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배우긴 배웠는데흐릿해진 기억 탓에 고개를 갸우뚱하셨나요? 아니면 내가 아무리 수포자였기로 이 정도도 모를까봐? 자신 있게 ⅚라고 답하셨나요?그러면 몇 가지 더 여쭤볼게요. 통분은 왜 하신 거예요? 분모를 똑같이 만든 이유는요? 왜 분자만 더하셨어요? 계산을 정확히 했음에도 말문이 막히셨다면,초등학생 때 개념은 모른채빠른 계산법만 배워서 그렇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진 요즘이라고 다를까요? 기계적으로 답을 구할 수는 있어도 통분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아이들이 많습니다.
분수는 특이하게도 위아래로 숫자가 있지요. 가로선 아래에 있는 수는 분모, 가로선 위에 있는 수는 분자입니다. '통분'은분모가 서로 다른 분수의 분모를 같게 만드는 거예요. 분수끼리 더할 때통분하는이유를 알려면, 먼저 통분할 필요가 없는 분수의 덧셈부터이해해야 합니다.
⅕ + ⅗
계산 결과는 여러분의 예상대로 ⅘가 맞아요. 분모가 같은 분수끼리 더할 때는 분모는 그대로 두고 분자만 더해줍니다. 왜 그런걸까요? 그걸 아는 게 핵심입니다.
2만 원과 3만 원을 더하면 얼마지요? 네 5만 원이에요. 근데 왜 5만 원일까요? 2만 원은 1만 원이 2장이에요. 3만 원은 1만 원이 3장이고요. 여기선 단위가 '1만 원'이죠. 2장과 3장을 합치면 1만 원이 모두 5장이라서 5만 원입니다.
2달러와 3만 원을 더하면 얼마일까요? 이대로는 못 더해요. 둘의 단위가 다르니까요. 이럴 땐 환전을 해야 합니다. 달러로 바꾸든 우리나라 돈으로 바꾸든단위를 통일시켜야 둘을 더할 수 있어요.
분수에도 단위가 있다
이처럼 뭔가를 더하거나 빼려면 '단위'가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분수에도 단위가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1을 똑같이 나눈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분수의 단위입니다.수학용어로는 '단위분수'라고 해요. 설명만 읽어서는어려울 수 있는데눈으로 직접 보면 쉬워요.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봅니다.
빵 하나를 똑같이 두 조각으로 나누면 그중 한 조각의 크기는 ½, 똑같이 세 조각으로 나누면 그중 한 조각의 크기는 ⅓, 똑같이 네 조각으로 나누면 그중 한 조각의 크기는 ¼ 이에요.½, ⅓, ¼...처럼 분자가 1인 분수가 바로 '단위분수'입니다. 이러한 단위분수가 분수를 세는 기준이 됩니다.
분수를 세는 기준, 단위분수
¾이라는 분수를 그림으로 나타내볼게요.
¾은 ¼이 3개 있는 겁니다. 이때의 단위분수는 ¼이에요.
¾=¼+¼+¼
⅔의 단위분수는 ⅓이에요. ⅓이 2개죠.
⅔=⅓+⅓
⅚는 단위분수 ⅙이 5개인 분수입니다.
⅚=⅙+⅙+⅙+⅙+⅙
이렇듯 단위분수는 분수를 세는 기준이 되는 분수예요. 분수끼리 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수의 덧셈은 같은 단위분수 개수의 합을 구하는 거예요.
분수의 덧셈은 같은 단위분수 개수의 합
⅕ + ⅗
여기서 기준이 되는 단위분수는 ⅕입니다. 이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봅시다.
⅕은 전체를 1이라고 할 때 똑같이 다섯으로 나눈 것 중의 하나를 의미합니다. 단위분수 ⅕이 1개예요.⅗은단위분수 ⅕이 3개입니다.
⅕ 1개에 ⅕ 3개를 더하면 ⅕은 모두 4개니까 ⅘ 입니다.
⅜ + ⅝
⅜은 ⅛이 3개, ⅝는 ⅛이 5개입니다.
그래서 ⅜과 ⅝를 더하는 것은 ⅛ 3개와 ⅛ 5개를 더하는 것과 같아요. ⅛이 8개니까 이것은8/8 즉 1입니다.
⅔ + ⅔
⅔는 ⅓이 2개입니다.
그렇다면 ⅔+⅔는 ⅓이 4개가 되죠. 4/3이면서 1⅓이기도 한 겁니다.
혹시 분수의 덧셈에서 규칙을 발견하셨나요? 직접 그림으로 확인해 보니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분모가 같은 분수의 덧셈을 할 때는, 분모는 그대로 두고 분자만 더하면 되는구나.' 이런 과정을 거쳐 분수 연산의 알고리즘이 생긴 겁니다.
그런데 앞뒤 맥락다 잘라내고 '아래 분모가 똑같을 땐 무조건 위에 있는 분자만 더하면 돼.' 이렇게 요령만 익혀서 빠르게 계산하면 겉으로는 수학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개념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입니다.
