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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나 Feb 01. 2019

디자인 잡지 CA: 새로운 아이디어와 선한 의지가 만나

2019 1-2월 호, NEW YEAR, NEW STAR 리뷰

어느새 1월이 모두 지나갔지만, 다시 새해 기분이 나는 설날이 돌아왔다.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디자인 잡지 CA의 표지에서도 해맑게 웃고 있는 황금 돼지를 만날 수 있었다. 2019년의 첫 호 CA #242를 리뷰한다.



  


#NEW STAR


이번 호의 커버스토리는 ‘NEW YEAR, NEW STAR’다. 2019년의 주목할 신진 디자이너 9명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은 이런 일들을 하는구나, 전혀 다른 전공을 공부했기 때문에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여서 놀라웠고 이렇게 재미있는 작업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디자이너들은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발상과 도전으로 색다른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이것이 ‘사람’에서 비롯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구나.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에서 비롯된 활동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보라색 종이에 인쇄되어있던 박동표 디자이너의 [Default Human Pictogram]이었다. 최근 마케팅/PR 관련 기획서를 여럿 만들면서 PPT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 때마다 픽토그램 혹은 아이콘이 필요해서 자료를 찾곤 했다. 그런데 항상 여성에게는 치마를 입히고 남성에게는 바지만 입히고, 머리모양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모든 ‘인간’의 기본형이 남성이었다.


박동표 디자이너 또한 같은 지점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람 자체를 대변할 수 있는 픽토그램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남성성을 지워나가는 것이다. 디자인을 보면 골반이 조금 더 강조되었고, 팔다리 끝부분이 몸통보다 좀 더 가늘게 표현되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픽토그램도 그저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로, 이성간의 관계를 전제하지 않았다.


총 16종의 픽토그램이 소개되었는데 그 내용들도 참신하다. 야근은 없다는 ‘NO OVERTIME’, 편의점에서 야외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표현한 ‘K-MARTING’등이다. 일반화해서 무언가를 인식한다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일이지만, 필요한 일반화라면 그 속에서는 최대한 배제되는 사람 혹은 성질이 없도록 만드는 작업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는 ‘dawn to dusk’라는 혼합매체가 기억에 남는다. ‘dawn to dusk’는 ‘새벽부터 황혼까지’라는 뜻으로, 반려동물의 장례를 준비하는 반려인을 위해 제작된 키트다. 사후 처리 방법에 대한 정보가 담긴 가이드북과 장례시 꼭 필요한 물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사람 가족이 떠났을 때에는 충분히 슬퍼하고 보내줄 수 있는(그것이 정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도가 있지만 동물 가족이 떠났을 때에는 어떻게 보내주어야하는지 몰라서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었다.


시각디자인학과나 디자인학부를 졸업하면 어떤 일을 하고 살게 되는지 궁금했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궁금증이랄까. 대부분 일러스트레이터나 웹디자인, UX/UI 디자인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물론 그 쪽 분야에 더욱 많이 진출해있겠지만 본인만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을 펼쳐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이렇게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라니. 이들이 기업에서 혹은 자체적으로 보여줄 앞으로의 디자인을 기대한다.



#로고


브랜드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고 브랜드의 광고, 철학, 디자인 등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로고를 잘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로고 뿐만이 아니라 키컬러의 중요성도 느낀다. 산타가 빨강 옷을 입은게 코카콜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로고가 움직이기까지 해야한다. 우리는 로고를 지면 혹은 프린팅된 제품이 아니라 스마트폰 스크린에서 주로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에 다녀온 이후로 ‘암스테르담’이라는 글자만 봐도 동공이 확장되는 병을 앓고 있는데, ‘그리움 vs 새로움’ 코너에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튜디오 덤바를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도 같은 증상이 발현됐다. 하단에 있는 디자인들도 익숙했다. 암스테르담을 본거지로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공연 관련 책자와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이 사진을 본 후부터 이 코너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비록 섹션 구성이 로고 트렌드, 인터뷰, 인용, 칼럼 등 다소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저관여자인 내가 읽기에는 조금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현재의 로고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또 어떤 형태로 변화해 갈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 파악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가장 좋았던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의 로고도 처음으로 주의깊게 보았는데, 선의 굵기를 조절해서 세련된 균형을 만들어낸 것이 좋았다.


다만 로고가 1990년에 만들어진 걸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로고의 역사가 깊지 않은데 이걸 왜 굳이 두 페이지 하단에 사진까지 첨부하며 강조했는지 의아했다. 구성 면에서, 다양한 코너의 과감한 병합 외에도 글자 크기가 계속 변하고, 빨강색으로 인쇄되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가독성에 도움이 되는지, 내용 전달에 무리가 없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디자인 업계의 정신건강 지키기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어떤 일이든 ‘일’ 자체의 속성 같기도 하지만, 디자인 업계의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디자인 업계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민감성과 자유로움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이 또한 편견이고 선입견이겠지만 남들보다 조금은 더 예민한 성정의 소유자일 것이다. 적어도 잡지에서는 그렇게 표현했다. 만약 무던한 성격의 디자이너라도 그는 많은 순간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하며 작업물을 귾임없이 수정하고 서로의 의견을 맞춰나가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므로, 여기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섹션에서는 산업 내의 이슈를 소개하는데, 이번 호에서는 정신 건강 이슈를 다뤘다. 정신 건강이 나빠졌다가 이를 극복한 개인의 경험을 듣기도 했고, 주변 디자이너들의 정신건강을 돕기 위해 만든 ‘마인드 저널’에 대해 읽기도 했다. 다만 각자의 정신건강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어서 함부로 어떠한 디렉션을 따라가서는 자칫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덧붙여 색다르고도 조금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한의사 선생님의 정신 건강 처방전이었다. 심혈관계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나에게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니… 잘 와닿지 않았다. 한의학과 정신의학이라니. 색다른 콜라보지만 솔직히 신뢰감이 높냐고 묻는다면…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대부분 흥미롭고 거의 모든 경우 어렵다. 디자인 잡지 CA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디자인을 현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훨씬 재미있고 유용하게 읽을 수 있을 테다. 비전공자의 입장에서는 이 쿨하고 과감한 레이아웃에 감탄하고 종종 실려있는 사진자료들과 함께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한다. 잡지는 독자 층을 비교적 확실하게 타겟하는 편이다. 이 잡지의 경우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혹은 현업 종사자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직자가 아니어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콘텐츠가 많다. 그러니까 나는 이 잡지의 가독성이 좀 더 좋아지면 좋겠다. 2019년의 신인들에 대한 기사도 형형색색 무지개로 표현한 것이 무척 신선했지만 가독성을 따졌을 때는, 글쎄. 콘텐츠 하나하나가 가진 개성이 무척 좋으니까, 앞으로는 좀 더 읽기 좋았으면 하는 바람을 표지 속 황금돼지에게 전해본다. 다음 호에서 만나자!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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