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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목요 Apr 24. 2022

바다의 얼굴들

어달해변에 앉아서.



거의 매일 바닷가에 나가 바다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게 여기서 지내는 가장 큰 장점이다. 바다를 보면 조금이지만 뭔가가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매번 반가운 얼굴을 보듯 반갑다. 이럴 수 있게 된 것은 아마도 내가 바다를 떠나왔기 때문이다.


바닷가에서 살 때에 나는 그곳이 무척 외로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밖으로 나오면 바다밖에 갈 곳이 없었다. 바다는 너무 거대하고 속을 알 수 없어 두려웠고 점점 서울을 떠올리는 횟수가 빈번해졌다. 서울 사람들의 무관심함, 언제나 숨어들 수 있는 카페, 작고 인위적인 자연이 그리웠다. 그러다 정말 서울로 오게 됐다. 나의 몸만 한 트렁크에 온갖 짐을 싣고.


다시 빠르게 서울에 몸을 맞춰 살아가기 시작했다. 어딜 보든 하늘을 따라 빌딩의 외곽선이 그려졌고, 나는 하늘을 보기보다 땅을 보며 걸었다. 얼마간은 작은 자연의 조각에 만족하며 살았다. 하지만 곧 보도블록의 가로선을 보며 바다의 수평선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불쑥 속초로, 양양으로 버스를 타고 떠나곤 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바다의 얼굴들을 그리워해 왔구나. 성난 얼굴, 온화한 얼굴, 반짝이는 얼굴 모두.


나는 요즘 매일 바다에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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