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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유 Jul 17. 2024

동아리 만들기에
코로나가 도움이 될 줄은

출판동료 찾기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1년 아닌 1년을 날리고 난 나는 아직까지도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어떻게든 동아리를 만들어 이 책을 실제로 만들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동아리를 만들 수 있을까,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19년에 입학한 나는 입학하자마자 양극성장애가 심각해져서 휴학을 하면서 중고 1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학년상 1학년이었기 때문에, 복학만 한다면 19학번 있으니까 이제 1학년만 있는 동아리 아니에요, 하고 주장할 수 있었다. 아주 치사한 편법이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이 책을 만들고 싶었다!


게다가 여기서 상황이 아주 이상하게 흘러갔는데, 두 가지 방향에서 이상하게 흘러갔다. 일단 첫번째로, 학과 내 동아리가 전멸에 달했다. 전 화에서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번은 대부분이 교직이수와 그에 따른 정교사 자격증을 노리고 입학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학과의 동아리는 친목(축구)이거나 창작(시화, 소설, 게임제작)동아리가 많았다. 이 간극 사이에서 학생들은 학과 동아리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 결과, 2020년에는 친목 동아리를 제외한 모든 동아리가 폐동아리 상태이거나 개점휴업 상태였다. 


두 번째 이상했던 것은 바로 코로나19의 발발이었다. 코로나 19가 발병하면서, 대다수의 대학들은 처음에는 휴교령을 내렸다가 비대면 형식으로 다시금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 상황이 오다보니, 그나마 살아있던 친목동아리도 힘을 쓰지 못했다. 학과 동아리가 전멸한 것이다.


나는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은 나에게 이롭다.




나는 우선 학과의 이런 저런 교수님을 찔러보았다. 혹시 지금은 내가 동아리를 만들어도 되는지, 조건이 있는지 같은 것들을 확인하고 다녔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이랬다. 일단 1학년 1학기에는 안되지만, 1학년 2학기에는 가능하다고 했다. 정규 동아리가 되려면 15명 정도가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1학년 2학기에, 15명을 모아다가, 교수님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면 가능하다는거지?


나는 태생이 이런 것을 분석하는 사람인지, 이런 상황이 오면 우선 내가 내밀 수 있는 패와 내가 내밀 수 없는 패를 구분한다. 그리고 정말 절망적이었는데, 그 상황에서는 내가 내밀 수 있는 패가 없었다. 


이런 막막한 상황이라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일단 내가 이것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을 정리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 결과적으로는 책을 내고 싶음. 

그 상황에서 내가 남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동아리를 했다는 인증, 우리가 뭘 한 것 있다는 인증. 

그런 인증은 개인이 내줘도 공신력을 갖는가? → 그럴 리 있나요

그럼 내가 인증을 내줬다고 공신력을 가질 정도의 유명세 같은 걸 가졌나? → 아니요.


나는 여기서  한 번 더 머리를 굴렸다. 그러한 공신력은 누가 주는 거더라? 하는 곳에 생각이 닿았다. 보통, 그런 증서를 발급하는 곳은 단체다. 어떤 회사, 어떤 단체, 어느 사무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후의 생각은 굉장히 빠르게 굴러갔다.


우리 학과에는 소설 창작 동아리와 시 창작 동아리가 있었지만, 해당 동아리들은 지금까지 거대한 결과물을 낸 적이 없었다. 서로 습작을 주고받거나, 학교  내에서 학교 건물 1층에서 시화 전시를 한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책을 만들어서 펀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이거다. 여기서부터 다른 동아리들과 우리가 차이가 나는 거구나!


책을 낼 거라는 부분을 제대로 밀어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나는 유일한 답을 찾았다. 


출판사, 창업하면 지금 가진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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