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문제를 보자마자 4!가 떠오르셨나요? 우리는 이런 식을 보면 본능적으로 계산부터 하게 됩니다.근데 전 12÷3의 답이 뭐냐고 묻지 않았어요. 12÷3이 무슨 의미인가를 질문했습니다.
수학은 '맥락'이 중요하다
혹시 '나누기'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나눗셈으로 얻어진 계산 값이 아니라, 그 값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계신가요?수학에도 '맥락'이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의 맥락을 먼저 파악해야 해요.
이해가 쉽도록 여기 사과가 12개 있다고 해봅시다.
12÷3 의 상황을 만들어볼까요?스크롤을 잠시 멈추고 사과 12개로 문제를 생각해보세요. 지레짐작컨대, 혹시 이런 상황을 떠올리셨을까요?
'사과 12개를 3명이 똑같이 나눠가지려면?'
또는
'사과 12개를 바구니 3개에 똑같이 나눠담으려면?'
이 두가지 상황은 나눠갖는 대상이 사람이냐, 바구니냐의 차이이지 사실 같은 의미입니다.사과 12개를 3등분해서 똑같이 4개씩 나눠갖는동일한맥락이에요.일상생활에서도이렇게무언가를 배분해야 하는 상황은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이 개념이 당연하면서 자연스러워요.
그러면 이건 어떤가요?
3÷½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과 3개를½명이 똑같이 나눠갖는다?' 뭔가 좀 이상하죠? '사과 3개를 똑같이 ½바구니에 나눠담는다?'분명 아까와 같은 나눗셈 기호(÷)를 사용했는데 의미가 혼란스럽습니다.
아이들은 사칙연산 중 나눗셈을 가장 어려워하는데요. 그 이유는 나눗셈을 지금처럼 '똑같이 나눠갖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분수의 나눗셈 같은 문제를 만나면 당황스러워합니다.
오늘은 나눗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나누기에는 2가지 의미가 있는데,한가지만 알면 나눗셈이 어렵고 복잡해져요. 둘 다 알아야 합니다.
● 등분제 : 똑같이 나눠 갖기 ● 포함제 : 똑같이 나눠 주기
나눗셈은 <등분제>와 <포함제>, 두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주어진 대상을 모두 같은 크기의 묶음으로 나눈다는 것은 같지만 분명 차이가 존재합니다.
12÷3 으로 두가지 개념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사과 12개를 3명이똑같이 나눠가지려고 할 때, 한 명이 몇 개씩 가질 수 있을까?"
이렇게 똑같이 나눠 갖는 것을, 수학에서는 <등분제>라고 합니다.<등분제>는 나눠 갖는 대상의 수가 정해진 상태에서 하나의 대상이 몇 개를 갖는가를 묻는 것으로, 몫은 '하나의 대상이 나눠 가진 수'가 됩니다.나눈 값을 '몫'이라고 하는데 이 문제에서 몫 4는 '한 사람이 갖게 되는 사과 수'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어요.
"사과 12개를 한 사람당 3개씩 나눠줄 때, 몇 명에게 줄 수 있을까?"
이 상황 역시 12÷3 입니다.
이처럼 똑같이 나눠주는 것을 <포함제>라고 합니다.<포함제>는 나눠줄 개수가 정해진 상태에서 몇 개의 대상에게 나눠줄 수 있는가를 묻는 것으로, 몫은 '나눠줄 대상의 수'가 됩니다.이 문제에서 몫 4는 '4명'이라는 의미입니다.
12-3-3-3-3=0(4번)------> 12÷3=4
포함제는 뺄셈식을 나눗셈식으로 간단히 나타낸 겁니다. 말 그대로12에 3이 몇 개 포함됐느냐를 묻습니다. 나눗셈은 뺄셈의 변형이니까, '몇 번 뺄 수 있어?'라고 기억하시면 개념 이해가 쉽습니다.
몇 번 뺄 수 있어?
<등분제>는 나눠 갖는 대상이(3명) 정해져있고, <포함제>는 나눠줄 개수(3개씩)가 정해져있습니다. 그래서 등분제는 나눗셈의 몫이 '하나의 대상이 나눠 갖는 수(4개)'가 되고, 포함제는 나눗셈의 몫이 '나눠줄 대상의 수(4명)'가 됩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는 다릅니다.
