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색종이는 정사각형입니다.'정사각형'이란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각이 직각인 사각형을 말합니다.이 색종이의 정확히 절반 넓이 되는정사각형을 만들어보세요. 단눈금자는 사용하지 않기로 해요.
일단 반으로 접어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넓이는 반이 되지만 정사각형이 아니죠. 우리는 정사각형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번 더 접어서 정사각형을 만들까요?
정사각형은 맞지만 넓이가 반(½)이 아니라, 반의 반(¼)이 됐어요. 우리가 원한 건 이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절반 넓이의 정사각형을 만들어야 합니다.
혹시 이쯤에서 '자'가 필요하신가요? 이 문제는 측정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궁금하시다면 알려드릴께요. 색종이 한변의 길이는 15cm입니다. 그렇다면 색종이의 넓이는 15×15=225, 225㎠가 되고, 225㎠의 절반은 112.5㎠인데요. 한변의 길이가 몇 cm여야 정사각형 넓이가 112.5㎠가 될까요?수치를 알고 나니 되려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군요. 우리는 이거 몰라도 절반 넓이의 정사각형을 만들 수 있어요. 대신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관점을 바꾸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
색종이를 절반으로 나누는 방법이 하나 더 있죠.어릴 때 종이접기 좀 해봤다 하는 분들은 감이 오실 거예요. 이렇게 접어도 절반이 되지요.
대각선이 정사각형을 딱 절반으로 나눠주니까요.아까 반으로 접어서 만든 직사각형과 방금반으로 접어서 만든 이 삼각형의 넓이는 같습니다.우리가 만들어야 할 절반 정사각형도 이 둘과 넓이가 같아야 합니다.
한번 더 접어볼게요.
색종이를 펼쳐서 접힌 선을 자세히 보겠습니다.
정사각형이 정확히 삼각형 4개로 분할되었지요. 색종이 넓이는 이 삼각형 4개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색종이의 절반 넓이는삼각형몇 개와 같을까요? 네 맞아요. 삼각형2개가 색종이 넓이의 절반입니다.
이 삼각형 2개를 합치면....
색종이 넓이의 절반인 정사각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정사각형인지 증명해봅시다.
정사각형의 대각선은 서로를 이등분하니까 이 네개의 선분은 길이가 모두 같습니다.대각선을 그으면 각도 똑같이 나뉘니까 삼각형의 이 각들은 45°도 입니다.삼각형 둘을 합치면 45°+45°=90°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각 모두 직각이니 정사각형이 확실합니다.
앞서 우리는 삼각형 두개로 정사각형을 만들었는데요. 절반 넓이의 정사각형을 만드는 방법은또있습니다. 이번에도 '대각선'을 잘 이용해보세요. 이런 문제는 종이접기 마니아들에게 무척 유리해요. 색종이를 만지다 보면 손가락 센서가 작동됩니다.어쩌면 손이 뇌보다빠를지도몰라요.함께 접어보겠습니다.
1) 먼저 색종이를 네모로 한 번 접고 또 한 번 접습니다.
2) 색종이를 펼쳐요.
3) 네 모서리를 중심에서 만나도록 접어요.
이런 접기 방법을 전문용어로 '방석접기'라고 하는데요. 방석접기를 하고 보니,어느새 정사각형이 됐습니다.
정사각형은 분명한데 넓이가 절반이 확실할까요?접었던 색종이를 다시 펼쳐보겠습니다.
색종이는 처음에 작은 정사각형 4개로 4등분 됐습니다.그리고 모서리를 중심을 향해 접을 때 '대각선'이 만들어졌죠. 이 대각선이 작은 정사각형을 반으로 나누니까 색종이는 삼각형 8개로 8등분 됐어요. 전체 색종이를 반으로 만들려면 삼각형 4개만 있으면 되죠.
이렇게 삼각형 4개로 정사각형을 만들었어요. 신기하게도 방석접기를 한 번 할 때마다 넓이는 계속 절반씩 줄어들어요. 색종이를 펼치면 아래 그림처럼 정사각형이 반복됩니다.가운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속으로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들어요.
이렇게 정사각형 안에 정사각형을 끝없이 그릴 수 있는데,그 넓이가 계속 절반이 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플라톤의 저서 <메논>에 이와 관련한 기하학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소크라테스가 수학을 배운 적 없는 노예 소년과 대화를 하는 장면인데요. 기록으로 남은 역사상 최초의 수학 수업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땅에 정사각형을 하나 그리더니 소년에게 이 정사각형 넓이의 2배 되는 정사각형을 만들 수 있냐고묻습니다.소년은 변의 길이를 2배 늘리면 된다고 대답해요.
그런데 변의 길이를 2배 늘렸더니, 넓이는 2배가 아닌 4배로 늘어났어요.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계속 이어지고 소년은 결국 방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크라테스는 메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소년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고. 그저 소년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왔을 뿐이라고요.
소크라테스의 적절한 발문이 소년의 생각을끌어냈습니다.돌이켜보면 제가 학창시절 수포자였던 이유는 생각하는 힘이 부족해서였던 거 같아요. '왜?'라는 의문을 품고, '그래서?' 방향을 잡고, '그러니까!' 논리로 끌고 나가야 했어요. 제겐 그런 생각의 과정보다는 채점 결과가 훨씬 중요했어요. 정작 맞혀도 어쩌다 맞힌 건지 모르고, 틀려도 왜 틀렸는지 몰랐으면서 말이에요. 그땐 스스로 생각하는 힘도 약했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는 의지도 없었고 스스로 해내는 방법도 알지 못했거든요.
여러분은 오늘 문제 어떠셨어요? 스스로 찾아내셨나요?느긋해도 좋고 느슨해도 괜찮아요.어른이 된 지금은 수학 점수의 압박에서 해방되었으니까요. 생각하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기하학을 지적 유희로 삼았다잖아요. 우리도 즐겼으면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