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야 Oct 07. 2024

가격이 120% 올랐다는 건 얼마가 올랐다는 걸까?

매년 여름이면 폭염과 폭우 피해로 채소 가격이 폭등합니다. 금채소를 장바구니에 담으려면 심이 . 쩔 수 없이 김밥에 시금치를 생략하고 국수에 겉절이를 단념하고 삼겹살에 상추를 포니다. 그러운 초록 짐하게 차린 여름 밥 사치가 될 줄이야. 기후플레이션이 다반사인 요즘은 이런 뉴스도 새삼스럽지 않아요.

* 출처 : 뉴스핌

상춧값이 120% 급등했다고 합니다.  수치가 체감되세요? 대체 얼마나 올랐다는 걸까요? 만약 르기 전  가격이 3000원이었다면, 120% 오른 상추는 얼마일까? 1번과 2번 중 선택해 보세요.

 

(1) 3600원

(2) 6600원


정답은 2번 6600원입니다. 가히 금상추라고 불릴만하네요.  1번 3600원을 고르셨나요? 짐작건대 '전월 대비 120%' '전월 대비 120% 증가'를 착각하신 듯합니다. 둘 다 120%가 들어가니까 같은 말,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둘은 수학적으로 엄연히 다릅니다.


전월 대비 120%
vs
전월 대비 120% 증가


일단 우리는 대비와 퍼센트부터 제대로 알 필요가 있어요.

* 출처 :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

'대비'는 대할 대(對), 견줄 비(比)로 이뤄진 단어로 차이를 명백히 하기 위해 서로 비교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전월 대비'라는 것은 전월을 기준으로 해서 비교한다는 뜻이에요. 비율에서는 기준이 무엇이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기준이 달라지면 비율도 달라지거든요. 율을 구할 땐 '기준량'과 '비교하는 양'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비교하는 양을 기준량으로 나누어 하나의 수로 나타낸 것이 비에요. 래서 율을 산할 때는, 

(비교하는 양)÷(기준량)

 구합니다. 

만약 증가율, 감소율, 성장률, 할인률, 상승률을 알고 싶다면

(변화된 양)÷(기준량)

을 하면 됩니다. 여기서도 기준량이 중요해요. '~대비'와 '~에 대한' 둘 다 기준을 나타내는 말이에요.


아마도 퍼센트(%)를 모르는 분은 없으시겠지요? 워낙 자주 사용하는 단위니까요. 우리나라 말로 백분율이라고 하는데요. 기준량을 100으로 할 때의 비율입니다.  

* 출처 : 천재교육 6-1 수학교과서

백분율을 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비율에서 기준량이 되는 분모를 100으로 만들거나, 비율을 먼저 계산하고 거기에 100을 곱한 후 % 기호를 붙이면 됩니다.

그래서 비율 ½=50%, 비율 ¼=25%, 비율 ¾=75% 입니다.


(1) 전월 대비 120%

'전월 대비 120%' 것은 전월이 100이라면 당월은 120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준이에요. 전월이 1000원이었다면 당월은 1200원인 거고, 전월이 3000원이었다면 당월은 3600원인 겁니다. 전월 가격의 1.2배가 됐어요. 


이번엔 역으로 가격 상승률을 구해볼까요? 먼저 격 차이를 구한 다음, 기준량인 전월 가격으로 나눠줍니다.

(당월 가격-전월 가격)÷전월 가

당월이 3600원이고 전월이 3000원이니까 이를 토대로 구해보면,

(3600-3000)÷3000=0.2

여기에 100을 곱해 퍼센트로 나타내면 0.2×100=20%, 가격 상승률은 20%인 겁니다. 그러니까 전월 대비 120%는 전월 대비 20% 증가와 같은 말이에요.


(2) 전월 대비 120% 증가

그렇다면 '전월 대비 120% 증가'얼마나 올랐다는 걸까요? 물론 여기서도 기준은 전월이에요. 전월의 몇 %원래 가격추가로 더해졌다는 걸 의미해요. 만약 전월보다 50% 증가했다면 딱 절반 가격이 올랐다는 뜻입니다. 전월 상춧값이 3000원이라면 여기의 절반인 1500원이 올라 4500원이 됐다는 거예. 전월보다 상추 가격이 100% 증가했다면? 딱 그 가격만큼 올랐다는 거니까 3000+3000=6000, 즉 6000원이 됐음을 의미합니다. 10% 가격 상승이 있었다면 300원이 오른 거니까, 상추값은 3000+300=3300, 3300원이 됐다는 뜻입니다. 이제 감 잡으셨지요?


