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흥얼거릴 수 없는.
한 남자가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사람이다.
이 사람과는 오랜 인연이다.
어느 날 같이 식사를 하고 돌아오며
길을 함께 걷다가
나도 모르게 어떤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그는 다른 노래를 처음부터 흥얼거리더라.
우리는 같이 걸음을 맞추며
입으로는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세상인 것처럼.
낯설었다.
처음에는 뭐가 이상한지 나도 몰랐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언젠가 한번 그에게 물었다.
"혹시 그거 알아?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지 않는 거?"
본인은 그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리고 개의치 않는 듯했다.
세상에는
같은 노래를 부르며 걷는 사람도 있고,
각자의 노래를 부르며 걸어도
끝내 같은 곳에 닿는 사람도 있더라.
그 사람은 후자였다.
우리는 같은 리듬이 아니라
같은 방향의 사람들이었다.
누구보다 가까이 있지만
서로의 멜로디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다름 속에서 함께 걷는 법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
나는 이 이상한 남자와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