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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머핀 Jun 18. 2020

[김머핀의 인스턴트 에세이] 코로나와 유토피아

뉴질랜드 생활 속 3분 감성 이야기

 
 뉴질랜드가 국내 코로나 환자(보균자) 0명을 기록하며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 이 기사가 나가자 한국에서 지인들이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고 기사 댓글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전부터 코로나는 워낙 강력한 이슈였고 이나라 저 나라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한국의 위상이 엄청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막연히 “독일 살아요.”, “뉴질랜드 살아요.” 하면 “좋은 곳 산다”라며 내가 이 사회에서 느끼는 부조리와 힘듦을 “한국에 비하면 훨씬 좋은 곳 살면서 왜 그래”라며 가벼운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 공간을 벗어났기에 누릴 수 있는 억압에서의 자유도 분명 있다. 허나 이전 사회의 굴레와 억압에서 벗어났다 한들 “외국인” 그리고 “동양인”이라 내게 씌워지는 새로운 프레임들이 나를 옭아맨다. 밑바닥이 없는 기분. 그리고 사람들의 무지와 내가 느끼는 이질감과 싸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의 노력이 한국에서 살아남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어 버리면 허탈감을 느끼곤 했다.

유럽이라, 미국이라 선진국이라 그들이 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보다 “선진”이라는 생각은 사실 너무 우스운 것이었다. 어느 나라나 “선진”적인 면도 있고 “후진”적인 면도 있다. 물론 사고방식이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상이 나라마다 다 다르고 그러기에 외국에서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식견이 넓힐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차별, 부조리, 불공정, 분노, 또라이(세넓또많)는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 추구하는 것들은 어디에서나 거의 다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인간의 본질은 다 같다. 그것을 어떤 형태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풀어나가느냐가 그 나라의 지나온 역사와 가치관을 표현해준다.  

다른 나라보다 GDP가 뒤쳐진다 하더라도 생각과 인식까지 뒤쳐질 수 없고 그저 다른 것일 뿐임에도 우리는 어느새 잘 사는 나라는 좋은 나라, 선진국. 못 사는 나라는 나쁜 나라 후진국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곤 한다. 물론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그 인식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많이 바뀐 것 같다.

이번에 질서를 잘 지키고, 개인의 자유를 그 어떤 나라보다 존중해준다는 평을 듣는(한국에서 보는 이미지일 수도 있지만 여튼) 나라들이 대참사를 겪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이라 불리던 나라들의 민낯이다”라고 평가하지만, 글쎄 내가 보아온 몇몇 나라들은 원래 그랬다. 기차가 제시간에 오면 이상하고, 출근길 전차가 전 전역에 있다는 표시가 5분째 이어지더니 갑자기 그 차량이 사라지고 다음 차는 20분 뒤에 온다거나, 지하철이 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문 열고 운행하고, 가다가 중간에 이유도 안 알려주고 다 내리라고 하고 떠나 버리거나, 고속 열차가 표에 적힌 시간보다 20분 먼저 출발해서 기차가 플랫폼에 없어도 한 시간 전에 와서 기다리지 않은 내 잘못이라는 그런 모습들. 아닌척하지만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모습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신경 쓰지 않고,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책임은 너의 몫이다”라는 생각들이 어우러져서 지금의 그 나라들의 모습을 이루고 있고, 그런 모습들이 쌓여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

잘하고 잘못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어야 할 것들은 각 나라의 이른바 “미개함”과 “성숙함”이 아니라 어떤 것이 효과가 있었고, 어떤 것을 어떻게 취해서 우리에게 적용해야 하는가인데, 가끔 온라인에서 보면 누가 더 잘했고 누가 더 미개한 나라인지 가려 순위를 매기거나 무조건 까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슬프다.

나는 사실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당장 이 곳 뉴질랜드만 하더라고 5년째 열심히 삶을 살아나가는 가족이 한 명 있고, 독일은 주변인이 너무 많이 살아서 제2의 마을 같은 느낌이고 영국, 베트남, 일본 등등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 다 해외에 살고 있다. 그렇게 내가 직접 체득한 경험과 들어서 알고 있는 지식들을 종합해서 감히 판단 내려보자면, 사람 사는 곳의 모양은 다 다르지만, 그 본질은 모두 같은 것 같다. 복지가 좋고 질서를 잘 지키는 성향을 가진 나라든, 느긋하고 여유 있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나라든 어느 곳이나 장단점은 다 있다. 어떤 한 나라가 절대적인 이상향은 될 수 없다.

뉴질랜드만 하더라도 발 빠르게 대처해서 초기에 국경을 폐쇄하고 전 국토 이동 금지를 걸어 코로나 청정국의 자리를 따냈지만, 해외 유입은 여전히 고민거리이고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지 며칠 만에 영국에서 들어온 뉴질랜드 국적자의 확진으로 다시 코로나 환자가 2명이 발생했다. 그러거나 어쩌거나 여기서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쓰고(주로 아시아인) 이제 끝이다 상관없다 하고 놀 사람들은 시티 클럽에 줄을 선다.


이나라는 이래서, 저나라는 저래서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지만 결국 어디에서 살든 완벽한 곳은 없고 본인이 어떤 것을 추구하고 초점을 맞추어 사는지가 중요하다는, 너무 당연한 진리를 요새 들어 더욱 체감하고 있다. 이 이후에 세계가 어떻게 굴러갈지는 잘 모르지만 어디에 있든 중심을 잡고 사는 것. 그것을 소소하지만 큰 인생의 목표로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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