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수학은 교집합이 전혀 없는 별개의 영역 같지만, 스포츠야말로 수학이 없으면 안 됩니다.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유리해서는 안 되니까요. 스포츠의 판을 깔아주는 건 수학입니다.대표적인 시합 방식이 리그전과 토너먼트전인데요. 이것도 수학과 관계있습니다.
'리그전'은 참가한 모든 팀이 서로 한 번씩 겨루는 방식으로 이긴 횟수가 많은 팀이 우승합니다.'토너먼트전은'두팀씩 대결해서 지면 떨어지고 이기면 올라가는 방식이에요. 마지막까지 남은 두 팀이결승전을 치러 우승을 가립니다.
리그전과 토너먼트전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토너먼트전은 선수들의 실력 못지않게 대진운이 중요합니다. 초반부터 강팀을 만나면 처참하게 탈락할 수 있거든요. 강팀과 강팀이 맞붙으면 유력한 우승 후보가 조기탈락할 수도 있어요. 이를 대비해 시드 배정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짜릿한 대이변도 생기지요. 토너먼트전은 한번 지면 끝이기에 패배를 만회할 기회가 없어요. 대신 경기를 관람하는 우리네에게는 결승전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토너먼트가 흥미진진할 수밖에요.반면 리그전은 모든 팀과 한 번씩 겨루기 때문에 공평하다는 장점이 있지만,시합을 많이 치러야 해서 대회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어요.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따릅니다. 또 동점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우선순위 규칙도 미리 정해놔야 합니다.
스포츠의 특성에 따라 우승팀을 가리는 경기 방식은 달라집니다.세계적인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 챔피언십은 오직 토너먼트로만 진행해요. 올림픽의 양궁, 탁구, 배드민턴도 마찬가지고요. 반면 리그전만 하는 스포츠도 있습니다. 최상위 축구인 프리미어리그는 매시즌 리그전 방식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이와 달리 리그전과 토너먼트전을 적절하게 섞은 경기 방식도 있어요.월드컵이 대표적인데요.예선에서는 조별리그전을 하고 본선 16강부터는 토너먼트를 합니다. 올림픽의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역시 두가지가 혼합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토너먼트전과 리그전은 경기 수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경기 수를 빠르게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오해하지 마세요. 공식을 암기해서 누구보다 빨리 계산하려는 게아니에요.생각을 하면 속도는 저절로 빨라져요.단, 생각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1) 리그전 경기 수
먼저 리그전부터 살펴볼게요. 만약 A,B,C,D라는 네 팀이 있다고 해봅시다. 모든팀과 한번씩 겨뤄서 가장 승점이 높은 팀이 우승한다고 할 때, 모두 몇 번의 경기를 해야할까요?
A팀은 B, C, D팀과 시합을 해야 하니까 3번
B팀은 C, D팀과 시합을 해야 하므로 2번
C팀은 D팀과 시합해서 1번
3+2+1=6
모두 6번의 경기를 해야 합니다.
이번엔 다르게 접근해 봅시다.팀마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세 팀과 한 번씩 경기한다는 걸 이용할 수도 있어요.
● A팀 :A vs B, A vs C, A vs D
● B팀:B vs A, B vs C, B vs D
● C팀:C vs A, C vs B, C vs D
● D팀:D vs A, D vs B, D vs C
네 팀 모두 3번씩 경기를 해야 하니까,4×3=12, 전체 경기는 12번일까요?아니에요.생각 하나를 빠뜨렸어요. A팀 입장에서 계산한 A vs B와 B팀 입장에서 계산한 B vs A가 동일한 경기라는 걸 우리는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경기가 두 번씩 포함되어 있는 셈이죠. 두 번씩중복되니까 2로 나눠줘야 합니다. 12÷2=6, 그래서 4팀이 리그전을 하면 총 6번의 경기를 하게 됩니다.