그림으로 보면 한결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등분제>와 <포함제>가 서로 다르지요? 수식으로는 똑같이 12÷3=4 라고 나타내지만, 그림으로 나타내면전혀 다른 의미입니다.12를 3으로 나누면 4가 된다고 아는 것보다, 그 맥락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혹시 여러분에게 <포함제>가 생소하신가요? 포함제라는 수학용어는 몰라도 상관없지만, 의미만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나눗셈이 뺄셈에서 비롯됐음을 말이죠. 사실 수학에서는 등분제보다 포함제가 더 많이 사용됩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이죠.포함제는 나눗셈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도 초등학교 수업에서 <포함제>는 스치듯 안녕합니다.그러다보니 우리 머릿속에<등분제>만 남게됐는지도모르겠습니다.
요즘도 배움이 크게 다르진 않은 거 같아요. <똑같이 나눠갖는 등분제>와 <똑같이 나눠주는 포함제>가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하나의 나눗셈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눈치채기가 어려워요. 문제의 맥락을 파악하기보다 나눗셈 단원에 나오는 문제니까, 긴 지문에서 숫자들을 추출해 나눗셈 기호로 연결하고는 계산합니다.
혹시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자녀가 있다면 12÷3으로 함께 여러 문제 상황을 만들어 보세요. 등분제 말고 포함제의 개념도 아이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잘 모른다면 슬며시 다정하게 제시해주세요.
<포함제>개념은 나눗셈에서 왜 중요할까요? 그냥 답만 구하면 되는 거 아니냐구요? 나눗셈 연산이 포함제로 계산되기 때문이에요.
4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나눗셈 문제를 볼게요.
[천재교과서 4-1 수학교과서]
'페트병 뚜껑이 525개가 있는데, 로봇 한 개 만들 때마다 뚜껑 25개가 필요해. 그럼 로봇은 모두 몇 개 만들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잘 읽어보면 525를 25등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에요. 25개씩 묶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맥락을 보면, <포함제>이지요?
525÷25를 우리가 계산할 때 세로셈으로 써서 하는데 이 역시 <포함제>로 계산됩니다. '몇 번 뺄 수 있어?' 기억나시지요?
525÷25는 '525에서 25를 몇 번 뺄 수 있어?'를 묻는 겁니다.
525에서 25를 20번(25×20=500) 뺐더니 25가 남았네요. 그럼 25를 1번 더 뺄 수 있겠지요? 모두 합쳐 21번을 빼준 겁니다. 그래서 몫이 21이에요.
우리는 그동안 습관적으로 나눗셈을 계산했지만 알고보면 이것도 <포함제>방식이었어요. '몇번 뺄 수 있어?'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나머지가 있는 문제도 볼게요.
[천재교과서 수학 4-1 수학교과서]
'묘목 217그루를 13그루씩 묶어서 사람들에게 나눠 주려고 해. 묘목은 몇 묶음이 되고 얼마큼 남을까?'
역시 이것도 나무 217그루를 13등분 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217에서 13을 몇 번 뺄 수 있는지를 묻고 있어요.
217÷13은 '217에서 13을 몇 번 뺄 수 있어?'입니다.
217에서 13을 10번(13×10=130) 빼주니까 87이 남았어요. 13을 6번(13×6=78)을 더 빼주면 9가 남게 되죠. 모두 16번 뺐으니까 몫은 16이고 나머지는 9입니다.
이번엔 분수 나눗셈을 해보겠습니다.
3÷½
아까 '사과 3개를 ½명이 똑같이 나눠먹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렇게 <등분제>로 만든 상황은 이상했었죠. 문제를 이렇게 바꿔볼게요. '한 사람에게 사과 ½씩 나눠 주려고 하는데. 사과가 3개라면 모두 몇 명에게 줄 수 있을까?' 어떤가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지요? <포함제> 개념으로 접근하면 해결됩니다.
동그라미 하나가 사과 하나라고 생각하면,
3÷½ 은 '3에서 ½을 몇 번 뺄 수 있어?'가 됩니다.
모두 6번 뺄 수 있죠. 사과 반쪽씩 모두 6명에게 나눠준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 배웠던 분수 나눗셈기억나세요? '분수에서 나눗셈을 할 때는 ÷를 ×로 바꾸고 역수로 써서 계산해라' 이렇게 알고 계신가요? 우린 일반화된 규칙만 기억하고 그 이유는 몰랐어요. 맥락을 알고나면 수학이 한결 재밌어집니다.
우린 나눗셈 계산은 할 줄 알았지만, 나눗셈의 개념은 잘 몰랐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익숙한 <등분제> 그리고 낯선 <포함제> 이젠 구분할 수 있으시죠? 우리는 단순 계산하려고 수학을 배운 게 아니었어요. 연산의 의미 파악이 먼저입니다. 수학에도 맥락이 중요하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