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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야 Nov 04. 2024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으로 정삼각형을 그리려면?

'정삼각형을 그려보세요.' 라는 미션을 받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그리실 거예요? 억 저편에서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수학을 꺼내봅시다.


우선 자로 적당한 길이의 선분을 긋습니다. 이 선분이 정삼각형의 한 변이예요.

각도기를 이용해 양끝에 각각 60°인 각을 그려요. 삼각형은 한 각의 크기가 60°까요.

두 각의 변이 만나는 점을 찾아 주어진 선분의 양 끝점과 이으면 정삼각형이 완성됩니다.


또는 주어진 선분의 한쪽 끝에서 60°인 각을 그린 후 자를 이용해 변의 길이가 같은 지점을 표시합니다. 이 점을 선분과 연결해도 정삼각형을 그릴 수 있어요.


우리가 등학교 때 배웠던 정삼각형 그리는 방법이에요. 선분의 길이와 각의 크기를 이용합니다. 수포자였을지라도 자와 각도기만 있으면 정삼각형쯤이야 누구나 뚝딱 그릴 수 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 달랑 주고 정삼각형을 그리라고 하면요? , 각도기를 안 준대요. 상에나, 자에 눈금도 없대요. 미션 임파서블이라고요? 아니에요.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다 그렇게 그렸는걸요. 이걸 수학 용어로 '작도'라고 합니다.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이용해 조건에 걸맞은 도형을 그리는 거예요. 늘 우리는 작도에 도전합니다.

* 출처 :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

고대 그리스에서는 길이와 각도를 직접 재는 것을 '가짜 수학'으로 취급했어요. 그 시대에는 정밀 기계도 없었으니 손으로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다 해도 눈금에 오차가 생겼을 거예요. 측정하는 사람의 눈썰미와 힘조절에 따라 수치도 미세하게 달라질 테고요. 완벽한 측정은 불가능니다.


논리의 학문, 수학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바로 '대충'입니다. 도구로 측정하면 대충의 길이가 돼요. 그렇기에 실제로 재는 것보다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 도형의 성질을 탐구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겼어요. '측정으로는 정확히 구할 수 없다. 참값을 알려면 완벽하게 생각해라.' 이게 고대 수학이 요구하는 정신입니다.


측정으로는 정확히 구할 수 없다
참값을 알려면 완벽하게 생각해라


당시는 직선과 원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도형이라고 여겼어요. 눈금 없는 자는 직선을, 컴퍼스는 원을 상징했습니다. 이 두 가지로 세상 모든 도형을 그요.  대 그리스인들에게 작도는 단순히 도형을 그리는 것 이상이었어요. 도를 통해 아이디어와 직관을 얻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증명으로 완성했죠.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해야 정확히 그릴 수 있어서 공부하는 자세를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우리도 기하학을 즐겨봅시다. 준비물은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 있으면 돼요. 일단 사용법부터 알아야겠죠?

컴퍼스 : 컴퍼스를 이용해 원과 호를 그릴 수도 있고, 일정한 길이의 선분을 복사할 수 있어요. 교한 작도를 위해 컴퍼스의 연필심은 뾰족하게 깎으세요.


눈금 없는 자 : 눈금 없는 자가 없다면 자에 그려진 눈금을 시하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점과 점을 잇거나 직선을 그릴 때만 를 쓸 요.


(1) 정삼각형 작도

사용법을 숙지했으니 이제 '정삼각형'작도해 봅시다.  여러분 정삼각형의 정의를 아십니까. 수학에서는 정의와 성질을 구분해서 알아야 해요. 정삼각형이란, '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을 말합니다. 이건 정삼각형의 정의예요. '정삼각형은  각의 크기가 모두 같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라 성질입니다.


정삼각형의 정의 : 세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

정삼각형의 성질 : 세 각의 크기가 모두 같다


일단, 선분 하나를 긋습니다. 선분 AB라고 합시다.

주어진 선분 AB를 한 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을 그릴 거예요. 정삼각형은 세 변의 길이가 같아야 하니까 선분 AB의 길이와 나머지 두변을 같은 길이로 그려주면 끝. 근데 자에 눈금이 없는데 어떻게 똑같이 그리죠? 그럴 때 사용하는 물건이 바로 '컴퍼스'입니다. 컴퍼스로는 선분을 복사할 수 있거든요.


점 A에 컴퍼스의 중심축 바늘을 두고 점 B까지 폭을 벌립니다. 

선분 AB의 길이를 복사했어요. 마치 이건 키보드 단축기 ctrl+c 와 같아요. 이제 ctrl+v 여넣기만 하면 되겠죠?


컴퍼스의 벌린 폭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점 A에 바늘을 두고 원을 그립니다.

이번에도 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점 B 바늘을 두고 원을 그려줍니다.

두원이 만나는  점 C라고 합시다.

점 A와 점 C를 연결하는 선분을 그려요. 마찬가지로 점 B와 점 C도 연결합니다.

보세요. 우리가 세 변의 길이가 같은 정삼각형을 작도했어요.


혹시 왜 정삼각형인지 설명할 수 있으세요? 첫 번째 원을 잘 보세요.

변 AC와 변 AB는 첫 번째 원의 반지름입니다. 길이가 같을 수밖에 없어요. 변 AC=변 AB


이번엔 두 번째 원을 봅시다.

변 CB와 변 AB는 두 번째 원의 반지름이니까 두 변도 길이가 같습니다.


