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카인드는 내내 눈여겨보던 잡지였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 보니 페미니즘적인 관심사 때문에 WOMANKIND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고, 광고가 실려있지 않은 잡지이다보니 어떤 글들이 담겨있는지 궁금했다. 우주비행사와 여성이 연결되는 고리. 생태계와 여성이 연결되는 고리. 그 고리에 대한 궁금증에 우먼카인드를 읽어보게 되었다.
1. 새로운 페미니즘 잡지
아무래도 지금까지 너무 많은 페미니즘 담론을 거쳐오면서 지쳤던 경향이 있었다. 더 이상, 뻔한 페미니즘 담론은 듣고 싶지 않았다. 여성의 삶은 직접 겪어봐서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새로운 자료로 인식되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달까. 지치기 때문에 더이상 페미니즘의 역사를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완전 새로웠다. 여성의 시각에서 과학을 바라보고 생태계를 바라보면 이렇게 된다는 것. 새롭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너무나 새로웠다. 말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그들이 살아온 각자의 여성서사와 겹쳐서 더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살아남는 것에 관해서.
2.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
잠시 채식을 했던 적이 있다. 지구에 악한 영향을 그만 끼치려고. 그리고 금세 그만뒀다. 나의 욕심과 등등 때문에.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마음 깊히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여기 실린 이 글들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눈 앞에는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다시 잘 시작해보자.
3. 우주, 화성, 마션
얼마 전 마션을 봤다. 화성, 맷데이먼, 감자 정도의 키워드만 알고 있었다. 전형적인 케이블 채널 영화 감상 루트처럼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도 집중이 잘 됐다. 우주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두려움도 느껴졌고 화성에서 진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도 생각했다. 그 작은 우주선에서 몇 년 이상을 부대끼고 살려면 정말 다들 성격이 좋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스텔라와 마션은 완전히 다른 영화다. 애초에 화성에 갔던 건 탐사 용도지 그 행성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 영화는 결국 다른 행성이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스텔라는 완전히 행성을 정복한 반면 마션은 실내 온실에서 감자 재배에 성공한 정도지만 말이다.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고,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먼지 지옥 - 모두가 폣병에 걸리는 그 날이 머지 않았다고 느꼈을 때 우리 모두는 인터스텔라의 결말을 떠올렸을 것이다. 다른 행성을 찾아야하나 하는 고민. 나 또한 그랬다. 당장 나야 앞으로 길어야 70년 살고 죽겠지만 나의 (혹시 모를) 자녀들과 후대의 인류는 이 지구에서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빙하는 녹고 해수면은 높아지고 이산화탄소는 늘어나고 숲은 줄어들고 공장은 늘어나고 인류도 늘..... 디스토피아 소설이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잡지를 읽으며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나의 이러한 망상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었던 페이지였다.
그렇다. 있는 지구를 그만 망가뜨리면 될 문제였다. 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두고 인간은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다. (물론 이미 이러한 방법으로는 지구를 되돌릴 수 없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회의론자는 아니다. 회의론은 결국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회의론은 지금 당장의 나를 편하게 만들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러니 나는 지구를 더 깨끗하게 더 건강하게 더 푸르게 만들고 싶다. 거대한 지구의, 더 거대한 태양계의, 더 커다란 은하의, 가늠할 수도 없는 우주의 작은 미세먼지같은 존재일지라도 뭔가 바꿀 수 있다고 믿어보고 싶다.
우먼카인드 Vol.6
-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
엮음 : 우먼카인드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여성학/젠더 > 여성문화
잡지 > 문화/예술
규격
180*245mm
쪽 수 : 172쪽
출간일
2019년 2월 1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2580-07-94
《우먼카인드》는 여성의 언어로 말하고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문화 잡지다. 여성의 자아, 정체성 그리고 동시대 세계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문학, 철학, 역사,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논의되는 생각들을 다양한 조합으로 선보인다. 그런 토대 위에서 더 나은 삶, 충만한 삶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모색한다. 광고가 없는 잡지로 광고 없는 자리는 삶의 지침이 되는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잠언과 일러스트 작품이 대신한다. 2014년 호주에서 창간된 계간지로, 현재 27개국 독자들이 만나고 있다.
옮긴이 -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 권은정, 김지혜, 김효정, 이미영, 서가원, 서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