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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유 Jul 24. 2024

누가 그렇게 출판사를 창업해

내가.

미리 말하겠다. 나는 출판사의 ㅊ도 모르고, 출판 관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저 소꿉장난에 가까운 책을 만들 예정이었다는 것을. 물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진지하게 출판사 하려는 생각이 아닌 사람은 경쟁력을 챙기기 위해 출판사를 차리지 않는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진짜 진지하게 출판업계에 투신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내가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창업했던 2020년은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같은 독립출판계의 한 획을 긋는 책들이 제작된 이후여서, 독립출판과 1인출판이 활성화 된 상황이었다. 지금이라고 그것이 죽은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2020년엔 우리 모두 미쳤었죠, 같은 느낌?


호오,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활자중독 기미가 있지만, 독립출판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내가 텀블벅으로 물건을 후원하던 시기에는 독립출판이 활성화되어있지 않았고, 독립출판이 활성화 된 시기 이후에는 내가 텀블벅에서 하도 물건을 사서 생긴 금전감각의 붕괴를 이유로 텀블벅을 끊었기 때문이다. 난 정말 단어 그대로 아~무것도 몰랐다.


혼자서도 책을 낼 수 있다고? 그때의 내 눈에는 그것이 뭐랄까, 꼭 무료 책 나눔행사 같이 보였다. 생각보다 보수적인 면이 있는 나는, 이상한 부분에서 보수적으로 굴곤 했는데 책도 그러한 것들 중 하나였다. 뭐랄까, 자고로 책이란 출판사에서 나와서 ISBN 딱! 받고, 바코드 빡!박아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그래, 난 꼰대였던 것이다.


책은 그래야한다는 지론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책을 제작하기 위해 출판사를 차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문제는 그거였다. 당시에 나는 사회생활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스물 두 살이었고, 대학 가기 전까지는 대입에만 전념하면 좋겠다는 엄마의 의지를 받아 정말 알바고 뭐고 해본 적도 없었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개털이었다는 점이다. 개털도... 창업을 할 수 있나?


내가 생각하기에, 창업을 위해서는 뭔가... 임대된 장소와 최소한의 현금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최소한이라고 하면, 한... 천만원 정도. 해외 유학 갈 때 통장에 있는 걸 확인한다는 그런 금액 정도? 시인하겠다. 나는 독립출판만 모르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창업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창업이 아주 쉬운 편이었다. 최소한의 현금 자본력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보지만, 1인 출판사로 직원을 두지 않는다는 조건에 한하여 집주소로도 창업이 가능했다!


나는 냅다 관련 자료를 더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내고 싶은 이름으로 된 출판사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없는 이름으로 창업을 하면 된다는 거지. 구청에 가서 신고서를 작성하고 받은 신고증 가지고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 등록을 하면 된다고? 생각보다 쉬운데, 할만하지 않을까?




이제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집주소로 창업해도 된다고 엄마에게 허가받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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