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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Oct 08. 2023

토끼와 거북이

줄리안오피 작품

줄리안 오피 작품



홍시는 작아진 퀵보드를 굳이 굳이 끌고 나간단다. 열 한 살 소년에게 걷기란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인 듯. 밤공기는 습하지만 기온이 낮아서인지 별로 덥지 않다. 물기 많은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 절반쯤 이르렀을 때, 노오란 차선이 있는 큰 길을 만난다. 뛰었다. 평소에는 혼자 뛰는 길, 둘째 홍시와 같이 달렸다. 홍시는 워낙 빠르게 잘 달리는 토끼. 아주 신났다. 난 느려터지는 거북이다. 토끼 소년, 저만치 달려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며, "엄마, 조깅한다며?" "응" "이게 조깅이야?" "어, 내 속도와 네 속도가 다른 거야." ㅎㅎ 거북이는 지조있게 느릿느릿 달린다. 토끼는 쌩 하고 뛰어나갔다 다시 돌아오고 또다시 쌩 뛰어나가고 돌아오길 여러 차례, 참을성 있게 이리저리 뛴다. 드디어 홍시가 고대하던, 전속력 레이스 시간! 나의 5분 달리기가 마무리될 즈음, 토끼와 거북이는 전속력으로 뛰었다. 심장 터질 듯 온 힘을 다해 달렸다. 아, 기분 좋다. 거북이 마음은 하늘로 높이 높이 날아오른다. 토끼와 거북이, 같이 뛰고 함께 헉헉거리면서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그들이 같이 달리고 느꼈던 뿌듯함과 기쁨,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유일무이 레어템! 레이스로 획득한 보물, 심장 어디쯤 저장해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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