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부치고, 스팸 굽고, 치즈 준비해서 밥 넣고 틀에 찍어 재료 올리고 김을 둘러 랩으로 감싸면 끝인, 쓰면 쉽지만 해보면 은근 번거로운 이 작업을 거의 매일 하다 보니 무슈비 가게를 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더라.
덕분에 남편도 여행의 반은 무슈비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대망의 디데이
공연날이어도 나는 도시락을 싸야 했다.
바쁜 아침이었다. 공연이 11시 45분이라 10시까지 가야 하는 아이들과 같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뒷정리까지 하고 나가려면 빠듯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근처 마켓에서 꽃을 사려고 돌아다녔지만 결국 실패.
한국 생각하고 빨강 노랑 초록 단순한 꽃다발들을 촌스럽다고 그냥 나온 것이 화근. 어느 곳에도 꽃은 팔지 않았고, 레이를 사려니 극장 근처는 정말 시골 중의 시골이라 골동품 가게 말고는 갈 곳이 없었다. 아까 거기서 그거 샀어야 해. 그냥 집시젤라또 사준다고 하고 꽃은 주지말자, 했다가 결국 작은 인형 두 개를 사긴 했다.
공연시간을 기다리며 알로하 씨어터 건물에 있는 '할레 초콜릿'에서 다크모카를 시켰는데 남편은 세상 맛있다며 커피 맞냐고 좋아했지만 나는 에스프레소 들어간 거 맞냐고 다시 확인할 정도로 커피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초콜릿 자체는 말해 뭐 해, 하와이서 재배한 카카오로 만든 건데!
역시 원산지에서 맛보는 것들이 제일 맛있다.(바나나도 하와이 돌 바나나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이 맛있는 곳을 마지막 날이 다 돼서야 할게 되다니, 아쉽다.
뮤지컬 데뷔무대
극장 안에 붙여진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사진들을 보니 참 대견했다.
지난 3주 동안 매일같이 만나 스토리와 캐릭터, 노래와 춤을 만들고 무대에 대해 배우면서 소품 하나까지 함께 준비한 아이들. 아마 오래도록 추억이 될 것 같다.
공연을 앞두고 이미 관객석이 많이 차 있었다. 물론 가족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아침에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전단을 붙이고 나눠주며 홍보하는 것을 보았는데, 생각해 보니 기획부터 홍보까지 다 아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선생님들은 좋은 조력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셨다. 진두지휘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드셨을 것이다. 아이들의 생각에서 나오는 그 모든 주문을 이루어지게 만드는 마법봉이랄까.
이 모든 것을 총괄한 웬디 선생님의 인사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두 번의 공연을 연달아했는데 점점 긴장을 풀고 연기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모두가 내 아이의 재롱잔치 + 재밌는 신상 뮤지컬 관람객이 되어 박수 치고 환호하며 웃으며 공연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