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엄마와 일흔 다된 엄마
엄마는 따뜻한 듯 무서운 이상한 엄마였다.
긴 머리가 예쁜데 단발머리로 잘랐다고
무섭게 혼내기도 하고.
늦잠 자는 내게 매번 화내지만 데려다주기도 하고.
가끔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딸 너~무 예쁘다고
(상대는 동의 못할) 칭찬을 강요하기도 했지.
나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엄마의 '화'내는 듯한 윽박지르는 듯한 말투가 싫었다.
그러나 나도 아이를 낳고 알게 되었다.
말투는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는 거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아무리 봐도
발달이 남들과는 다른 것 같았을 때,
엄마한테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혼날 것 같았지만,
내 속에 걱정이 넘치고 넘쳐
더 이상은 담아둘 수가 없던 것이다.
"7개월짜리가 잘 먹고
똥 잘 싸고 잠 잘자면 됐지, 뭘 더 바라냐."
그때 엄마가 이렇게 나를 혼냈다.
우리 애가 그때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긴 했다.
엄마의 그 한마디로 몇 달은 버텨냈다.
아이가 눈맞춤이 잘 안 되어도,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지 않아도,
엄지손가락이 자꾸 말려들어갈 때도,
'그래, 잘 먹고 잘 싸니 됐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두려움을 모른 척 넘겼다.
힘드냐 어쩌냐
위로해주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때 엄마가 내 어리광을 받아줬다면
허구한 날 전화해서 울기만 했겠지.
엄마 덕분에 잘 버텼다.
엄마,
진심으로 고마워. 덕분에 난 여전히 단단해.
조금은 이상하고 무섭고 따뜻해서 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