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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은 Aug 10. 2021

집필 중

오늘의 장르 : 일상 드라마


소소하게 파란만장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장르가 매일 바뀌어요.

오늘의 장르 : (내레이션이 무지 많은) 일상 드라마 





 한낮에 여의도공원을 걷는데 땀이 안 난다. 햇빛은 구름에 가렸고 바람은 그런대로 시원하다. "어우, 살겠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여름도 힘을 잃어가는구나. 물론 아직 뒷심이 남아 있겠지만, 뒷심은 말 그대로 뒤에서 발휘되는 힘이니까. 여름의 끝자락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겠지. 다행이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소녀 감성 충만하던 시절에는 '왜 모든 사랑에는 끝이 있을까'를 고민하며 괴로워 했던 적도 있었고, 곁에 있던 소중한 이들을 떠나 보내던 순간에는 영원하지 않은 삶을 슬퍼하고 두려워 했던 적도 있었는데. 끝이라는 건 그렇게, 좋지 않은 단어였는데.

 그러고 보면 세상 모든 단어의 정의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 같다.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사는지에 따라, 누굴 만나고 어떤 사건들을 경험하는지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일례로, 치열하게 살던 시절의 내게 '행복'이란 단어는 '열심히 살면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게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에 대한 국어사전식 접근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앉은 자리에서는 아무 것도 배울 게 없고 다른 사람이 찾아낸 답을 베껴와 내 인생에 적용할 수도 없다. 일일이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내는 것밖엔 그 어떤 방법도 없는 거다. 내 삶은 나만이 살 수 있으며 내 인생사전은 오로지 내 손으로만 채워갈 수 있다. 

 말인즉슨, 우리 모두는 언제나 집필 중이란 얘기다. 허니 한 글자도 허투로 쓰지 않도록 매 순간 집중해서 써내려가야 한다. 적어도 '살다'라는 동사 앞에는 '대충'이라는 부사를 쓰지 말자는 마음으로.

 그리하여 손때 묻은 나만의 인생사전을 완성하기를, 진짜의 삶을 살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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