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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야 Mar 08. 2024

원의 공식마다 등장하는 π(파이)는 대체 뭘까?

π 첫 번째 이야기

원의 공식마다 나타나는 π(파이)는 뭘까요?


함께 살고 있는 수포자 어게 물어봤습니다.


Q> π(파이)지 알아?

A> 원주율.

Q> 원주율이 뭔데?

A> 3.14

Q> 3.14가 뭔데?

A> π

Q> π가 뭔데?

A> 원주율

Q> 원주율이 뭔데?

A> 3.14

.......


리 두 사람은 이렇게 고 도는 도돌이표 대답과 질문을 한참 동안 어요.  π가 원주율이라는 것도 알고 그 값이 3.14라는 것도 아는데 정작 π가 뭔지는 모르는 상태.  글을 보시는 수포자 당신도 비슷하신지.


학창 시절 달달 외웠던 원의 공식들 소환해 볼게요. 원의 둘레는 2πr, 원의 넓이는 πr². r 이 원의 반지름이라는 건 알겠는데 갑툭튀 π는 뭐지요? 원의 공식마다 등장하는 π라는 녀석은 대체 뭘까요? 하고 많은 도형 중 유독 원에만 이 기호가 적용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π는 갑툭튀 수학 기호가 아니에요. π 향한 인류의 관심은 그 역사가 매우 깊습니다. 대 문명사회에서도 π 정확한 값을 구하고자 애썼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걸 보면, π는 위대한 기호임이 틀림없습니다. π길래 인류가 그토록 노력해 온 걸까요? 얼마나 대단하길래 3월 14일을 π데이로 지정해서 전 세계가 기념할까요? 오늘은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했던 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기로 해요.

 

π를 우리말로 '원주율'이라고 하는데요. 먼저 '원주'의 뜻부터 알죠.

원주(둥글 원 圓, 둘레 주 周)

원주'원둘레'라는 의미입니다.


원주율은,

주율(둥글 원 圓, 둘레 주 周, 비율 률 )

'원의 지름에 대한 원둘레의 비율'을 뜻합니다. 이렇게만 들어서는 쉽게 와닿질 않습니다.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고대 문명에서도 원은 중요했어요. 수메르인은 바퀴를 발명했고 바빌로니아인원 모양의 달력을 사용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이 범람해서 무너진 땅의 경계를 다시 세우기 위해 원의 넓이를 구해야 했지요.


그 당시 누군가 원을 그리며 이런 의문을 마음속에 품은 거예요. '원이 크면 원둘레도 길고, 원이 작으면 원둘레도 짧네. 그러면 지름에 대한 원둘레의 비도 일정하지 않을까?'


원의 크기와 상관없이
원둘레를 지름으로 나누면
비슷한 값이 나온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원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원둘레를 지름으로 나누면 비슷한 값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신기한 에 이름을 붙였는데 그게 바로 '원주율'니다.


원주율=원주÷지름 


고대 사람들도 원주율을 알고 있었어요. 이집트에서는 3+1/7(3.143......)으로 사용했고 인도인들은 더 복잡한 분수인 339/108(3.139.....)로 나타냈다고 합니다. 다른 고대 문명에도 원주율에 대한 기록이 남아 . 이를 소수로 환산하면 3을 조금 넘는 수입니다. '모든 원의 둘레는 지름의 약3배이다'사실을 그 당시에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원의 둘레를 직접 측량했기에 기록된 원주율의 값도 제각각이.


우리도  천년 전의 방법으로 직접 실험해 볼 수 있어요.  원기둥 모양의 캔음료를 준비했습니다. 밑면 원의 지름이 5.2cm라는 걸 확인하고 접착테이프로 둘레를 감쌌습니다.

테이프를 떼어내 길이를 재어보니 16.5cm네요. 자 그럼 원주를 지름으로 나눠보겠습니다. 계산기를 사용할게요.

