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두리스트 대신 "돈두리스트"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명찰표와 같이 얻는 것이 "주말"에 대한 강박이 아닐까? 나의 업무가 재미있는지 아닌지를 떠나, 이 일이 너무 좋고 말고를 떠나 당연한 듯이 월요일은 딱 두배 고되고, 주말은 곱절로 빠르다. 그렇게 자꾸 주말이 숙제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불금"을 외치는 이유가 금요일에는 마법처럼 체력이 솟아나서가 아니라, 금요일에 나가 놀면 주말이 연장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의무처럼 금요일 약속을 잡았다. 토요일에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괜히 아쉬운 마음에 토요일도 간단한 약속이라도 잡고, 일요일엔 집안일을 처리하고 장을 보고. 그렇게 살다보면 주말이 빠르지 않을리가. 일요일 저녁엔 뭐했는지도 모르게 비어버린 통장과 함께 멍하니 숏츠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주말에 많은 일들을 하는 건 좋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늘어지게 잠만 자는 것도 싫지만 그렇다고 주말이 숙제처럼 느껴지고 주중은 업무처럼 지나간다면. 나는 정말 언제 쉬냐고? 억울한 마음에 이번 주말엔 이건 절대 하지 않는다 리스트를 만들었다. 절대, 절대 숙제처럼 살며 낮잠조차 죄악처럼 여기지 않을 것이다, 다짐하며.
1. 금요일부터 주말 맞음. 근데 놀 거라면 피곤해하지 않기.
현대인에게 피곤한건 디폴트일까? 언제부턴가 금요일 간단한 저녁 모임에도 약속시간 20분 전부터 아 귀찮은데, 를 말하다보면 정작 약속에서도 친구들 얼굴을 보거나 음식을 즐기기 보다 "이거 대신 집에서 뭘 했으면"을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금요일 약속이 있다면, 단 30분이라도 그 자체로 즐기자. 어차피 저녁 먹을 거였고, 친구들과 할 이야기는 피곤함 말고도 많으니까. 주말은 행복할 것. 배경화면 하나라도 바꿔본다.
2. 토요일에 절대 욕심부리지 않는다. 하나만 한다.
마치 48시간 시한폭탄이라도 안은 것처럼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청소하는 김에 뭐도 하고 저것도 하고. 나가야 하는데 고양이도 신경쓰이니 조금 더 뭐라도 해주고.. 주말이 충분하다는게 아니라 그렇게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에 집중하자. 토요일 오전은 하노이에서 제일 맛난 크로아상을 음악과 함께 즐긴다. 그걸로 끝. 그 뒤에 뭐라도 하는 건 내 자유. 그 여유의 의미를 찾을 것. 의미가 있으면 시간에 좇기지 않는다.
3, 일요일, 다음주를 완벽하게 준비하기 아니고, 이번주를 완전히 정리하며 집착 버리기
월요일 어차피 힘들다면 일요일에 100% 채워가는것에 집중하기 보다, 지난주를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추하면 다음주에 집중할 것은 나오니, 지난주를 잘 살아낸 나에게 집중하며 어디에서나 작은 즐거움을 찾기. 생각보다 금방 끝난다. 마음이 즐겁다면.
그렇게 지금은 일요일 밤. 다이어리를 펼치지 않은 주말이었다. 마트에 가놓고는 필요한 걸 사지 않아 다시 가기도 했고, 일요일 오전은 여기 저기 들리느라 땀이 뻘뻘 나기도 했지만, 투두리스트가 없이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더라고. 무엇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그것을 소비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 아닐까. 생산적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괜히 "아 피곤하고 괜히" 라는 마음이 들땐 "어 나 그만해" 라는 단정을 하기도 했다. 오랜 만에 간 술집은 즐거웠고, 힘을 빼고 관람한 아마추어 댄스쇼는 과거의 열정을 깨닫게도 했다. 나간김에 좋아하던 카페에서 마신 맛차 라떼는 크리미했다.
해야 할 일을 해치울 때에는 "이것만 끝나면"이었는데, "한 일"을 적어두고 보니 기특한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나 간사하다.
이런 마음들은 왔다갔다 하겠지. 그래도 언제나 스스로에게 낮잠 잤다고 타박하기 보다는 낮잠잘잤는데 산책이나 다녀올까 하는 다정함을 건넬 수 있기를. 나에게 다정한것 만큼 세상에 따듯한게 없다. 아 , 이번주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