120% 증가했다는 것은 100%+20% 올랐다는 겁니다. 100%는 3000원, 10%는 300원이니까 20%는 600원. 따라서 3600원이 올랐다는 얘기입니다. 3000+3600=6600, 3000원이었던 상추가 3600원이 올라 6600원이 됐다는 거예요. 전월 가격의 2배가 좀 넘는 가격이죠? 정확히 말하면 2.2배가 된 겁니다.


산도 할 겸, 결과 값으로 격 상승률을 계산해 봅시다.

(당월 가격-전월 가격)÷전월 가격

(6600-3000)÷3000=1.2

여기에 100을 곱해 퍼센트로 나타내면 120%. 즉 전월보다 가격이 120% 증가했음을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제대로 계산했군요.


뉴스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건 우리 인생에 그다지 큰일이 아니지만 만약 회사에서 이런 실수를 한다면? 그건 좀 치명. 리의 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까요. 둘은 결과적으로 아예 다른  되기 단순 실수였다며 유야무야 넘길 수 없어요.


예를 들어, 매출 실적을 보고하는 상황이라고 해볼게요. 작년 매출이 100억이었는데 올해는 120억으로 무려 20억이나 늘었습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일궈낸 엄청난 성과죠. 신입사원이 벅찬 마음을 듬뿍 담아 "올해 매출은 작년 대비 120% 증가했습니다."라고 윗선에 보고했다고 할게요. 상사의 계산법 대로라면, 작년에 100억이었는데 120% 증가했으면 120억이 늘었으니까 올해 매출은 220억이 됩니다. 직원이 보고한 것과 100억 차이가 나요. 결코 작은 실수가 아니죠. "우리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작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또는 "우리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0%입니다." 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입니다.


이번에는 매출이 감소한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작년 매출이 120억이고 올해 매출은 100억으로 20억이 줄었어요. 그렇다면 올해는 작년 대비 몇 %가 감소한 걸까요? 설마 20% 감소했다고 생각하셨나요? 여기서도 기준은 작년 매출이란 걸 기억하세요. 변화된 양을 기준량으로 나눠야 합니다. 감소율은 (120-100)÷120=0.16이니까 백분율로 나타내기 위해 100을 곱하면 16%가 됩니다. "올해 매출은 작년 대비 16% 감소했습니다."라고 보고해야겠지요? 만약 기준을 올해 매출액으로 본다면 "작년 매출은 올해 대비 120%였습니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전월 판매량이 1538개였는데, 이번달 판매량은 1723개라고 해봅시다. 전월 대비 몇 %가 증가한 걸까요? 먼저 증가율부터 구해볼게요. 기준은 전월 판매량이에요.

(1723-1538)÷1538=0.12

증가율은 0.12입니다. 이 값에 100을 곱하면 12%. "당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이번엔 감소율을 계산해 봅시다. 전월 판매량이 1538개였는데, 이번달 판매량이 871개였다면 전월 대비 몇 %가 감소한 걸까요? 번에도 기준은 전월 판매량입니다.

(1538-871)÷1538=0.43

감소율은 0.43이니까 여기에 100을 곱하면 43%.  "당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43% 감소했습니다."


방법만 알면 할인율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만약 5000원짜리 물건을 3600원에 판다고 하면 할인율이 몇 %일까요? 에는 기준이 할인 전 가격이에요.

(5000-3600)÷5000=0.28

할인율은 0.28이니까 기에 100을 곱하면 28%. "현재 28% 할인 니다."


기준을 모르면 퍼센트의 함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피부과 의사 80%가 추천한 수분크림'이란 광고가 있다고 할게요. 소비자는 전체 피부과 의사의 80%가 이 제품을 추천했다고 덜컥 믿어요. 하지만 실제로 화장품 회사에서는 의사 5명에게 물어봤고 그중 4명이 좋다고 했을 수도 있어요. 기준이 되는 조사 대상의 규모를 밝히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퍼센트의 눈속임에 넘어갑니다.


우리가 율을 유렵게  이유는, 타고난 수학머리가 없어서가 아니에요. 단지 무엇이 '기준량'이고 무엇이 '비교하는 양'인지를  뿐, 나의 DNA는 아무 죄가 없답니다. 퍼센트(%)는 초등학생 때 배워서 평생 사용하는 수학 호입니다. 시절 인연인 줄 알았는데 애석하게도 평생 볼 사이였던 거죠. 지금이라도 %와 친하게 지길 추천드립니다. 우리에겐 써먹을 날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요.










이전 05화 수타면 반죽을 몇 번 치대야 짜장면 한 그릇이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