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서 평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고인 게 나는 아닌지?

by M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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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하노이는 부쩍 더워져 주말 동안 낮 온도가 36도까지 올라갔다. 대기질은 그닥이라해도, 하늘이 이렇게 파랗다면 창문을 열어줘야 한다. 창문을 열고 고여있던 집안 공기를 환기하며 청소를 하다 보니 더위에 땀이 뻘뻘 나다가도, 신선한 공기에 뭔가 새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다 마음의 환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고인 생각을 빼고, 너저분한 고민들을 정리하고. 깨끗해보였던 바닥을 청소한 청소기 필터가 더러워져있는 걸 보며 이게 다 잡생각이로구나 하는 것이다.

청소에도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듯, 마음의 환기도 그렇다. 어떤 것은 루틴으로 환기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대화를 통해 환기되는 것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관계, 성취, 혹은 불만에 관한 것은 대화하며 환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영어로는 Venting이라고도 하는데, 쏟아내듯 이야기를 하며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며 정리되는 것들이다. 주제나 상황에 땨라 대화가 편한 친구들이 있기도 하고, 자주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되도록 같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는지 주의한다. 2번까지는 대부분 괜찮지만, 세번째부턴 나에게는 그것이 매몰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모든 관계, 성취, 불만은 나아가야 한다고 믿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은 나에게는 중요하게 생각되어도 듣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순간일 뿐이니까. 같은 불만, 같은 관계, 같은 성취를 세번이상 말한다는 건 거기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런 매몰은 환기될 필요가 있다. 이런 대화를 환기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환기해야 한다.

나를 환기하는데에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스스로에게 왜를 질문하는 것이다. 이건 남이 해주면 약간 공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특히 질문이 자연스러운 환경이 아니었다면 더 그렇다. 나 스스로에게 왜 를 던지다 보면, 생각보다 엄청나게 깊게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쩔 땐 정말 어렸을 때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일 때도 있고, 어쩔 땐 스스로의 자격지심일 때도 있다. 혹은 잘못된 관계를 일찍이 끊어내지 못했다로 시작된 것이 왜 이런 관계에 이런 감정을 바라게 되었는지를 질문하다 보면, 내가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싫은 두려움을 피해 애꿎은 관계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게 내 건강하지 못한 방어기제였다는 것도.

이건 비단 남과의 대화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불만에 매몰되면 자꾸만 속을 긁어내게 된다. 일상의 감사함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럴만한 사람들이나 그러지" 같은 박탈감 느껴지며 일상이 지옥이 된다. 어떤 경우에도 같은 불만을 세번이상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불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니, 가능한 빠른 해결책을 찾거나 대안을 찾는다.

성취에 매몰되는 순간 비교가 시작된다. 모든 성취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비교가 시작되면 시작이 두려워지고, 과거의 성취에 매몰되는 순간 비교의 높이는 우물의 높이가 되어 나를 가둔다.

관계에 매몰되는 순간 내 감정의 조종석을 타인에게 주는 꼴이다. 저 사람의 하루에 찰나였을, 어쩌면 너무나도 기막힌 우연에 의해 일어났을 수도 있는 것에 내 감정을 내어주는게 얼마나 기막힌지.

그렇게 곳곳에 왜 를 던지며 환기를 하다보면 꽉 차있던 마음에 틈이 생기며 공기가 통한다. 같은 사람들과도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법이다. 쏟아내는 것이 매번 같을 땐 내 안에 있는게 뭔지를 봐야지. 필요하다면 먹는 것이라도 바꾼다. 때로는 영양제라도. 쌓여버린 먼지를 털어내고, 들끓던 감정의 온도를 잠시 낮추고 나면, 다시 살아갈 작은 여백이 생기니까. 반복되는 대화보다 중요한 건 나에게 스스로 묻는 일이다.

왜 이 감정이 생겼는지, 왜 이 관계에 기대는지, 왜 지금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여름이 시작되었다. 이제 마음의 바람도 한번쯤 불어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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