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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Oct 09. 2023

매섭게 우아한

윤석남_의자

윤석남 <의자> 110*45*45cm 혼합매체 1995



어느 집 거실에 있을 법한 우아한 의자. 단절된 허연 손목이 으스스하게 의자 위에 얹혀 있다. 의자 바닥에도 날카로운 가시 창이 삐죽삐죽 나와 있다. 의자 다리를 보라. 날카로운 송곳 창이 네 다리에 입혀져 있다. 이 의자는, 전업주부 20년, 꼭꼭 숨겨두고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비밀 마음이다. 의자를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아닌 척 하지 말자. 뾰족하게 날이 서 있는 창으로 우아함을 벼려보자. 벼락 같은 진실을 장착하자. 단, 착한 엄마 콤플렉스, 착한 아내 콤플렉스는 잘게 잘게 찢어서 바람에 날려버릴 것. 나다움을 지켜낸다. 창을 든 여전사가 된다. 핏기 없이 의자에 걸쳐 있는 손을 잡는다. 손에서 팔이 생긴다. 가슴과 배와 발과 다리가 생긴다. 얼굴과 머리가 생긴다.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다. 정수리에서부터 발바닥까지 온 몸에 화색이 돈다. 얼굴은 햇살처럼 환해진다. 매섭게 아름다운 삶을 살아낼,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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