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별이었다. 첫 번째 놈은 개새끼였고, 두 번째 놈은 개 같은 새끼였다. 그리고 오늘 떠난 놈은... 개만도 못한 새끼였다. 참으로 후진 이별을 안기고 떠나 버렸다. 그 어떤 도시보다 뜨거웠던 이 곳 뉴욕이 하루아침에 차디차게 식어 버렸다. 눈부신 아침에 갑자기 이별을 맞게 될 줄이야. 이 집은 햇빛이 잘 들어 좋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오늘은 그 빛이 참 잔인하게 느껴져 커튼을 쳤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이불 속에 구겨넣었던 몸을 일으킨다. 커튼을 걷는다. 밤이다. 잠들지도 않았는데. 시간 속에 내던져져 있었던 모양이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후드 집업을 입으려다 트렌치 코트로 손을 옮긴다. 그래, 이별 후엔 트렌치 코트지. 잠시지만 분명히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오늘도 소란스럽고 요란스러운 새벽이다. 과연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답다. 시끌벅적한 거리를 마냥 걷는다. 나만 홀로 섬이다. 지금 여기 뉴욕에, 이별한 사람은 나 하나 뿐인가 보다. 우울했다.
그리고 그 우울함이 마침내 나를 이 무시무시한 빌딩 꼭대기로 데려왔다. 죽으려고 했던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고작 그런 놈 때문에 던져버릴 만큼 하찮은 삶이 아닌데... 정신이 번뜩 들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갑작스러운 바람에 몸이 휘청했고, 어느새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죽게 될 줄이야. 높은 데서 뛰어내려 죽는 사람들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 심장마비로 이미 사망한다는 소문은 순 개뻥이었구나. 나는 내가 죽음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걸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났다. 뭐지? 죽은 건가? 원래 이렇게 고통없이 죽나? 천국으로 가나? 자살을 했으니 지옥엘 가려나? 지옥 가는 길 치고는 나쁘지 않은 기분인데?
살짝 실눈을 떠본다. 빨간색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빨간색이라, 지옥과 참 잘 어울리는 색이구나. 조금 더 눈을 떠본다. 징그러운 눈을 가진 몽달귀신이 눈앞에 있다. 아... 역시 지옥이구나. 이 몽달귀신이 저승사자인 건가. 지옥은 이렇게 가는 거구나. 고개를 돌려 좀 더 멀리 본다. 시커먼 허공이 보이다가 빛이 번쩍하다가를 반복한다. 신기하다. 꼭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니는 기분.............. 어????????? 방금 저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