제가 원주율은 3.1730769231입니다. 3.14에 제법 근접하지요? 그런데 여러 물건으로 재시도하자, 원주율이 금씩 다른 값으로 나온다는 문제가 생겼어요. 내 손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고, 힘의 강약도 일정치 , 눈썰미는 믿음직스럽지  뿐더러, 공산품이 완벽한 원이라는 보장도 없으니 이거 원. 오차를 일으킬 변수는 너무나 다양했어요.


수학자들은 이렇게 원둘레를 직접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습니다. 곧은 선과 달리 굽은 선은 산술적으로 길이를 알 수 없거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학자들은 측량이 아닌 '짐작'을 했습니다. 우리도 이참에 수학자처럼 생각해 보기로 해요.


여기 지름이 1인 원이 있다고 칩시다. 원주율 계산이 쉽도록 원의 지름을 1로 정했어요. 지름이 1이면 원의 둘레가 곧 원주율이 되거든요. 자 이제 이 원을 둘러싼 정사각형을 그려보겠습니다.

원의 지름이 1이니까, 정사각형 한 변의 길이도 1입니다. 정사각형의 둘레는 4가 확실하죠? 그렇다면 원의 둘레는 4보다는 분명 작을 거예요. 이 말인즉슨 원주율이 4보다 작다는 뜻입니다.


원주율 < 4


이번에는 지름이 1인 원 안에 정육각형을 그려볼게요. 어떻게 그리냐면, 원의 반지름의 길이만큼 컴퍼스를 벌려줍니다. 컴퍼스를 이용해 원의 둘레에 점을 찍으면 정확히 6개가 찍힙니다. 이 점 6개를 연결해 주니 원 안에 정육각형이 생겼습니다.

정육각형은 6개의 정삼각형으로 이뤄져 있어요. 정육각형 한 변의 길이와 원의 반지름은 길이가 같지요. 그정육각형의 둘레는 반지름의 6배와 같고, 이것은 지름의 3배와 같습니다. 원의 둘레는 이 정육각형의 둘레보다는 클 테니 원의 둘레는 지름의 3배보다는  거예요. 원주율이 3보다 큰 것은 확실하지요?


3 < 원주율


두 가지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우린 학자처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주율은 3보다는 크고 4보다는 작은 라는 것을 말이죠


3 <  < 4 


우린 여기까지 생각해 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해요. 그런데 수학자들이 이 정도로는 만족할리 없지요. 원주율을 알아야 원의 둘레와 넓이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수학자들은 정확한 원주율 값을 알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아래 다각형을 잘 봐주세요.

다각형은 변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원과 비슷한 모양이 됩니다. 수학자들은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다각형의 둘레를 이용해서 원둘레의 어림값을 구할 수 있겠구나! 다각형은 선분으로 이뤄졌으니까 둘레 계산이 쉽다는 사실을 이용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원의 안쪽과 바깥쪽에 다각형을 그려서 그 다각형의 둘레를 구했습니다. 그러면 원둘레는 그 둘 사이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내접다각형의 둘레 < 원둘레 < 외접다각형의 둘레


아르키메데스는 다각형의 변을 계속 늘려가면서 원주율 계산을 반복했어요. 다각형의 변이 많아질수록 원 모양에 가까워지니까 범위를 계속 좁혀갈 수 있었거든요.

 

정사각형으로 계산한 원주율 범위

2.82843 < 원주율 < 4.00000


정오각형으로 계산한 원주율 범위

2.93892 < 원주율 < 3.63271


정육각형으로 계산한 원주율 범위

3.0000 < 원주율 < 3.46410


정칠각형으로 계산한 원주율 범위

3.03719 < 원주율 < 3.37101


정십이각형으로 계산한 원주율 범위

3.1056 < 원주율 < 3.2153

.....

아르키메데스가 알아낸 원주율이에요. 범위가 점점 좁혀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정 몇 각형까지 그리실 수 있겠어요? 아르키메데스는 정96각형까지 그렸습니다. 래 그림이 정96각형인데요. 거의 원에 가까운 모양이지요?

아르키메데스는 정96각형에 이르자, 마침내 원의 둘레와 비슷한  구했습니다.


