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을 사랑하던 아줌마 이야기
나는 노래를 정말 좋아했다.
아니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노래는 내 삶의 커다란 한 조각이었고,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합창단만 10년 넘게 했으니 말 다했지.
언제나 입가에는 어떤 멜로디가 맴돌았고,
내 입술은 늘 흥얼거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때의 나는 가사에 심취해 있었다.
절절한 가사, 먹먹한 마음,
아름다운 노랫말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내 감정과 맞아떨어질 때의 그 짜릿함이란.
노래를 부르며
그 가사의 주인공이 되어 울고 웃었다.
나도 안다. 청승이었다.
그러던 내 인생에 이렇게
노래가 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늘 노래를 하며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변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집에서 클래식 FM 93.1을 틀면서부터.
아이에게 좋을 것 같아서였는데,
어느새 나도 그 음악들에 빠져들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라니.
함께 부를 수도 없는 음악이라니.
하지만 그만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조성진 님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가사 하나 없이도
젊은 연주자의 손 끝에서 흘러나오는
놀라운 기교와 아름다운 선율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더라.
오늘도 그랬다.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쉰들러 리스트 메인테마.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소리가
어찌나 처연하던지.
문득 깨달았다.
이제 나는 내가 부를 수 없는 음악도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어쩌면 이것도 성장일 것이다.
언어를 넘어선 저 순수한 울림을 즐기게 되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울 때가 있다.
내 목소리로 목놓아 부르던 그 노래들이.
가사 한 줄 한 줄에
내 마음을 실어 보내던 그 시절이.
합창단에서 여러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던 그 순간들이.
음악은 여전히 내 곁을 맴돌지만
나는 그 속에 온전히 잠기지 못한 채 서있다.
그 투명한 거리감이 가끔은 날 외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