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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머핀 Apr 22. 2020

[김머핀의 인스턴트 에세이]  치킨이 오기까지는

뉴질랜드 생활 속 3분 감성 이야기



날씨가 흐려서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계절은 부지런히 일을 해

어느새 나무가 가을을 입었다.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록다운(레벨 4)도 다음 주 화요일이면 끝이 난다. 그다음에는 레벨 3로 전환된다. 솔직히 지금이랑 거의 비슷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자유가 더 허락된다.


 일단 외식을 할 수 있다.

물론 비대면으로 포장해서만 가능하지만, 일단 남이 해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엄청나게 기쁘다. 매일매일 뭐 해 먹다가 끝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지겹다. 아침을 원래 안 먹어서 망정이지, 아침까지 챙겨 먹었어야 했으면 정말 암담했을 거다.


 요리도, 살림도 좋아하는 나지만, 그리고 자타공인 집순이인 나지만, 그럼에도 삼시세끼 집에서 챙겨 먹는 것은 정말 고되다. 쌀도 너무 빨리 떨어지고, 냉장고에 오래 묵은 재료들까지 다 털어먹고 나니 또 2m 간격으로 줄 서서 몇십 분씩 기다려 겨우 입장해 신경을 곤두세운 채 장을 봐야 하는 요일이 돌아온다.


 그야말로 다른 의미의 “먹고사는 전쟁”이다. 인류는 점점 진보해 그럴듯한 한 끼를 가질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요새는 태초의 채집의 삶이 문득 궁금해진다.


 아, 하지만 내 입과 배는 이미 과일과 채소를 따먹는 걸로는 채워지지 않게 되었으니 이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이렇게 긴 넋두리를 써놓았지만 결론은 사실 한 가지.


 치킨. 치킨이 너무 먹고 싶다.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옷에 육즙 가득한 부드러운 고기를 베어 물면 짭짭한 감칠맛이 내 미뢰를 후려치는 그 자비라고는 없는 음식이 너무 먹고 싶다. 사실 내 최애는 간장치킨이지만, 이 땅에서 간장치킨, 양념치킨 먹으려면 차 타고 3,40분을 달려 시티로 가야 한다. 버튼만 눌러 우리 집으로 가져다주는 그런 호사는 기대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차를 타고 나가는 수고는 기꺼이 감수해줄 터이니 제발 팔기만 해 다오, kfc 스파이시 치킨 버킷.


한국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 브랜드는 단연코 “아웃닭”이다.


치킨이 오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레벨 3를.


잔인한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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