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없는 소이증, 무이증 환자들에게 주는 선물
브런치 작가가 되면(아직 작가신청을 통과하지 못 하였지만), 제일 쓰고 싶은 글의 분야는 제가 속한 대학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병원에서 하루의 대부분, 거의 1년의 대부분을 생활하는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아픔을 가지고 병원에 찾아오는 것을 지켜봅니다. 어떤 사람은 위가 아파서 윗배를 부여잡고, 누구는 심장이 아파서 119에 실려오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안 좋아서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오기도 합니다. 이런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볼 때마다, 아픈 사람들에 대한 가슴 저리는 안타까움과 그들을 돕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정의감과 사명감이 불타오릅니다.
그 중, 특별히 더욱 가슴이 아픈 환자들도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은 온전히 다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의 일부를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나는, 의학적 용어로는 선천성 기형(congential anomaly)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어떤 아이는 2개의 신장 중 한쪽이 없이 태어날 수도 있고, 또다른 아이는 귀가 없이 태어날 수도 있고, 또 다른 아이는 다리 길이가 똑같지 않게 태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없는 신체로 인한 불편함도 물론 크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불편한 시선때문에 많은 불편함과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라면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요.
제가 이번에 말씀드릴 이야기는, 귀가 없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귀가 선천적으로 발달이 안 된 경우를 무이증(無耳症, anotia), 귀가 작게라도 발달된 경우를 소이증(小耳症, microtia)이라고 합니다. 무이증 또는 소이증 환자는 대략 출생아 1만 명당 0.3명, 1.8명 정도 발생한다고 합니다.(2005~2006년 통계청 자료)
매우 희귀한 병이라서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도 우리 나라에 많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은,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수술을 받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의학이 많이 발달해서 귀를 새로 만들어주는 귀 재건술(ear reconstruction)을 통해 새로운 귀를 선물받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이라 조금은 이해하기 힘드실 수 있으나 최대한 가볍게 설명해보려 합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환자의 갈비뼈에 있는 연골을 조금 잘라내서, 귀의 모양으로 만듭니다. 우리의 귀도 연골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동일한 성분으로 만드는 셈이죠. 이렇게 새롭게 만든 귀를 환자의 병변쪽 귀에 붙여주는 작업을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끝이 아닙니다. 정상인의 귀는 살짝 들려 있어서 안경도 쓰고, 마스크고 쓸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귀를 재건해준 뒤에도, 6개월~1년 뒤 귀를 살짝 올려주는 재수술을 시행합니다.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귀가 없는, 또는 작은 귀를 가진 아이에게 새로운 귀를 선물해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귀재건 성형수술은 매우 어렵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술 중 하나입니다. 저는 처음 이 수술을 보았을 때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인간을 살리고자 하는 의술이 발전하고 또 발전하여 결국, 환자에게 또 다른 신체를 선물해줄 수 있는 단계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들이, 수술이 잘 된 아이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의사가 소중한 존재고,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들과 달라서, 남들보다 몸이 안 좋아서, 불편하고 힘들어하며,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힘을 주기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 선생님들을 보며, 저 또한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따뜻한 가슴과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고자 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특별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