이걸 일반화해볼게요.n개의 팀이 리그전을 한다고 하면, 자기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과 경기를 해야 하니까 (n-1)번 하게 됩니다. 팀이 모두 n 개니까 n×(n-1)번 하게 되겠죠. 그런데 경기가 두 번씩 중복되니까 2로 나눠줘야 해요. 이걸 식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깔끔해집니다.
n개의 팀이 참가한 리그전의 총 경기 수
: n × (n-1) ÷ 2
몇 팀이 참가하더라도 우린 리그전의 전체 경기 수를 금방 알아낼 수 있어요. 식만 달랑 외우면 뇌에서 금세 휘발되지만 원리를 생각하면오래 갑니다. 암기는 입력은 빠르지만 출력이 자주 고장나요. 하지만 생각은 무한출력이 가능합니다.
이번엔 경기의 규모를 조금 키워보겠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0개 축구 클럽이 리그전으로 겨루는데요. 모두 몇번의 경기를 해야할까요? 한번 생각해봅시다. A,B,C.....T까지 20팀이라고 하면, A팀 입장에서는 19번 경기를 해야해요. 그건 다른 팀도 마찬가지니까 (19×20)번, 총 380번이로군요. 같은 경기가 두번씩 중복되니까 2로 나눠줘야겠지요? 380÷2=190, 총 190경기입니다.
그런데 프리미어리그만의 특이점이 있어요.'홈앤드어웨이' 리그전을 한다는 건데요. 말 그대로 홈경기 한번, 원정 경기 한번 합니다. A vs B 라고 하면 A팀 홈에서 경기를 한번 하고 공정하게 B팀 홈에서도 경기를 한번 더해요. A vs B와 B vs A가서로 다른 경기라서이 경우에는 2로 나눠줄 필요가 없어요.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매시즌 380경기를 합니다. 한팀당 38번 경기를 뛰어야하니 시간이 꽤 걸리겠지요?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축구는 매년 8월에 시작해서 다음해 5월에 시즌이 종료됩니다.
(2) 토너먼트전 경기 수
이번에는 토너먼트전의 경기 수를 계산해봅시다.월드컵 16강을 예로 들어보죠. 16강에서는 모두 몇 번의 경기를 할까요? 토너먼트도 계산법이 있을까요?일단 대진표를 그려보겠습니다.
16강에서 8번, 8강에서 4번, 4강에서 2번, 결승전까지 모두 더하면,
8+4+2+1=15
16팀이 참가한 토너먼트전은 총 15번의 경기를 하게 됩니다. 월드컵에서는 결승전 전에 3,4위전을 해서 총 16번을 하지만, 3,4위전은 번외로 두고 우승팀을 뽑기위한 경기만 헤아리면 총 15번입니다. 경기수를 계산하는 규칙을 발견하셨나요?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면 한번 더 해봅시다. 만약 10팀이 참가하는 토너먼트전에서는 경기를 몇 번 해야할까요?
이번에는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팀이 있군요. 5번, 2번, 1번, 1번을 모두 더하면
5+2+1+1=9
총 9번의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일반화할 수 있는 계산법을 알아내셨나요?
그렇다면 대규모 경기에 적용해봅시다. 세계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 챔피언십은 토너먼트만으로 우승자를 결정하는데요. 여자 단식 종목에 선수 128명이 참가한다면 우승자가 나올 때까지 모두 몇 경기가 벌어질까요? 단3,4위 전은 포함시키지 않을게요. 이번엔 대진표 없이 오직 생각만으로 해결하기로 해요.
그래서 총 127경기라고 하나씩 차근차근계산하셨을까요? 나눗셈과 덧셈을 실수없이 잘 하셨어요. 그런데 이보다 더 빠른 방법이 있습니다.
생각을 달리 해보는 겁니다. 토너먼트전은이긴 팀만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는 '승자진출전'인데요. 이건 승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에요. 관점을 패자로 바꿔볼까요? 패자 입장에서 보면 토너먼트전은 한 경기마다 한 명씩 탈락하는 '패자탈락전'입니다. 참가선수128명에서 우승자 1명만 남으려면 127명은 떨어져야해요.127명의 탈락자가 나오기 위해선 127번의 경기가 필요합니다.
탈락자 수 = 토너먼트 경기 수
토너먼트전을 리그전처럼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생각하면 복잡해져요. 삐끗 계산 실수하기도 쉽고요.생각의 관점을 승자 1명이 아닌 패자 127명으로 바꾸면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