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작년 추울 때였다.
수수한 차림새의 한 남자가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아버지의 요양을 위해 자신의 삶을 잠시 멈추고
어쩌면 희미한 희망을 쥐고 찾아왔을 그 사람.
그의 아버지는 요양원 입소 후,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셨다고 했다.
돈은 돈대로 들었지만 가족들도 아버지도 불행했다.
그래서 직접 아버지를 돌보기로 했다.
돈도 시간도 빠듯했던 그 사람.
그래서 더 정확했고, 더 간절했다.
수업 시간마다 그의 손끝은 멈춘 적이 없었다.
어느 한 구절도 흘려듣지 않았다.
처음에는 솔직히 불편했다. 그 열의가.
강의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낯선 질문들.
예상 못 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결을 거스르는 질문들.
그 질문들은 교재 너머의 실전을 준비하는
결연함이었다.
그는 수업내용을 바탕으로
요양원 퇴소 계획을 엑셀로 정리했고,
수업 중 언급한 약물에 대해 따로 공부했다.
그렇게 점점 나의 불편함은 존경심으로 변했고,
나는 그의 날카로운 질문들에 익숙해졌다.
내가 모르는 부분은 그 자리에서 함께 찾아보기도 했다.
그의 질문들은 우리의 수업을 더 풍요롭게 해주었다.
그에게 내가 느낀 '존경심'을 가볍게 내비칠 때면
그는 늘 돈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치 그는 '돈'이라는 단어로
부모님을 향한 '사랑'을 위장한 듯 보였다.
누군가의 삶의 끝자락, 마지막 품위를 위해
기꺼이 일터 대신 침상 곁을 선택한 그 분.
맨 앞자리에서 묵직한 사랑을 필기하던 그분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그분 덕분에 나는,
돌봄이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질문이란 꾹꾹 눌러 담은 책임감을 증명하는 일이라는 것도.
그리고 강의실 맨 앞줄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조용한 결심과 마주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