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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유 Jul 06. 2024

대학에 막 입학한 1학년이 동아리 만들기를 시도했다

대학생과 좀 이상한 출판사 (2) - 동료만들기

언니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반 년쯤 뒤에, 나는 무사히 대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한 과는 국어국문학과였다.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면 분명히 이런 책 만들기 이야기에 누군가가 반응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입학하자마자 국어국문학과가 생각보다 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생각보다 국어국문학과의 성비가 고르다는 사실은 차처하고, 생각보다 국어국문학과에는 국어를 좋아해서 오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공식 문서에서 제대로 된 단어를 쓰겠다고 찾아온 이상한 사람은 나 하나였고, 미컴과 입시를 실패해서 온 사람이 두엇 있었다. 그 뒤 대부분의 사람은 한 학년에 10% 인원에게만 부여하는, 한 학년에 33명이었기 때문에 딱 3명까지만 할 수 있는, 교직이수를 노리고 온 사범대 입시 실패 인원이었다. (이 풍조는 학년마다 다르긴 하다. 일단 지금은 교직이수가 없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연영과나 문창과 입시에 실패하고 여기 온다.)


그런 상황에서 나랑 같이 책을 만들어줄 사람이 과연 있을지, 나도 모르게 속이 갑갑했다.




1학년 1학기 초반의 의무 교수 상담 시간에, 나는 전공 교수님에게 내가 이러한 것을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교수님께서는 재밌어보이는 아이디어이니 동아리를 만들어보아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교수님이 재밌겠다고 하셨겠다, 일단 냅다 동아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1학년 1학기에 동아리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학교 측의 누군가에게 했는데, 지도 교수님을 구해오라고 하셨다. 지도 교수님이 구하고 싶다고 딱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데 무슨 수로 지도 교수님을 구하지? 1학년 1학기, 이제 막 입학한 대학생이 무슨 수로 교수님을 꼬시는가. 


그나마 친한 교수님은 3월 2주차에 상담한 전공 지도 교수님밖에 없다. 전공 교수님을 다시 찾아가서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동아리 지도교수님이 필요하다고. 교수님은 난색을 표하셨다. 해당 동아리 활동은 국어학적 요소가 강하니 국어학을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지도를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완곡한 표현을 듣고, 나는 다시 머리를 쥐어 뜯을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항 중 하나인데, 국어국문학과는 사실상 투트랙 전공에 가깝다. 애초에 서로 다른 전공을 한국어라는 공통점으로 묶어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각자가 어떻게 쪼개지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면 서로 다른 전공론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동참할 것 같아 참고 큰 틀만 말하자면 문학과 어학으로 쪼개진다. 당연히 두 전공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어학은 그 자질 상 과학적 성향을 갖고 있고, 문학은 예술적 자질을 갖고 있으니까. 문학 교수에게 어학적 성향을 가진 동아리를 지도하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어학 교수님을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여기서부터 사실 문제였다. 문제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내가 입학한 지 2주 정도 된 학교가 아직 낯선 신입생이라는 것이었다. 참 친절하게도, 학교는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너무 많은 전공 교수를 만나는 것을 힘들어할까봐 한 전공교수와 한 학기 내내 수업할 수 있도록 유도해두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아니어도 교수님을 찾아가는 것은 자유니까, 교수님을 그냥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한다면... 여기서 두 번째 문제를 밝히겠다. 당시 학과에는 한 명의 국어학 교수님이 계셨다. 그리고 그 교수님은 우리의 입학과 동시에 바로 안식년을 하러 떠나신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학교에는 국어학 교수님이 계시지 않았다. 


처음부터 갈 길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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