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타면 반죽을 몇 번 치대야 짜장면 한 그릇이 될까?

by 김나야

<생활의 달인> TV프로그램에서 혹시 수타면 달인을 보신 적 있으세요? 반죽의 양끝을 잡고 돌리면 반죽이 길어집니다. 다란 반죽을 반으로 접고 돌면 짧아졌던 반죽 쭉 늘어나요. 그러면 달인은 죽을 한번 접고 한 힘으로 지요. 반죽이 조리대에 퍽퍽 을 때마다 면발 형태가 서서히 타나는데요. 이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 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달인표 수타면이 완성됩니다.


큼직한 반죽 덩어리를 0.3cm 너비의 면발로 만들기 위해 달인은 반죽을 고 돌리기를 수없이 반복했을 거예요. 짜장면 1인분에는 면이 128가닥 정도 들어간다고 하는데 우리 한번 생각해 봅시다. 달인은 반죽을 몇 번 었을까요? 30번? 50번? 어쩌면 그 이상? 예상과 달리 고작 7번니다. 여기서 한번 더 접으면 기스면처럼 아주 가느다란 면발이 된다고 해요. 짜장면에는 7번이 최적화된 횟수예요. 겨우 7번만으로 가능하냐고요? 네 수학을 알면 충분히 가능니다.


반죽을 7번 접고 돌리면
수타면 완성


수타면이 수학 무슨 관계가 있는 걸요? 반죽을 한번 는다 해도 반죽의 용량은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한 줄이었던 반죽은 두줄이 되고 한번 더 접으면 네 줄이 됩니다. 반죽을 접을 때마다 두 배로 불어나지요.


1×2=2

2×2=4

4×2=8

8×2=16

16×2=32

32×2=64

64×2=128


7번만 겹쳐도 면은 128가닥이 됩니다. 순식간에 늘어났어요. 2배로 늘어난다는 건 매번 2를 곱하는 것과 같데요. 이를 '거듭제곱'이라고 합니다. 같은 수를 거듭 곱했다는 의미예요.


2를 10번 곱한다고 해볼게요. 이를 2×10 이라고 쓰면 안 돼요. 2×10 은 2를 10번 더했다는 뜻이니까요.

2×10=2+2+2+2+2+2+2+2+2+2


2를 10번 곱하는 것을 식으로 나타내면,

2×2×2×2×2×2×2×2×2×2 인데요. 너무 길죠. 간결함을 사랑하는 수학자가 거듭제곱을 나타내는 새로운 표기법을 고안해 냈어요. 2를 10번 곱했으니까 숫자 2 오른쪽 위에 10이라고 작게 써주는 거예요. 2^10이라고 말이죠. 곱하는 수 2는 '밑', 곱한 횟수를 나타내는 10은 '지수'라고 하는데요. 보기에도 예쁘고 쓰기에도 편니다.


수타면의 비밀은 거듭제곱


거듭제곱을 배웠으니까 바로 써먹읍시다. 2배씩 늘어나는 면발의 수를 거듭제곱으로 나타내볼게요.


2⁰=1

2¹=2

2²=2×2=4

2³=2×2×2=8

2⁴=2×2×2×2=16

2⁵=2×2×2×2×2=32

2⁶=2×2×2×2×2×2=64

2⁷=2×2×2×2×2×2×2=128


2를 7번 곱하면, 즉 2의 7제곱은 128이에요. 달인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7번만 으면 된다는 걸 오랜 연마로 깨달았을 겁니다. 달인의 기술과 학이 만나면 수타면이 만들어요.


우리나라에 수타면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패스트리 빵이 있습니다. 겹겹이 부드러운 패스트리 빵의 비법 역시 거듭제곱이에요.


패스트리빵 반죽의 비법 역시
거듭제곱


패스트리 빵은 약 400년 전 클로드 로랭이라는 제빵사가 맨 처음 만들었는데요. 로랭은 넓게 편 반죽에 버터를 바르고 반으로 접어봤어요. 반죽과 반죽 사이에 버터가 자연스럽게 들어간 걸 발견했죠. 그 죽을 다시 밀대로 넓게 서 버터를 바한번 더 접었습니다. 이번엔 4층 반죽 사이사이에 골고루 버터 들어간 거예요. 감을 잡은 로랭은 밀고 바르고 접고를 여러 번 반복했요. 그랬더니 버터와 반죽이 교대로 층을 이룬 반죽이 탄생했니다. 려 1000층이 넘었죠. 로랭은 몇 번 접었을까요? 딱 10번 접었습니다. 로랭은 그저 10번 밀고 바르고 접었을 뿐인데 반죽은 순식간에 1024층이 됐어요. 안 믿기신다고요?


2를 10번 곱하면,

2^10=2×2×2×2×2×2×2×2×2×2=1024

계산기로 확인해 보세요. 정말 1024입니다. 우리가 1000겹 이상의 부드러움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알고 보면 다 수학 덕분이에요.


직접 실험해 봅시다. 리는 밀가루 반죽 대신 종이를 접을 거예요. 여기 신문지 한 장이 있습니다.


