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서 평

집안일 철학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

by MJing

일요일은 집안 일을 하는 날이다. 보통 일요일에는 큰 약속을 잡지 않고 오전에는 운동을 갔다가 잠깐 친구들을 만나 하루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류를 한다. 이건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바쁜 하루를 보내더라도 어느 정도의 말을 하지 않으면 하루 말미에 공허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요일 집안일은 보통 빨래, 청소 그리고 요리로 나누어 진다. 일주일에 2번 하는 빨래지만 일요일 빨래는 조금 더 양이 많다. 일주일에 한 번은 빨아야 하는 것들을 빨기 때문이다. 청소는 주중에 1번 오시는 청소 서비스가 있어서 조금 부담을 덜었다. 그래도 월요일 시작을 상쾌하게 하기 위해선 깨끗한 청소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해두고 저녁을 요리 하는 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집안 일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집안일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보다는 귀찮은 일이 가깝다. 그래도 이 집안 일은 끝내놓으면 바로 보이니 성취감과 만족감이 크다. 귀찮음은 이 시각적 만족감으로 극복하고, 집안일 특유의 지루함은 약간의 개똥철학을 더해 진행 한다.

빨래부터 시작해 보자. 요즘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건조기가 말려 주어서 부쩍 편하다. 베트남의 물과 오염을 생각해 보면 귀한 옷을 입는 건 부담스러워서 질이 좋고 값이 적당한 옷들을 입기 때문에 빨래를 하는데 큰 정성을 쏟지는 않는다. 이렇게 부담 없는 집안일은 시작하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빨래의 가장 귀찮은 점은 빨래를 개켜야 한다는 것이다. 보송보송하게 말려져 건조기에서 바로 나온 옷감들에 냄새는 좋지만 그걸 하나하나 개키는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효율을 생각하기 보단 우선 하나 하나 개켜나가는 것이 좋다. 다만 개킨 것을 둘 때 종류별로 구분을 해 두는 것이 좋다. 이러면 나중에 옷장에 넣는 수고로움이 줄어든다. 옷장이 잘 정리 되어서 어떤 것들을 어디에 넣으면 되는지 명확하게 구분 되어 있다면 더 좋다. 그렇게 된다면 빨래를 개키기만 해도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빨래는 기본적인 정리가 잘 되어 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빨래가 유난히 힘든 날에는 옷장 정리가 안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보는 것을 추천하다.

청소는 조금 전략이 필요하다. 크게 나누어 안방과 화장실 복도 부엌 그리고 거실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화장실을 먼저 선택하는 편이다. 보통 화장실 청소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마지막으로 가게 되면 정작 중요한 부분인데 최소한만 하고 넘어 가게 된다. 하지만 최소한의 청소는 충분하게 깨끗해지지 않기 때문에 주중에 괜한 찝찝함을 피하기 위해서는 화장실을 먼저 끝내 놓는 것이 좋다.

화장실이 끝나면 안방을 시작한다. 안방은 거실 보다는 좁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 바로 시작하기 적합하다. 이불을 정리하고 바닥을 쓸고 화장대 같은 것을 정리하고 마무리 한다. 물기 있는 걸레로 먼저 닦아야 하는지 먼지를 먼저 닦아 내야 되는지에 대한 간에 공방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주간청소는 1시간 내로 끝내야 되기 때문에 보통 먼지를 닦고 바닥에 닫는 발에 감촉이 좋은 정도면 충분하다. 같은 방법으로 거실까지 마무리 하고 그동안 어지럽혀진 소파나 테이블 등을 정리하고 주중에 먹은 영양제 같은 것들을 채워 두면 다음주를 위한 청소가 마무리 된다. 이 청소에서 중요한 것은 잠시 앉아서 쉬지 않고 1시간 이라는 시간을 정해 두고 끝낸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시간 짜리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면 좋다. 청소가 마무리 되면 비로소 앉아서 내가 청소 하는 동안 바쁘게 나를 쫓아다닌 고양이를 안아주고 잠시 쉰다.

요리 자체는 대단히 즐거운 일이지만 아쉽게도 요리를 정리 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특히 설거지는 제일 좋아하지 않는 집안일이다. 밥을 먹고 난다음에 배가 불러서 더 귀찮고,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들은 유쾌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니 시작해 보자. 설거지를 할 때는 2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오염도가 심하지 않은 것들이 잔뜩 쌓여 있을 때는 빨래 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선 시작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요리를 하다 보면 기름이나 양념장 같은 것들이 많이 묻은 그릇이 있긴 나름인데 그럴 때는 이 오염도가 심한 것을 먼저 정리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오염이 심한 것들이 꼭 다른 것들을 더럽혀 아무리해도 제자리걸음이 된다. 오염이 심한 것은 애벌 세척을 하고 전체를 한번 물로 덮어주어 그 기름이 다른 것들을 더럽히지 않도록 한다. 수고로움이 있지만 굳이 이 과정을 감수 하는 이유는 그만큼 내가 설거지를 두번 하는 걸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마 설거지가 유난히 귀찮고 싫은 이유는 이것을 그냥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씻을 때도 그렇지만 그릇을 헹궈낼때도 작은 것부터 정리를 해 나가야지 한정된 공간에 모든 것들을 정리해서 넣을 수 있다. 설거지의 특성상 정리가 잘 되지 않으면 물이 흥건해서 나중에 청소를 1번 더 해야 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하지만 요리를 하는 즐거움이 있고 먹었을 때 행복감이 있기 때문에 이 수고로움을 즐거움을 먼저 경험한 댓가라 생각하고 겸허하게 받아 드린다.

이 모든 과정은 지나치게 바쁘지 않지만 오후 8시를 넘기지 않도록 진행 된다. 오늘 하루는 이 모든 것들을 잘 진행했다. 좋은 일요일 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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