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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목요 May 04. 2022

내가 떨어질 때

내 마음은 자주 가라앉는다. 무기력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곤 하는데 이건 나에게는 파도가 밀려오고 바람이 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익숙한 것이다. 그 상태를 일상생활이 가능하게끔 끌어올리는데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게 되는데, 가끔은 내 삶이 가라앉아있는 상태와 가라앉아 있는 상태를 나아지게 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상태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와서 말이지만, 작년 9월 졸업한 그림책 학교의 졸업작품은 이런 나에 대한 것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만든 작품.

무기력에 빠져 텅 빈 집 안에 누워있는 작은 나를, 또 다른 나인 거대한 내가 끄집어내어 세상을 구경시켜주는 이야기. 그리고 돌아온 집 안이 밖에서 구경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이야기.





지금 다시 보면 허점이 끝없이 보이는 작품이지만 나는 종종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가라앉아 있는 나를 일으키곤 한다. 축 늘어져 며칠동안 누워있다가도, 일어나 씻고 밥을 지어먹고 일기를 쓰고 산책을 한다. 마치 그러기 위해 만들어낸 작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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