3.14084 < 원주율 < 3.142858


우리가 알고 있는 원주율과 소수점 아래 둘째자리까지 일치합니다. 굉장히 근접하지요?


 당시에는 계산기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그 흔한 펜과 종이도 귀했어요.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정96각형까지 그리다니, 원주율을 향한 아르키메데스의 집념이 느껴지시나요. 로마가 침략했을 당시, 병사가 그의 집안에 들어와 바닥에 그린 원을 밟자 아르키메데스가 호통을 쳤다고 하죠. "내 원을 밟지 말라!!!!" 화가 난 병사는 그를 그 자리에서 칼로 무참히 찔렀답니다. 바닥에 그려진 그 원은 단순한 도형이 아니었어요. 아르키메데스의 피, 땀, 눈물로 가득 그의 인생이었을 겁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죽음 (1815년 작)]

아르키메데스 이후로도 수학자들의 원주율 계산은 계속 됐습니다. 5세기 중국의 수학자 조충지가 2457각형으로 원주율 3.1415926~3.1415927를 계산했어요. 스트리아 천문학자 크리스토프 그리엔베르거는 변의 개수가 10의 40제곱되는 다각형을 사용해서 소수점 아래 38번째 자리까지 원주율을 계산했다고 합니다.


평생 동안 원주율의 값을 구하는데 시간을 보낸 수학자도 있어요. 16세기 독일의 수학자 루돌프는 아르키메데스의 다각형법을 이용하여 원주율의 값을 소수점 아래 35자리까지 계산했습니다. 사람들은 루돌프의 유언에 따라 묘비에 그가 구한 원주율의 값을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그 후 대수학이 발전하면서 다각형 둘레가 아닌 수열을 사용해 원주율을 구했습니다. 뉴턴과 라이프니치가 미적분을 발명하자 원주율 계산은 훨씬 간단해졌어요. 뉴턴 이후의 수학자들은 소수점 아래 수백 번째까지 쉽게 계산했습니다. 그러다 1882년 독일의 수학자 린데만이 원주율은 무한한 소수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컴퓨터를 이용해 소수점 아래 수십 조 자리까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자연수 3 뒤에 소수점 자리에 있는 수들은 패턴이 없어요. 끝도 없어요. 계속 이어집니다. 원주율은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수가 아니에요. 끝을 알 수 없으니까 이것을 일컫는 기호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π입니다.

그리스어로 '둘레'를 뜻하는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π라고 정했습니다. 이 π기호를 사용한 지는 2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원주율을 향한 노력은 몇 천년 동안 지속되어 왔지요.


근데 원주율을 '3'  '3.1' '3.14'정도로 타협해서 사용하면 편할 거 같은데 인류는 그토록 오랫동안 정확히 계산하고자 한 걸까요?


우리가 시험지에서 푸는 문제는 3.14로 계산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실에서 사용하는 원주율은 정확도가 굉장히 높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원주율이 정확하지 않다면 기계 작동도 오차가 점점 커지고 지구의 자전과 공전 주기, 별의 위치도 제대로 알아낼 수 없습니다. 집집마다 벽시계의 시각도 다를 수 있어요. 휴대폰의 GPS도 우리가 원하는 곳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현대 과학은 원주율이 사용하는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기에 한 치의 오차도 불허합니다. 그래서 공학과 산업 분야에서는 계산의 정확도를 위해 소수점 아래 6번째 자릿수까지 반영한다고 해요. 파이데이를 3월 14일 15시 9분 2초로 기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며칠 뒤면 3월 14일이지요. 화이트데이로만 알고 있던 3월 14일이 'π데이'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사탕 대신 파이를 먹어볼까 해요.

오늘은 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 π 2부도 함께 해주세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북한 수학자 리학성이 원주율의 숫자를 음표로 변환한 'π송'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원주율이 곧 악보이지요. 여러분도 들어보세요.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을.


https://youtu.be/guW9s6KHSk8?si=tGoPIrsIJcvKLkMr


https://youtu.be/lHcV81dON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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