분모가 같은 분수의 덧셈 개념을 이해했다면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도 어렵지 않아요. 수학은 개념이 서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½+⅓
이렇게 단위분수가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르다면 같게 만들면 되죠. 마치 2달러와 3만 원을 더할 때 환전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분수에게는 통분이 바로 환전입니다.
½과 ⅓은 서로 기준이 달라요. 그림으로 보세요.
둘을 더할 수 있나요? 이 상태로는 죽었다 깨도 못 더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어때요?
이젠 더할 수 있겠지요? 분수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단위분수가 순식간에 같아졌어요.½은 ⅙이 3개이고 ⅓은⅙이 2개니까⅙은 모두 5개. 그래서 ½+⅓=⅚입니다.
이는 분수의 위대한 성질을 이용한 겁니다. 분수는 분모와 분자에 0이 아닌 같은 수를 곱하거나 나누어도 그 크기는 같거든요.분수는 하나의 수를 여러 가지 분수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분모와 분자에 0이 아닌 같은 수를 곱하거나 나누어도 그 크기는 같다
분수의 성질을 이용해서,½ 의 분자와 분모에 똑같이 3을 곱하고
⅓의 분자와 분모에는 똑같이 2를 곱해줬어요.
그랬더니 분모가 6으로 같아졌습니다. 두 분수의 단위분수가 ⅙이됐으니 덧셈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½과 ⅓의 공통분모를 왜 하필이면 6으로 맞춘 걸까요? 다른 수는 안 되나요? 혹시 분모끼리 서로 곱해준 거예요? 2×3=6? 그럼 이번에도 분모끼리 곱해서 공통분모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¼+ ⅙
¼의 분모는 4이고,⅙의 분모는 6에요.4×6=24이니까 분모를 24로 통분해 볼게요.
분자와 분모 모두 커져서 분수의 덧셈 후 약분의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합니다.
사실 두 분수를 통분할 때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수는 아주 많아요. 예를 들어 ¼과 ⅙두 분수를 놓고 보면
¼과 ⅙이 분모가 같을 때는 분모가 12, 24, 36... 일 때에요.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수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큰 수를 공통분모로 삼는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에요. 다만계산하는 당사자가 번거로울 뿐이죠. 수가 커지면 중간에 연산실수하기도 쉽고 마지막에는 약분도필히 해줘야 하니까요.가급적 작은 수로 통분하는 게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 작은 수가 뭐냐? 바로 두 분모의 '최소공배수'입니다. 공배수, 즉 공통된 배수 중에서 가장 작은 수를 최소공배수라고 해요.두 수의 공배수는 끝이 없어요. 영원히 계속됩니다. 그래서 가장 작은 수인 최소공배수를 공통분모로 만드는게 가장 가성비가 좋습니다.
훨씬 깔끔해졌죠? 약분할 필요도 없어요. 수도 작아지니 분자끼리 더할 때도 훨씬 순조롭습니다. 최소공배수 구하기 귀찮다고 무조건 분모끼리 곱하면 더 복잡하고 어려워져요.
(⅓+⅕), (⅕+⅙), (⅓+⅛)처럼 분모의 공약수가 1밖에 없으면 두 분모를 곱한 수를 공통분모로 하면 됩니다. 이때는 두 수를 곱한 수가 최소공배수가 되니까요.
* 출처 : 동아출판 5-1 수학교과서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수학책을 보면 2단원에서[약수와 배수]를 먼저 배우고, 4단원 [약분과 통분]을 배운 후, 5단원에서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배워요. 분수로 가기 위해 개념을 차곡차곡 다져갑니다.
다음은 초등학교에서 분수를 배우는 교과과정입니다.
● 3학년 1학기 :분수의 개념/단위분수
● 3학년 2학기 : 분모가 같은 분수의 크기 비교
● 4학년 2학기 :분모가 같은 분수의 덧셈/뺄셈
● 5학년 1학기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뺄셈
● 5학년 2학기: 분수의 곱셈
● 6학년 1학기/2학기 : 분수의 나눗셈
이러한 순서로 배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개념이 서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개념은 모른 채 '분모가 같을 때는 무조건 분자만 더하면 돼.','분수를 곱할 때는 분모는 분모끼리, 분자는 분자끼리 곱하면 돼.', '분수 나눗셈은 분수를 뒤집어서 곱하면 돼.' 이런 요령만 익혔다면 조금만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분수를 포기하고 싶어져요. 분수 연산은 할 수 있어도 분수의 의미는 모르니까요. 요즘은 우리 때보다 수포자 연령이 낮아졌다고 하죠. 그 첫 고비가 바로 초등학교 3학년 분수입니다.
* 출처 : 국민일보
* 출처 : 경향신문
요령을 적용하면 쉽게 답을 구할 수는 있지만 '요령만' 배운다면 개념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잃고 맙니다.그러면 갈수록 수학이어렵고 싫어져요.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어야 수학과 친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