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여행 ①
몰타(Malta)는 현지에서는 ‘말타’에 가깝게 발음한다. 이 발음을 정확히 아느냐로 몰타를 다녀왔는지를 가늠해 본다는 말도 있다.
시칠리아섬에서 남쪽으로 97km 떨어진 몰타는, 몰타섬과 코미노섬, 고조섬 등 여섯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작은 나라다. 인구는 자료에 따라 약 50만 명 전후. 크기는 작지만, 역사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몰타는 신약성서 사도행전에도 등장한다. 사도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던 중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되고, 수십 일을 표류하다가 기적처럼 도착한 곳이 바로 이 섬이다. 당시 기록에 등장하는 ‘멜리데섬’이 오늘날의 몰타섬, 그중에서도 임디나(Mdina) 일대라고 전해진다.
카르타고와 로마 제국, 시칠리아 왕국, 에스파냐 왕국을 거쳐 1800년부터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1964년 독립해 현재는 영연방 국가로 남아 있다. 공용어가 몰타어와 영어인 덕분에 영어 연수를 위해 찾는 젊은이들도 많다. 온화한 날씨, 아름다운 풍경, 비교적 합리적인 물가까지 더해져 매력적인 여행지로 손꼽힌다.
2019년 5월, 우리 부부는 시칠리아 여행을 마치고 몰타로 향했다. 포잘로 항구에서 배를 타고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 도착하기까지 약 1시간 45분. 밤늦게 도착한 항구는 고요했고, 다음 날 아침에야 비로소 몰타의 색이 눈에 들어왔다.
연한 황톳빛.
몰타는 그렇게 우리를 맞이했다.
먼저 발레타 항구에서 고속페리를 타고 고조섬으로 향했다. 바다를 가르며 달린 시간은 45분 남짓.
간티야 신전에서 선사시대를 마주하다
고조섬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청동기시대의 거대 구조물, 간티야 신전(Ġgantija Prehistoric Temple)이었다. 몰타섬과 고조섬에는 기원전 3600년에서 700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석 유적이 일곱 곳 남아 있는데, 이를 통틀어 ‘몰타의 거석 신전’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간티야 신전은 튀르키예의 괴베클리 테페가 발견되기 전까지,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독립 건축물로 알려져 있었다.
신전으로 들어서자, 형태를 온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거대한 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선사시대의 공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선사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무거운 돌들을 옮기고 쌓았을까.
신전 내부에는 신전에 대한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이 지닌 고고학적 의미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간티야 신전은 198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옅은 황톳빛으로 다가온 중세 요새, 더 시타델
노천카페가 늘어선 인디펜던트 광장을 지나 완만한 언덕을 오르자, 육중한 요새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중세 요새 마을 ‘더 시타델(The Citadel)’이다. 고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던 이곳은 두꺼운 석벽과 방어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다. 남쪽에는 16세기 성 요한 기사단이 재건한 성벽이, 북쪽에는 중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오래된 성벽이 이어진다.
시타델 안쪽의 풍경은 한결 부드러웠다. 연한 황토색 건물들, 아치형 골목, 흰빛 돌바닥이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요새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조섬의 풍경 또한 인상적이다. 바다와 마을,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에 오르자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모자가 날아갈 듯해 모자를 쓴 채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매고,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바람과 풍경을 함께 맞았다.
고조 대성당, 천장에 그려진 돔
시타델 중심에는 고조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크 양식의 이 성당은 외관만 보면 비교적 소박한 인상이다. 하지만 내부는 붉은색과 금빛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고 한다.
원래는 돔 형태의 천장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재정 부족으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대신 천장이 돔처럼 보이도록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실제로 보면 착시가 느껴질 만큼 정교하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내부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5월 초인데도 고조섬의 날씨는 뜨거웠다. 인디펜던트 광장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잠시 한숨 돌렸다.
호텔에서 보내는 느린 오후
몰타섬으로 돌아와 오후는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우리가 머문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야자수가 늘어선 정원을 품고 있었고, 그 모습은 전형적인 휴양지의 풍경이었다.
호텔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바다가 펼쳐진다. 호텔과 그 주변을 천천히 거닐며 반나절을 보냈다. 여행의 속도를 잠시 늦추자,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얼마만큼은 풀리는 듯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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