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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은 Aug 10. 2021

오늘도 찍혔다

오늘의 장르 : 멜로/로맨스


소소하게 파란만장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장르가 매일 바뀌어요.

오늘의 장르 : 멜로/로맨스




 언젠가 SNS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내 인생샷을 찍어주는 사람은 나한테 애정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고. 내가 어떨 때 미소 짓고 어떨 때 환하게 웃는지, 둘 중 어떤 웃음이 더 매력적인지, 그 모든 걸 알고 있기에 그토록 예쁜 사진을 남겨주는 거라고. 그리고 그걸 안다는 얘기는 그만큼 애정 어린 눈으로 날 오래도록, 자세히 봐온 사람인 거라고.


 얼마 전 남편의 휴대폰을 보고 나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온통 내 사진이 가득한 사진첩. 모든 사진에서 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듯 했다.


 "(좋으면서 괜히) 뭐야, 다 내 사진이네. 아 이건 뭐야! 이상하잖아. 지워 지워!"


 사진 한 장을 지우려하자 남편이 다급하게 소리를 친다.

 "안 돼! 지우지마! 절대 지우지마?! 한 장도 안 돼?! 다 소중하단 말야."


 ‘소중하다’라는 표현이 어쩐지 듣기 좋았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다음에, 정말 이다음에- 30년 40년이 흘렀을 때... 내 젊은 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쩌면 이 사람이 유일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남편이 내 사진을 찍는 건 ‘기록’하는 일임과 동시에 ‘기억’하는 일일지도...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별 구경을 하러 나간 밤. 삼각대 없이 셔터 스피드가 느린 야간 모드로 촬영을 하려니 사진이 엉망이다. 흔들흔들- 매직아이가 따로 없는 수준.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찍어야 하는데 고개를 젖히고 팔을 한껏 위로 쳐든 자세로 3초를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때! 남편이 뒤로 다가와 양팔로 내 어깨를, 가슴으로 내 뒤통수를 받쳐준다. 흔들림 없는 편안함. 덕분에 오리온자리가 보이는 밤하늘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는 이가 있어 아무리 어두운 순간에도 나는 별을 본다. 아주 작은 빛이라도 놓치지 않고 꼭 잡아뒀다가 언제고 다시 꺼내보며 힘을 얻는다.


 그게 너무 고마워서, 그 고마운 사람이 새삼 너무 소중하게 여겨져서, 나는 갑자기 카메라를 그의 얼굴 쪽으로 돌렸다. 찰칵 찰칵. 남편은 순간적으로 나름 멋진 포즈를 취한다. 내가 잔뜩 줌을 해서 콧구멍만 확대해 찍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른 채로.


 여보! 미안해? 우리 나중에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 됐을 때, 이 사진 보면서 한 번 더 웃자! 한바탕 웃은 뒤에 아마 내가 그러겠지? 


 "아휴, 나도 젊을 땐 예뻤네..."


 그럼 그때,  여보는 하얗게 쇤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다정하게 얘기해줘. 지금도 여전히, 충분히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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