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야생 Sep 15. 2021

수박에 이어 포도까지...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봄부터 예사롭지 않던 날씨.. 밥상 위협하는 기후위기, 어쩌면 좋을까요

오래만에 하늘이 말갛게 개었다. 마음까지 환해진다. 여름 장마철에도 이렇게 비가 내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다행이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를 지나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을 때, 불볕더위가 물러간 것에 안도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가을 장마'가 시작되었다. 물러갔던 한숨이 다시 돌아왔다. 따가운 가을 햇볕을 받으며 벼가 누렇게 익어야 할 텐데... 사과도 햇빛을 많이 받아야 빨갛게 익는다던데...

가을 장마로 혹시라도 농부들의 수고가 그만큼 결실을 맺지 못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덩달아 '밥상 물가는 얼마나 더 오를까', 마음 한켠에 슬며시 걱정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도시 농부의 비애... 그래서 더 걱정스런 밥상 물가

                              

▲ 아파트 축대를 따라 채소를 가꾸고 있는 도시 농부들(위), 길가 작은 공터에도 도라지와 토란을 심었다(아래).ⓒ 박미연


농사란 것이 날씨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 코 앞에서 보게 된 것도 걱정을 키웠다. 우리 동네는 사람들이 어찌나 농사에 열을 올리던지, 손바닥 만한 땅이라도 있으면 빼곡히 채소를 심는다. 고추, 들깨, 호박, 도라지, 토란...


날마다 지나가는 산책로에 눈에 띄게 열심히 채소를 가꾸는 분이 있었다. 아직 불볕더위가 한창일 무렵, 네모 반듯하게 밭을 만들고, 벽돌로 예쁘게 테두리를 단장한 후 무언가 씨를 뿌렸다. 하루이틀 지나며, 싹이 나고 잎이 자랐다. 상추랑 열무였다. 따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셨겠지.


그런데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어린 상추와 열무가 흙을 뒤집어 쓰고 쓰러진 것 아닌가. 이걸 먹을 수 있으려나. 역시나 어느날 그 분은 밭을 갈아엎고 까만 비닐을 씌우고 구멍을 뚫어 또다시 씨앗을 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싹이 나오는 것을 보니, 김장을 겨냥한 무 같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가을 장마'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린 싹들이 속수무책 피해를 입고 말았으니... 그분은 또 다시 씨앗을 심고 있었는데, 한 달 동안 같은 자리에 세 번이나 씨앗을 뿌린 것이었다. 이번에는 잘 되어야 할 텐데...


날씨를 못 이기고 이렇게 스러져간 도시 농부의 수고와 어린 싹들을 보니, 우리집 밥상에 올라올 쌀과 채소와 과일의 안부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내 수박을 제대로 사먹지 못한 아쉬움도 걱정으로 변했다. 우리집 식구는 여름 과일 중에 수박을 제일 좋아한다. 예년 같으면 한 주에 한 통 정도는 수박을 먹었을 텐데, 지난 여름에는 달랑 두통 밖에 먹질 못했다.


여름만 되면 수박, 수박 노래를 부르던 옆지기도 수박이란 이름을 못 내뱉을 정도로 수박 값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작년엔 1만 5천원이면 크고 좋은 놈을 고를 수 있었는데... 올해는 2만 5천원을 훌쩍 넘었으니 장바구니에 담을 엄두도 못 냈던 거다.


옆지기는 장볼 때 꼼꼼하게 가격을 살피지 않는다. 얼마에 샀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한다. 그런데 수박 값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도 수박 값의 폭등이 놀라웠나보다. 우리는 '최애' 과일 수박을 포기하고 여름 내내 물릴 정도로 참외만 먹었다.


다행히 포도의 계절이 다가왔다. 장을 보러 나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포도 3kg에 3만 원 정도인데, 이거 사?"

"와~ 그렇게나 비싸!? 에구구, 참외나 먹자."

"참외도 끝물이래. 지난 번에 한 봉지에 만 원 하던 것이 2만 원으로 올랐어."

"그래? 그럼 다른 것 뭐가 있어?"

"음, 보고..."


결국 그가 사가지고 온 것은 가을 자두였다. 10개 될까말까 한 것이 2만 원이란다.


"이렇게 비싼 걸 사오면 어떻게  해!"

"이것도 마지막 남은 것, 간신히 사온 거야."



기후 위기... 우리들의 밥상까지


▲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3일 청량리 청과물시장 모습.ⓒ 연합뉴스


어쩌면 밥상 물가 상승은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봄부터 날씨가 이상하지 않았던가. 기상청에 의하면, 3월 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았고, 서울 벚꽃 개화는 1922년 관측 이래 가장 빨랐다. 4월엔 한파와 초여름 날씨가 동시에 나타났다. 5월은 최고 기온이 역대 4번째로 낮았다.


여름은 어떠했나. 연일 체감기온 40도를 육박하는 최악의 폭염이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도 열돔 현상, 산불, 홍수로 몸살을 앓지 않았던가. 얼마 전에는 '가을 장마'라는 이름으로 비가 내리기도 하고. 이런 현상은 단순한 날씨의 변덕이 아니다. 모두가 우려하는 기후변화,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채소와 과일 값의 폭등은 이상기온으로 말미암은 것이겠다. 올해 과일 농사에 큰 타격을 준 과수화상병 등 각종 질병이 이상기온 때문 아닐까. 게다가 잦은 비로 작황 부진까지 겹쳤다고 하니, 앞으로 농산물 가격은 더 오르리라는 것이 시장의 예측이다.


기후위기가 이렇게 우리들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기에, 추석을 앞두고 다들 걱정이 태산이다. 조상들의 제사상에 올릴 과일과 가족 친지들의 밥상에 올릴 채솟값이 얼마나 올라갈지.


이런 사정을 모르는 척, 추석 휴가를 생각하는 옆지기의 해맑은 소리에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추석이 기대되지 않아?"

"왜? 나는 별로!"

"내가 어떤 요리를 할지 말야. 애들도 한 가지씩 특별 음식을 만들어야지?"

"그럼 나야 좋지~."

매거진의 이전글 일주일에 청소 한 번만 하자, 굴러들어 온 행복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