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서 평

하늘이 생각보다 넓거든요

돌아도 보시면 뭐가 보일지도요

by M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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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하늘은 다이나믹하다. 널뛰는 날씨만큼이나 다이나믹 해서, 어떤 때에는 자로 잰 듯이 먹구름이 끼기도 하고, 위의 오른쪽 사진은 푸른 하늘 처럼 나와버렸지만 사실 저게 다 잿빛이었더랬다. 그리고 오른쪽과 왼쪽은 같은 날, 같은 공간, 바로 90도 시야 차이로 펼쳐진 하늘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고, 하늘에 빛 한줄기가 새는 것 같고. 그런 날씨를 기분에 빗대는 표현들은 으레 드라마틱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뱃속에 뭐가 들어찬 것처럼 이라는 표현은 어떤 상황에서는 역겨움을 표현하는 것 처럼 쓰일 때도 있고 설레임을 표현할 때도 있다. 그런데 뛸 듯이 좋은 일에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고, 나쁜 기분에 아 마음에 볕이 드네! 하지는 않으니까. 아마 아주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부터 바라보던 하늘에 대한 기억이, 푸르고 흐리고 멀고 가까웠던 그 느낌이 모두에게 어느정도는 동일했던 것일까?

저 날은 괜한 피로를 짊어지고 집 옥상에 올라갔던 날이다. 별 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뭔가 잘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미팅에 자잘한 실수가 있었고, 미팅의 방향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못했고, 소문만 무성한 인사이동은 피곤했다. 그 와중에 혼자 하던 사이드 프로젝트가 자꾸 밀리는 것이 싫다 하다보니 옆의 친구도 괜히 거슬리는 것이다. 그런 속도 없는 미움들은 더 무거운 법이다. 미움의 속이 비는 것은 사실 그 대상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 자꾸 나 스스로에 대한 미움을 채워넣기 때문이다.

그렇게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봤더니 이게 왠걸 하늘이 잿빛이다. 6시밖에 안되었는데 일몰은 커녕 꿉꿉해보이는 잿빛 하늘이 가득이다. 이건 12월부터 봤는데 하며 하노이 탓을 하려다 고개를 조금 돌리니 거기 또다른 하늘이 있었다. 호수 위로, 약간의 구름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 약간의 노을이 펼쳐져 있었다. 구십도 남짓한 시야 차이에도 이렇게 다른 하늘을 번갈아보다, 있었던 일들도 짚어보았다.

내려오는 계단에서 실수를 시정하는 메세지를 보내고, 미팅의 방향이 바뀐 이유를 살피고 보완할 점을 찾으며 정리를 다시했더니 그렇게 많이 바뀐 것도 아니었구나 싶었다. 사이드프로젝트의 투두를 좀 더 작게 쪼갰다. 그날의 기분은 그렇게 정리되었다. 그렇게 해가 지기 전에 운동에 달려가 땀을 빼고 아주 작은 사이드프로젝트의 할일을 마친 뒤 꿀잠을 잤다. 인사이동은 내가 희망했던 대로 이루어졌다.

그 날 배운 것은 하늘을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하면서 자꾸 눈을 크게 뜨려고했던 것 같다. 고개를 꼿꼿이 들고 눈을 크게 뜨고 시야를 넓히려니 곁눈질을 하게 되어버리더라고. 곁눈질은 질투할때도 한다. 짜증낼때도 side eye를 하고. 보고 싶은 것이 있어 시야를 넓혀야 할 때는 그냥 고개를 쪼금만 돌려보기로 한다. 고개에 힘을 빼고 옆으로 돌려도 보고 숙여도 보고 올려도 보면 절대로 곁눈질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인다. 하늘은 무너지기도 하고 잿빛도 되지만, 그것 분명 사실이지만 하늘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로. 하늘이 크다는 사실만 알고 있음 요기 하늘이 무너져도 저기 하늘을 보면 된다. 아냐. 하늘이 무너졌다는 건 그 위로 가는 창이 생겼다는 거 아닌가? 그럼 더 큰 하늘을 준비하면 된다. 오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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