신문지 한 장을
몇 번 접을 수 있을까?

펼치니까 제법 큰데요. 이걸 계속 반으로 접는다면 우리는 몇 번까지 접을 수 있을까요? 10번? 20번? 30번? 은 그 이상? 지금 여러분 곁에 신문지나 A4용지가 있다면 스크롤을 잠시 멈추고 저랑 같이 접어보시다.


한 번 접고 두 번 접고 세 번 접고 계속 그렇게 접으시면 돼요. 어렵지 않죠? 아 그런데 문제가 겼어요. 신문지의 면적은 자꾸 좁아지는데 두께는 점점 두꺼워지니 접는 거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쉽게도 7번에서 멈춰야 했어요. 천하장사가 와도 8번은 대 못 접을 걸요.

7번 접은 신문지는 몇 겹일까요? 2×2×2×2×2×2×2=2⁷은 128이니까 무려 128겹이에요. 신문지 두께를 0.1mm라고 하면, 7번 접은 두께는 0.1×128=12.8mm 약 1.3cm입니다.


종이 한 장을 12번 접어서
세계 신기록


우린 7번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지만 종이를 12번 접어서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 브리트니 갤리번이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브리트니는 한 방향으로만 계속해서 접을 수 있도록 가로가 긴 직사각형 종이를 떠올렸어요. 그 길이는 무려 1.2km에 달했죠. 2002년 1월, 브리트니는 두 친구의 도움을 받아 8시간에 걸쳐 12번 접는 데 성공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보다 딱 한 번만 더 접도 바로 세계 신기록이에요.


내친김에 상상력을 조금만 더 발휘해 봅시다. 신문지를 42번 접을 수 있다면 기네스북은 물론이고 달까지도 갈 수 있어요. 금없는 소리 같지요? 그런데 수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해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38만 4천 km입니다. 2를 42번 곱하면 4,398,046,511,104인데요. 이 수만큼 신문지가 겹쳐진다면 그 두께는 얼마나 될까요? 신문지 한 장의 두께를 0.1mm라고 하면 42번 접은 신문지의 두께는 무려 43만 9천 km에 달해요. 여기서 한번 더 접어서 43번 접는다면 그 두께는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하는 거리를 훌쩍 넘어버립니다. 거듭제곱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군요.


거듭제곱을 몰라서 나라를 말아먹을 뻔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고대 인도의 어느 왕이 전쟁 마니아로 악명 높았는데요. 걸핏하면 전쟁을 벌이는 탓에 온 백성은 늘 불안에 떨어야 했지요. 그래서 승려 제타는 왕을 위해 전쟁과 비슷한 '체스 게임'을 발명했습니다. 맞아요. 우리가 서양장기라고 알고 있는 바로 그 체스예요. 상대편의 왕을 잡아야만 이기는 게임이죠. 병력보다는 전략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이 전쟁 게임에 왕이 푹 빠져들었어요. 그 덕분에 진짜 전쟁은 그만두게 되었죠. 왕은 이토록 흥미진진한 게임을 만든 세타에게 큰 상을 내리기로 합니다.


"원하는 것을 말해보아라."

"체스판 한 칸에 쌀 1톨, 그다음 칸에는 쌀 2톨, 그다음 칸에는 쌀 4톨. 이렇게 다음 칸에는 앞의 칸보다 쌀알을 2배씩 얹어서 주십시오."

왕은 세타의 소원이 소박하다고 칭찬하며 흔쾌히 약속했어요. 그런데 며칠 후 신하가 어명을 거두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세타의 소원대로 쌀을 주려면 왕국의 모든 쌀을 다 주어도 모자란다면서요. 왜 그럴까요?

체스 판에는 모두 64개의 칸이 있습니다. 다음 칸에는 앞 칸의 2배 되는 쌀을 줘야 하니까 각각의 칸에 놓이는 쌀은 2의 거듭제곱으로 나타낼 수 있요.


첫 번째 칸 : 쌀 1톨 (2⁰)

두 번째 칸 : 쌀 2톨 (2¹)

세 번째 칸 : 쌀 4톨 (2²)

네 번째 칸 : 쌀 8톨 (2³)

다섯 번째 칸 : 쌀 16톨 (2⁴)

......

64번째 칸 : 쌀 9223372036854775808톨(2^63)

인데요.


2의 63제곱 톨의 쌀이라니 전혀 실감 나지 않는 수치인데요. 이는 에베레스트 산의 무게쯤 됩니다.


1+2¹+2²+2³+2⁴+.......+2^63을 다 더하면 얼마나 될까요? 18,446,744,073,709,551,615로 약 1845경이 됩니다. 무게로 따지면 쌀 4000억 톤이 넘어요. 전 세계의 쌀을 다 합친다 해도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죠.


시작이 작다고 무시하다간 거듭제곱한테 큰코다칩니다. 듭제곱의 폭발력은 어마어마하거든요. 오죽하면 아인슈타인이 2배씩 늘어나는 복식 증가를 '세상의 8번째 불가사의'라고 했겠습니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수가 됩니다.








keyword
이전 04화당신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