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다 더 익숙한 빅아일랜드 코나에서 한 지붕 아래 6주 동안 함께 살았던 분들과 자주 만나니 내가 진짜 여기에 이사 온 듯 재밌기도 하고 더없이 즐겁다.
일상을 천국 같은 곳에서 사는 마할로님 부부가 한여름에만, 그것도 날씨가 허락되는 날만 뛰어들 수 있다는 비치에 우리 가족을 데려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해 주신다.
첫 번째 지령, 8시 세이프웨이.
간단한 점심을 위해 절대 간단하지 않은 장보기. 식빵, 햄, 치즈, 샐러드채소, 감자샐러드, 드레싱, 과자와 음료... 내가 남편에게 카드를 받아놨는데 이분들은 절대 본인들이 베푸는 것만 허용하시는 분들이라 마지막 물건이 바코드에 찍히기도 전에 카드를 먼저 꽂아놓으셨다. 이전에 만났을 때, 여행 와서 잘 누리고 가는 게 우리 도와주는 거야-하시는 마할로님께 남편이 빅아일랜드 주인 마인드라고 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북쪽으로 한 시간을 달렸다.
우리가 갔던 케이키 비치, 쿠아베이, 하푸나 비치, 마우나케아 비치를 지나쳐 훨씬 더 올라갔다.
작년에 두 분과 함께 대형 선박이 드나드는 항구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곳도 지나온 것 같다.
아침부터 한 시간을 내달려 도착한 곳, 카파아 비치 파크 Kapa' a Beach Park.
자연 그대로의 흐름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가슴 탁 트이는 먼바다를 바라보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곳은 여름 한 철만 허락된 스노클링 스팟이라고 한다.
(물론 로컬들에게는 사시사철 열린 곳일지도 모르겠지만)
로컬청년들이 작살낚시를 하기 위해 들어가는 걸 봤다. 참 흥미로웠다. 이들은 먼바다까지 순식간에 나가 한 시간을 넘게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도 새로운 장소에 금세 적응을 했다. 나무를 타다 이준이가 팔을 쓸리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용감했다.
거친 파도를 피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걸까. 이수는 작은 천연 풀 안에서 게와 다슬기를 잡는다며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마우나케아 비치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아빠와 동생을 따라가다가 장비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물을 제대로 먹은 큰 아이 이수가 갑자기 바다 수영에 겁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카할루우 비치에서 용기 내 스노클링을 하다 성게를 가까이서 본 모양이다. 이래저래 스노클링을 피하다가 아빠와 손잡고 잠깐만 들어갔다 나오기로 용기를 냈다.
그리고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이수와 아빠의 스노클링 모습을 마할로님이 찍어 보내 주셨는데 어찌나 가슴 벅차고 뭉클했는지...)
이수의 용기 덕분에 나도 용기 내어 바다에 들어갔다.
남편이 이준이를 챙겨서 들어가야 해서 나는 혼자 들어가야 했다. 초입에 돌을 보고 카할루우보다 진입이 안전해 보여서 처음부터 아예 엎드려버렸다.
들어가는 입구 바위에 파도가 세게 쳐서 조심해야 했지만 조금만 나가면 파도로부터 비교적 안전했고 금방 깊어져서 배가 산호에 닿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입수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여러 물고기들. 안 했으면 섭섭했을 정도로 예뻤다.
마할로님이 이맘때 이곳에서 스노클링 할 때가 하와이에서 사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씀하셨다.
로컬들만 알 수 있는 한여름의 보석.
내가, 한여름에, 그곳에, 서 있었다!
한바탕 보석 같은 시간을 보낸 후 맞이하는 점심시간.
준비해 간 샌드위치 재료들로 릴리언니가 아이들에게 특유의 조곤조곤 차분함으로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을 전수했고,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두 개씩이나 만들어 먹었다.
북쪽은 확실히 코나보다 날씨가 좋지 않다. 좋은 날은 한없이 좋은 것 같지만 사실은 바람과 파도가 세고 비도 종종 내려서 좋은 날도 갑자기 안 좋아질 수 있다. 우리는 진짜 좋은 그 좋은 날씨를 선물 받았던 것이다.
두 가족의 비치 나들이가 끝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쩐지 맛있다고 많이 먹은 둘째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
멀미나.
남편은 운전을 하다가 한 비치파크에 급히 주차를 했다.
라파카히 주립 역사공원.
좀 쉬다가 바로 출발하려고 했으나 사람들이 많이 오가길래 호기심이 생겨 안쪽을 들어가 구경하게 되었다. 600년 된 옛 마을터는 처음 본 이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했다.
트래일 곳곳에 숫자가 쓰여 있었다. 나는 걷고 걸어 10번까지 돌아보았다.
중간에는 하트모양 바위도 만났는데, 다른 사람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나만 보이나, 하트...
트래일 코스 거의 끝부분인 비치의 모습이 정말 말신비로웠다.
큰아이는 고 잠시를 못 참고 비치에 들어갔었다. 알알이 맨질거리는 작은 돌멩이 해변은 나라도 못 참지~
작은아이는 나뭇가지가 신발을 살짝 뚫어서 조금 아파했다.
너무 멀어서 이번 여행 중에 또 오게 될까 생각을 했지만, 날씨가 허락된다면 당연히 OK.
그리고 이곳 역사공원도 당연히 OK. 다음엔 수건정도만 챙겨 와 봐야겠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요즘 부쩍 수다 떠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렴. 지금 서로를 존중하는 이 멋진 모습이 당장 내년에도 그대로이길 바란다.
작가의 변: 매일 밤 쓰던 브런치. 시차 적응이 되기도 전에 시작해 힘겹던 차에 하루를 미루어 하와이 시간으로 다음날 낮에 발행하는 루틴으로 바꾸려고 하다가 계산이 잘 못 된건지 하루가 통째로 날아간줄도 모르고 체크를 잘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다시, 이미 발간한 브런치에 손을 대버리게 되었다. 잊혀질 뻔 한 24일차의 이야기를 이곳에 남긴다.
Day24_주일
웨스트 하와이 주님의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의 설교는 객을 위한 말씀이 아니라 더더욱 깊은 은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 또한 올어라운더 사모님이 주일학교를 맡아주셔서 더 풍성한 주일을 보냈다.
오후에는 자주 언급됐던 그 코나사는 한국인 친구의 집에 놀러가서 수영을 했다.
물의 깊이가 깊어 아이들이 원없이 다이빙을 했다.
나도 간만에 들어갔다가 보기 좋게 물을 먹었다.
저녁은 세이프웨이에 가서 잠시 간식 장을 봤다.
이수가 이곳에서 유독 사달라는 것이 많다. 간식도 그러하다. 남편은 드디어 아이답게 원하는것을 조르는 딸아이를 거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