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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판 Jul 22. 2024

프롤로그

오케스트라는 아무나 하나 _01화

배움 중독자 혹은 자기 계발 중독자


저는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볼링, 한지공예, 우쿨렐레, 캘리그래피, 배드민턴, 초상화, 수채화, 골프, 오카리나, 장구, 테니스, 탁구, 수영 등 뭐든 관심이 생기면 일단 배우고 봅니다. 


골프를 배울 때는 연습실 사장 겸 코치님으로부터 자기가 가르친 여성 200명 중 1등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습니다. 수채화를 배울 때는 방학 때 매일 한 장씩 그려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흘려듣지 않고 연습한 결과물(허접하기 짝이 없었지만)을 내놓아 칭찬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보내준 칭찬과 신뢰가 담긴 무언의 눈빛들은 저로 하여금 배우는 자세가 진지하고 이해력이 빨라 뭘 배우든 중간은 한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플룻도 중간은 할 줄 알았습니다.


요즘도 플룻 연습이 있는 수요일은 마음이 급합니다. 퇴근하자마자 학교 체육관에서 1시간 정도 배드민턴을 치고 난 후 집에 가서 씻고 바로 출발해도 연습 시간인 7시에 가까스로 맞춰 들어갑니다. 


퇴근하자마자 1시간도 넘는 거리에서 운전해 오는 분을 빼면 실력뿐만 아니라 도착도 꼴찌입니다. 드라이기로 급하게 말린 티가 확연한 부스스한 머리(어떤 날은 물기가 촉촉한)로 연습실에 들어서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긴 호흡이 필요하고 조금만 자세가 흐트러져도 소리가 안 나는 플룻이 호흡이 짧고 반듯함이나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저와는 잘 안 맞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째 플룻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집에만 오면 누워서 생활하는 와식생활자인 제가, 8시도 되기 전부터 잘 준비를 하며 불을 끄는 자부레미인 제가, 연습 시간 내내 하품을 그렇게 하면서도 플룻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리 밝히지만, 이 이야기는 우아하거나 고상한 오케스트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플룻을 어떻게 끼우는지도 모르던 사람이 어쩌다 오케스트라단에 들어가면서 겪은 좌충우돌 오케스트라 체험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코로나 실외 마스크 해제 논의가 시작되던 2022년 4월부터 시작됩니다.





*자부레미 : 잠이 쏟아지기 직전의 조는 행위(졸음)/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


* 플룻 or 플루트 : 표준어는 '플루트'이나 유인물에 적힌 것을 그대로 옮길 때 빼고는 플룻으로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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