변 AC=변 AB

변 CB=변 AB

그러므로 변 AB=변 AC=변 CB


애초에 우리가 선분 AB를 반지름으로 해서 원을 그렸기에 당연해요. 세 변의 길이가 같으니 정삼각형이 확실합니다. 작도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도형에 대해 알게 됩니다.


(2) 직각 작도

이번엔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 이용해서 '직각'을 그려봅시다. 각도기 없이 어떻게 직각을 그린단 말입니까. 막막하게 느껴지시지요?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지금처럼 각의 개념은 있었지만 각도기는 없었어요. 그런데 각도기 없이도 정확하게 그릴 수 있는 각도가 있습니다. 바로 0°, 90°, 180° 인데요. 0°와 180°는 자만 있으면 아주 쉬워요. 두 직선을 포개거나 평평하게 펼치면 되니까요. 그런데 각도기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옛날에도 90°를 정확히 그릴 수 있었답니다. 90°에만 특별히 '직각'이 이름 여준 이유예요. 리도 각도기 없이 각을 그려봅시다.


먼저 선분 하나를 긋습니다. 길이는 여러분이 정하기 나름이에요. 편의상 선분 AB라고 할게요.

선분 AB와 90°를 이루는 선, 즉 선분 AB에 대한 수선을 그릴 겁니다. 먼저 점 A에 컴퍼스의 중심축 바늘을 두고 선분의 절반 이상으로 폭을 벌려 그립니다.

컴퍼스의 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번엔 점 B를 중심으로  그려주세요. 

두 원이 두 군데서 만나죠? 각각을 점 C, 점 D라고 할게요.

이제 자를 이용해 점 C와 점 D를 지나는 직선을 그려주세요.

선분 AB와 선분 CD가 이루는 각은 90°에요. 선분 AB에 대한 수선이 생겼습니다. 정확히는 수직이등분선입니다.


리도 대 그리스인들처럼 각도기 없이 직각을 그렸어요. 그런데 직각이란 걸 어떻게 확신하죠? 증명할 수 있나요? . 증명할 수 있어야 수학이죠.

점 A, 점 B, 점 C를 이어서 삼각형을 만들어볼게요. 삼각형 ABC는 변 AC와 변 BC의 길이가 같은 이등변삼각형입니다. 둘 다 크기가 같은 두 원의 반지름이니까요. 삼각형 ABC가 이등변삼각형이므로 선분 AB와 직선 CD는 수직관계가 확실합니다. 이등변삼각형 꼭지각의 이등분선이 밑변을 '수직이등분'한다는 성질을 이용했어요. 각도기 없이 직각을 그리는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이등변삼각형의 정의 :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

이등변삼각형의 성질

1. 두 밑각의 크기는 서로 같다.

2. 꼭지각의 이등분선은 밑변을 수직이등분한다.


(3) 정사각형 작도 

자면, 지금까진 몸풀기였어요. 기본작도를 익혔으니 이를 이용해 '정사각형' 작도전하기로 해요. 선분 복사하기와 직각 그리기를 알면 정사각형도 문제없답니다.


근데 정사각형을 그리려면 정사각형이 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사각형이 뭘까요?


네 변의 길이가 같은 사각형? 땡! 그건 마름모예요.

각이 모두 직각인 사각형? 땡! 그건 직사각형니다.


정사각형이란,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각이 모두 직각인 사각형'입니다. 정사각형은 마름모(네 변의 길이가 같은 사각형)면서 직사각형(네 각이 직각인 사각형)인 도형이에요. 이제 우리는 네 변의 길이는 , 네 각은 모90°가 되게끔 그려야 해요.


정사각형의 정의 :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각이 모두 직각인 사각형


주어진 선분 AB를 한으로 하는 정사각형을 그려봅시다.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관건은, 점 A를 지나면서 선분 AB에 수직인 직 그리는 거예요.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요? 아까 배운 수직이등분선 작도법을 이용하면 니다.


선분 AB를 왼쪽으로 연장니다.

이제부턴 원 전체 대신 원의 일부인 호를 그릴게요. 점 A를 중심으로 호를 그려서 선분 AB와 만나는 지점을 표시합니다.

각각을 점 a, 점 b라 하면 선분 aA와 선분 Ab는 길이가 같습니다. 둘 다 한 원의 반지름이니까요.


컴퍼스를 조금만 더 벌려서, 점 a와 점 b를 중심으로 하는 호를 그린 후, 교점을 점 A와 연결합니다.

점 A를 지나면서 선분 AB와 수직을 이루는 선을 렸습니다. 이 직선을 직선l이라고 부를게요.


컴퍼스를 선분 AB만큼 벌린 후, 점 A를 중심으로 호를 그립니다. 직선 l과 호의 교점을 점 C라고 합시다.

선분 AB와 선분 CA는 길이가 같습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점 B를 지나면서 선분 AB와 수직을 이루는 직선 m을 만듭니다.


이번에는 점 B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선분 AB인 호를 그린 다음, 직선 m과의 교점 D를 표시합니다.

선분 AB와 선분 DB는 길이가 같아요.


마지막으로 점 C와 점 D를 연결하면 네변의 길이는 모두 같고 네 각은 모두 직각인 정사각형 ABCD가 완성됩니다.


결국 우리가 정사각형을 작도했습니다. 눈금자와 각도기 없이, 즉 숫자에 의존하지 않고 그렸어요. 


클릭 몇 번, 터치 몇 번이면 뭐든 뚝딱 그릴 수 있는 이 최첨단시대에 굳이 어렵게 형을 그리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작도는 도형 완성이 목적이 . 도형에 대해 완벽하게 생각하는 것이 작도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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