 '내일도 무슈비', '오늘은 왜 무슈비 안 싸?' 할 정도로 무슈비를 (뭐, 스팸맛이겠지) 좋아하는 건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햄버거는 식으니 맛없더라, 잼 샌드위치는 뻑뻑하더라, 에그마요 포켓샌드위치는 맛있었지만 무슈비가 낫더라 하는 아이들.

계란 부치고, 스팸 굽고, 치즈 준비해서 밥 넣고 틀에 찍어 재료 올리고 김을 둘러 랩으로 감싸면 끝인, 쓰면 쉽지만 해보면 은근 번거로운 이 작업을 거의 매일 하다 보니 무슈비 가게를 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더라.

덕분에 남편도 여행의 반은 무슈비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대망의 디데이

공연날이어도 나는 도시락을 싸야 했다.

바쁜 아침이었다. 공연이 11시 45분이라 10시까지 가야 하는 아이들과 같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뒷정리까지 하고 나가려면 빠듯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근처 마켓에서 꽃을 사려고 돌아다녔지만 결국 실패.

한국 생각하고 빨강 노랑 초록 단순한 꽃다발들을 촌스럽다고 그냥 나온 것이 화근. 어느 곳에도 꽃은 팔지 않았고, 레이를 사려니 극장 근처는 정말 시골 중의 시골이라 골동품 가게 말고는 갈 곳이 없었다. 아까 거기서 그거 샀어야 해. 그냥 집시젤라또 사준다고 하고 꽃은 주지말자, 했다가 결국 작은 인형 두 개를 사긴 했다.


공연시간을 기다리며 알로하 씨어터 건물에 있는 '할레 초콜릿'에서 다크모카를 시켰는데 남편은 세상 맛있다며 커피 맞냐고 좋아했지만 나는 에스프레소 들어간 거 맞냐고 다시 확인할 정도로 커피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초콜릿 자체는 말해 뭐 해, 하와이서 재배한 카카오로 만든 건데!

역시 원산지에서 맛보는 것들이 제일 맛있다.(바나나도 하와이 돌 바나나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이 맛있는 곳을 마지막 날이 다 돼서야 할게 되다니, 아쉽다.


뮤지컬 데뷔무대

극장 안에 붙여진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사진들을 보니 참 대견했다.

지난 3주 동안 매일같이 만나 스토리와 캐릭터, 노래와 춤을 만들고 무대에 대해 배우면서 소품 하나까지 함께 준비한 아이들. 아마 오래도록 추억이 될 것 같다.


공연을 앞두고 이미 관객석이 많이 차 있었다. 물론 가족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아침에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전단을 붙이고 나눠주며 홍보하는 것을 보았는데, 생각해 보니 기획부터 홍보까지 다 아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선생님들은 좋은 조력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셨다. 진두지휘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드셨을 것이다. 아이들의 생각에서 나오는 그 모든 주문을 이루어지게 만드는 마법봉이랄까.


이 모든 것을 총괄한 웬디 선생님의 인사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두 번의 공연을 연달아했는데 점점 긴장을 풀고 연기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모두가 내 아이의 재롱잔치 + 재밌는 신상 뮤지컬 관람객이 되어 박수 치고 환호하며 웃으며 공연을 즐겼다.


2034년 월드스타의 산실, 알로하 시어터

10년 후쯤이면 이곳에서 함께 공연한 아이들은 월드스타가 되어있을 거다.

뭐 가수, 배우만 스타인가.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날 우리의 아이들을 응원한다.


수고했어, 월드스타들.

그리고, 특별히! 나의 슈퍼스타, 이수 이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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