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침묵 / 이나리 / 문학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고른 『모두의 친절』
제목도 제목이거니와 표지도 예쁘다. 그리고 낯설지 않은 '이나리'라는 작가의 이름.
1년 전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누군가의 소설에 대해 쓰신 서평을 봤던 것 같다.
여하튼...
이나리 작가의 단편 모음집 『모두의 친절』은 기 발표된 7개 작품과 1개의 신작이 실려 있다.
길이 상으로는 '掌篇'의 느낌도 있으나, 그 내용들은 '콩트라 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여 PC-On이 되기까지 15분 ~ 20분 내외에 한 편씩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읽는 데 걸린 시간이나 글의 길이에 비해 작가가 던지는 화두는 그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나는 사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각 작품들은 그러한 나에게도 무언가를 좀 더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단편 모음집의 제목에 해당하는 소설 '모두의 친절' 안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글쓰기 수업을 하는 주인공 원영이 지도하는 한 수강생의 소설이다.
그냥 착해 보이는 주인공과 거의 매일 자신의 아이를 돌봐달라는 이기적인 거짓말쟁이 옆집 언니가 나온다.
어느 날 재택근무 중인 주인공이 중요한 비대면 회의 등으로 아이를 맡아줄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고 (맡아주지 못한 게 원인이든 아니든)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그리고 그로 인해 수업 과제 속 소설의 주인공은 원망의 대상, 사죄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이 짧은 글에서 혹여 그 옆집 언니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착하게 배려만 해 온 그녀에게 이런 말은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
어쨌든,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살아온 날과 관계들이 더 쌓여 갈수록 더더욱 그래 왔던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 더 많은 날을 살아내면 좀 달라질 거야!'라고 쓴 위로를 스스로 건네 본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가능한가.
사람들 각각은 언어도, 문화도, 법률도 모두 다른 독립된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 세계들이 맞닿아 부딪치는 순간을 말하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
정말 그렇다. 사람이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덧) 혹시 몰라,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빌려 왔다.
앞으로라도,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