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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머핀 Apr 08. 2020

[김머핀의 인스턴드 에세이] 손 한 뼘의 거리

뉴질랜드 생활 속 3분 감성 이야기



“사람 사이에는 꼭 적당한 거리가 있는 거 같다. A와는 이만큼, B와는 이만큼. 하지만 내가 설정한 그 심리적 거리가 항상 최적의 거리는 아니다. 나를 둘러싼 문제들이 너무 숨 막혀서 내 마음의 울타리 안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을 때, 그런 날 위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단 누군가가 한발 뒤로 물러나 주는 기다림을 보여줘서 위로받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 같다. 뉴질랜드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이 생필품 조달, 약국이나 병원 방문, 동네 산책(혼자서, 타인과 2m 간격 유지해야 함. 아이들의 경우 보호자 한 명만 동반 가능)을 빼고는 집 밖을 나올 수 없는 록다운(lockdown)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행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테디베어 헌트”. 학교에 가지 못하고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서 답답하고 따분한 아이들이 잠깐 동네 산책 나왔을 때 찰나의 기쁨과 찾는 재미를 느끼라고 창가에 작은 곰 인형을 올려놓는 것. (사실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만나지 못하고, 볼 수도 없고, 대화를 나눌 수 없지만, 같이 힘내서 이겨내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그 마음은 창가에 놓인 작은 곰 인형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우리 집은 뉴질랜드에만 사는 새, 푸케코 인형이다. 나름 인사하려고 날개도 한 쪽 올려줬다. 근데 2층이라 보이지 않는 것이 함정.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물리적 거리는 2m. 하지만 서로의 그런 배려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 거리는 손 한 뼘 만큼의 거리, 20cm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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