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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목요 May 06. 2022

장미식당

 


 장미식당. 동네의 사거리에 위치한 작은 이 식당은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본래는 노란 시트지로 꾸며진 신당동 떡볶이집이었지만 매출이 시원치 않자 노란 시트지를 파란 시트지로 바꾸고 장미식당이라 이름 붙이곤 온갖 찌개와 분식류를 팔았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의 식당에 들러 종종 일을 돕곤 했다. 손님들에게 물과 반찬을 나르는 일, 테이블을 닦는 일, 쫄면의 면발을 결결이 뜯는 일. 어느 날은 늦은 시간까지 식당에 있다가 엄마와 함께 퇴근을 하게 됐다. 빨간 앞치마를 벗고 외투를 챙겨 입고 식당의 불을 끄고 문단속을 하는 엄마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엄마에게서는 앞치마를 벗었어도 온갖 음식 냄새가 났다. 말 없이 엄마와 나란히 걷던 내 머릿 속은 복잡했다. 엄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오늘에야말로 말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집이 있는 골목으로 접어들기 전 나는 우물쭈물하다 말을 꺼냈다.  


“엄마, 나 일주일에 천원이라도 용돈 주면 안돼요?”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엄마의 얼굴을 슬며시 올려다보자 엄마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슬픈 것 같기도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세를 들어 살던 단독주택의 2층으로 가만히 발걸음을 옮겼다.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어색한 우리를 비췄다.


 학교가 쉬는 날이라 낮부터 엄마의 식당에 앉아 쫄면을 결결이 뜯고 있었다. 쫄면을 먹기만 할 때는 몰랐다. 이렇게 일일이 면을 뜯어줘야 한다는 걸. 이 날은 유난히 손님이 없었다. 한 팀이 들어왔다가 식사를 하고 나가면 한참 후에 또 한 팀이 들어와 식사를 하고 나갔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더 이상 아무도 들어오지 않게 되자 식당 안은 TV소리만 울려퍼졌다.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가는 것, 과일 트럭이 지나가는 것, 길 건너 마트로 드나드는 사람들. 엄마도 부엌에 앉아있다 말고 나와서 함께 밖을 바라보았다. 엄마의 빨간 앞치마는 검붉은 국물 자국들이 눌어붙어 있었다.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엄마가 주머니를 뒤적거려 천 원짜리 뭉치를 꺼냈다. 그 중 한 장을 빼 들더니 나에게 툭 내밀었다.


“어린이날이니까.”


엄마가 지친 얼굴로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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