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mmy Apr 10. 2017

응급실에서의 단상(1)

달빛어린이병원 - 아픈 아이들을 치유하는 달의 빛.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간 학생으로서 공부하느라, 인턴 면접 준비하느라, 인턴 적응하느라 이것 저것 핑계를 대면서 글쓰는 걸 미뤄왔습니다. 이제 학생에서 벗어나, 직장인으로서,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매 순간 순간의 경험이 소중하고 의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임을 느낍니다. 이에 조금 더 자주 글을 쓰고 순간의 감정, 교훈을 적어 보려 합니다.

  조그만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실 전담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은 24시간이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사람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곳이지요. 다들 아시다싶이 응급실은 수요가 예측되는 곳이 아니라 나라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적자로 인해 운영이 힘든 곳입니다. 

 이 곳의 환자들은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며, 그 외 산모, 노인, 젊은 환자들이 다양합니다. 소아 환자가 많은 이유는 이 곳이 달빛어린이병원이기 때문인데요,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해서 다들 아시나요?

달빛어린이병원

달빛 어린이병원은 밤늦게 아픈 아이들이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12시까지 진료를 하는 병원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에 11곳이 운영되고 있고 올해 18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갑자기 열이 나고 배가 아픈 아이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는 밤늦게까지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매우 반가워하고 있고, 실제 환자들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지난 주 토요일 달빛어린이병원에서 한 과장님은 228명의 소아 환자를 보았습니다....하루에...)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반대 의견도 물론 있습니다. 달빛어린이병원이 주간에도 진료하기 때문에 개원병원들에게 위협이 되고 개원생태계를 무너트린다는 의견인데요, 그로 인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다가 그만둔 병원도 있다고 합니다. 마치 대형 편의점이 주변 시장이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마트를 물리치는 상황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근무한지 오래되지 않아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은 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응급실에서 아이들을 안고 들어오는 어머니들을 보면, 밤늦게 운영하는 병원이 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실제로 열성 경련과 같이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의 경우 부모들이 가장 많이 놀래고, 또 응급질환이기 때문에 병원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다만,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응급하지 않은 환자들로 인해 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받지 못 한다는 점, 응급실을 운영할수록 더더욱 적자가 나는, 기이한 구조는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응급실 오는 이유는 열이 나서인데, 사실 3개월 이상의 어린이들에서 fever는 매우 흔하며, 모든 fever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기가 열 나고 토하면 당연히 걱정이 되고 치료를 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저는 부모들의 그러한 마음을 십분 이해합니다. 그래서 더 도움을 드리고 싶구요, 그러면서 조금 더 아이들이 열 나는 것에 대한 교육이 일반적으로 부모들에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이런 부분이 더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겠죠.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람들(대부분은 어린이들이죠)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아픔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일이 매우 행복합니다. 다만 24시간 근무를 하고 밤을 새면 지치고 피곤합니다. 근무는 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이지만 휴식시간의 대부분을 잠으로 자는 이유죠. 조금 더 근무하다보면 나아질 수 있길 바랍니다. 저뿐만 아니라 지금도 응급실을 지키는 전국의, 전세계의 수많은 의료인들에게 편안하고 환자 없는 밤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선물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