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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Oct 10. 2023

길은 내가 만든다

콰야_신발 끈을 묶으며 하는 다짐


콰야 <신발 끈을 묶으며 하는 다짐>  2023, Oil on Canvas, 53*53cm                                


신발끈을 묶는다. 몸을 숙인다. 풀린 끈 두 개를 양손으로 잡는다. 두 손을 오른쪽 왼쪽, 왔다 갔다, 리본 매듭을 짓는다. 풀리지 않게 단단히 조인다. 축구 좋아하는 일곱살 둘째 홍시는 나에게 와서 축구화 신은 발을 내밀곤 했다. "엄마, 묶어줘" 몸을 숙여 아이 축구화 끈을 단단히 묶어주었다. 신발끈이 묶이자마자 아이는 쌩 하고 신나게 뛰어나갔다. 그랬던 아이, 이제는 훌쩍 커서 아빠와 K리그 축구경기를 보러 나갔다. 이제는 더이상 나에게 축구화를 내밀지 않는다. 


일요일 오전, 정신없이 바빴던 도시가 잠시 숨 고르는 시간, 아이들 신발끈 묶어주지 않아도 되는 나는, 내 발을 위해 몸을 숙인다. 다정하게 신발 끈을 묶는다. 조용히 마음을 다진다. 나의 삶을 살겠노라고. 나는 내 손을 잡고 미술관으로 간다. 오랜만에 건너는 한강 다리, 살랑살랑 마음이 설렌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품은 구름, 나를 응원한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너의 길을 걸어가보라고. 길은 원래 없는 거라고. 한 번 뿐인 인생에서 길은 내가 만드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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